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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자24시]`전야 개봉은 애교?` 한국영화계의 창피한 이중잣대
입력 2014-07-07 10:52  | 수정 2014-07-10 10:22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요즘은 거의 다 전야 개봉인 것이나 마찬가지죠. 뭐라고 할 수 있나요? 그래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보다 경쟁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더 크니까요."
한 작은 영화 관계자는 한숨을 쉬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이하 혹성탈출)이 '변칙개봉'을 공지한 지난주, 전야 개봉이나 주말 유료 시사도 변칙 개봉이 아니냐고 물었을 때 보인 반응이다.
'혹성탈출'이 개봉을 1주일 앞당기자 한국 영화계가 난리가 났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을 피해 개봉일을 조정했던 것들이 다 허사가 됐으니, 다시 정리하고 계획해야 하니 그럴 만도 하다. 기본적으로 800개 이상을 확보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극장에 걸리면 한국영화들이 다 죽는다는 논리다. 타격을 입힐 건 분명하다. 맞는 말이긴 한데도 한국영화계의 이중잣대가 씁쓸하기만 하다.
한국제작가협회는 지난 4일 "상도의를 무시한 변칙적 개봉"이라는 내용의 보도 자료를 뿌렸다. "충격을 넘어 분노"라는 표현까지 쓰며 개탄한다는 입장과 함께, '혹성탈출'의 10일 개봉 결정 철회를 요청했다.
이제껏 한국영화는 관객들의 호응에 힘입어 전야 개봉, 주말 유료 시사회를 한다고 자랑스럽게 자료를 보내왔다. 그렇게 진행돼 왔다는 걸 많은 관객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최근 개봉한 '소녀괴담'과 '신의 한 수'도 전야 개봉으로 관객을 만났다.

하루 흥행 성적으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1개관 혹은 한 타임만이라도 더 상영됐으면 하는 작은 영화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 모양새다. 정식 개봉 전날 저녁 시간에, 주말 몇 타임만 상영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건 비웃어줘야 할 변명이다.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다른 작은 영화들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도 남았다.
특히 '소녀괴담'은 더 안타깝다. 대기업의 독과점으로 인해 양극화 현상이 커지고 있는 한국영화 산업의 불합리한 환경을 개선하고 공정한 영화 시장을 조성하기 위한 목표라며 설립된 리틀빅픽쳐스의 첫 배급영화였기 때문이다. 한국의 주요 제작사가 주축으로 만든 공동투자배급사 리틀빅픽쳐스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가 설립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협회에 소속된 주피터 필름이 공동제작한 '소녀괴담'을 위해 꼼수를 부렸다. 황당할 뿐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옹호하려는 건 아니다. 관객의 편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빨리 보는 건 좋겠지만, 한국영화 시장을 변칙적으로 흔들었으니 이들도 분명 잘못은 했다. 하지만 한국영화 제작사들의 장삿속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심보와 똑같게 느껴진다.
관객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게 매력적이고 정교한 만듦새를 가진 영화를 만들면 '심각한'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지난주 개봉한 '신의 한 수'는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보다 관(주말 789개 상영관·1만1767회 상영, 1096개 상영관·1만3798회 상영)이 적었음에도 대등하게 대결했다. 개봉한 지 한 달이 넘은 한국영화 '끝까지 간다'도 흥미진진하고 괜찮은 만듦새에 꾸준히 관객몰이하고 있다.
참신하고 괜찮은 이야기를 만들어 선보이면 한국 관객은 그리 인색하지 않다. 대단하다고 추어올리진 못해도 '괜찮다', '볼 만하다'는 평가를 한다.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도 남 탓만 하는 한국영화계가 부끄럽다.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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