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일본의 독도 훈련 중단 요구와 문창극 후보자의 '셀프 해명'
입력 2014-06-20 11:32 
연일 계속되는 일본의 망언과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이른바 셀프 해명을 보면서 묘한 기분이 듭니다.

아직도 우리는 일제 식민지 시대 언저리쯤에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착각이 듭니다.

분명히 일본 제국주의는 패했고, 그 잘못된 과거사는 다시는 반복될 수 없는 역사의 도도한 흐름이 있건만, 왜 아직도 우리는 1930년대를 떠올려야 할까요?

일본은 어제 우리 해군이 독도 근처에서 사격훈련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사격 훈련 해역에 자신들 영해가 포함됐다는 겁니다.


해군이 항행금지구역으로 선포한 지역으로 독도에서 남쪽으로 20.1km 떨어진 해상으로 세로 148㎞, 가로 55.5㎞ 해역입니다.

대부분 공해상으로 끝부분 일부가 독도 인근 12해리 이내와 겹칩니다.

이에 대해 일본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이 해역에 독도 주변의 일본 영해가 포함됐다며, 독도 영유권에 관한 일본의 입장에 비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극히 유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여전히 독도와 그 주변 해역이 자신들 영해라는 겁니다.

이런 일본의 주장은 터무니없는데다 뭔가 잔꾀가 스며들어 있는 듯 보입니다.

우리 당국이 사격훈련계획을 통보한 것은 지난 11일인데 왜 어제서야 일본이 훈련 중단을 요구했을까요?

아마도 오늘 발표할 고노담화 검증결과의 파장을 염두에 둔 듯합니다.

고노 담화는 1993년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강제 연행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하고 사죄한 성명입니다.

일본이 과거 침략사를 인정하고 사죄한 것인데 아베 총리는 툭하면 이를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해왔습니다.

급기야 이번에는 그 고노담화가 한국 측과 미리 협의한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으려 하고 있습니다.

일본 스스로는 군 위안부 강제 연행사실이 있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과거사 문제를 매듭짓고자 한국 정부와 적당히 타협한 것일 뿐 진심으로 군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시인한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런 고노 담화 보고서가 발표되면 우리를 포함해 국제 사회의 비난 여론이 쏟아질 것은 불 보듯 뻔하고, 이를 물타기 위해 뜬금없이 우리의 사격 훈련 중단을 요구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이런 일본에 대해 우리는 언제까지 참아야 할까요?

과거의 잘못을 부정하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을 언제까지 우리의 이웃이라는 이름 아래 협력 파트너로 인정해야 할까요?

이런 와중에 불거진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논란은 더 큰 비애감을 느끼게 합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대한민국 총리 후보자의 역사 인식과 친일 사관이 심각한 논란이 된다는 것이 일본인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요?

문 후보자는 어제 퇴근길 작정한 듯 자신은 안중근과 안창호 열사를 존경한다며 친일 사관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습니다.

▶ 인터뷰 : 문창극 / 총리 후보자(어제)
- " 제가 안중근 의사, 안창호 선생을 정말로 존경하는데 왜 저보고 친일이라고 하는지, 반민족적이라고 하는지 가슴이 아프다. 제가 (안중근 의사 유적) 그걸 돌아보고서 가슴이 떨려오는 걸 느꼈습니다. 그걸 보고 와서 제가 칼럼을 쓴 겁니다."

문 후보자는 때로는 흥분하면 20분간 셀프 해명을 했습니다.

그러나 해명 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질 찰나 자리를 급히 떴습니다.

만약 제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이런 질문을 했을 겁니다.

'존경하는 안중근 의사와 안창호 선생은 우리 민족에게 시련을 주려는 하나님의 뜻을 거스른 것인가? 아닌가?'

문 후보자는 이 말에 답을 하고 자리를 떴어야 합니다.

문 후보자는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고노 담화 재평가와 일본의 독도 훈련 중단 요구에 대해서도 비판했습니다.

▶ 인터뷰 : 문창극 / 총리 후보자(오늘 출근길)
- "고노 담화에 대해 일본이 무슨 재평가를 한다, 이것은 너무 답답한 일이다. 우리 영토, 우리 영해에서 훈련하는데 그거 갖고 왜 일본 사람들이 시비를 거나. 나 참 그걸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과거 썼던 이 칼럼에 대해서도 해명했어야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현실적 위협이 없는 일본에 대해서는 독도를 내세워 이를 과장하고, 실제 위협이 있는 북한은 무조건 감싼다. 일본의 독도에 대한 태도가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는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칼럼도 많이 썼다고 문 후보자는 말했지만, 그래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일본이 북한처럼 우리를 총칼로 위협하지는 않는다고 해서, 과거사를 부정하고 독도를 호시탐탐 노리는 제국주의적 야욕이 위협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문 후보자는 지인에게 해명하지 못하면 이 땅에서 살 수 없다고 했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그 책임은 언론이 사실 보도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 인터뷰 : 문창극 / 총리 후보자
- "(어제 기자 질문을 받지 않은 것에 대해) 여러분 많이 서운했는가. 그동안 내가 얼마나 서운했겠나. 일방적으로 보도되니까 저도 똑같이 서운했다."

문 후보자는 청문회까지 가서 자신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내일 귀국해서 임명동의안에 사인하지 않으면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아마도 문 후보자는 박 대통령에게 총리를 하지 않아도 좋으니, 청문회 가서 해명할 기회는 달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총리 인사청문회가 개인의 해명을 들어주고 명예를 회복시켜주는 자리는 아닙니다.

국회 통과가 안 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총리 청문요청서에 사인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야권과 청와대의 고민이 깊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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