경제
`외국`과 손잡고 살길 찾는 국내 제약사…우려없나
입력 2014-07-07 14:20 

국내 제약사들이 잇따라 외국계 제약사와 손 잡고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고 제약시장의 불황이 계속되자 해외 제약사와의 공동판매(코프로모션)를 통해 매출 신장에 주력하겠다는 모양새다. 다만 제약사가 신약 개발이 아닌 매출을 위한 계약에 치중해 근본적인 처방은 외면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제약사와 다국적사의 코프로모션 계약 체결이 예년보다 활발해지면서 확실한 시장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상반기에만 30여개에 달하는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프로모션이란 국내 제약사가 다국적 제약사의 제품을 도입해 종합병원, 의원, 약국 등으로 판매처를 나눠 공동으로 영업·판매하는 방식이다. 계약에 따라 일정 부분의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다. 대개 다국적 제약사는 종합병원 영업을, 국내 제약사는 의원이나 약국 영업을 담당한다.
코프로모션 계약이 활발해지는 데에는 정부의 약가 인하, 리베이트 투아웃제 시행 등 시장의 규제가 강화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약시장의 침체 속에서 쪼그라든 외형을 빠르게 회복하기 위한 '돌파구'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업계 1위인 유한양행은 지난해 매출의 20% 이상이 코프로모션 품목에서 나왔고, 지난 4월에는 아스트라제네카와 고지혈증 치료제 판권도 계약했다. 유한양행은 앞으로도 다국적 제약사와의 공동마케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견 제약사 중에서는 안국약품이 다국적 제약사와의 공동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3월 화이자와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의 공동 판매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6월에는 박스터와 세느비트 주사, 지난달에는 한국산도스와 천식치료제 및 흡입제의 판권을 따냈다.
이밖에 CJ헬스케어와 일동제약도 각각 아스트라제네카와 계약을 맺었고 제일약품도 한국룬드벡의 항우울제를 공동 판매하기로 했다.
업계 상위는 물론 중견 제약업체까지 공동 판매에 뛰어들면서 연구개발이 소홀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단기적인 외형 성장과 매출 신장에 힘쓰다보니 신약 개발은 후순위로 밀리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실제로 유한양행의 1분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5.4%에 불과했다. 유한양행은 업계 매출 1위 회사로 올해 1조원 달성이 유력하지만 연구개발비 투자는 상장제약사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도입 상품에 의존해 자체 의약산업이 발달하지 못할 경우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제품에 점령당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에서는 공동판매 계약의 증가를 곧 연구개발의 위축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코프로모션 계약이 늘어난다고 해서 단순히 연구개발이 줄어든다고 보편화시켜서 말할 수는 없으며, 이는 각각의 회사의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이라며 "계약 체결과 품목 도입으로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되고, 기존 약물 파이프라인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어 마냥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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