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첫 돌` 맞은 코넥스] ③ 주가는 회사 맘대로…거래소는 고민중
입력 2014-06-20 10:03  | 수정 2014-06-20 16:49

"코넥스가 시장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핵심 포인트는 거래 부진이다. 문제는 이 때문에 더 큰 허점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바로 인위적인 주가 부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 7월 1일 개장한 제3시장 코넥스(KONEX)를 두고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는 주가 조작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코넥스 시장이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 시장에 비해 규제나 감독이 완화됨에 따라 주가조작 등 투기세력이 활개를 칠 우려가 있다는 것.
다행히 '첫 돌'을 앞둔 코넥스 시장에서 활동하던 투기세력이 적발됐다는 소식은 나오지 않았다. 말 그대로 우려였던 셈이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방법이 주가 부양에 쉽게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코넥스 기업 투자를 고심하던 일부 기관들과 투자자들이 투자를 재검토하거나 백지화하고 있다.
복병은 바로 자사주 매입이다.

물론 자사주 매입은 불법이 아니다. 대체적으로 자사주 매입은 발행주식수를 줄여 주당 순이익과 주당 미래현금흐름을 향상시켜 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즉 상장사가 택할 수 있는 주가 부양 방법론 중에 하나다.
실제 자사주 매입으로 쏠쏠한 재미를 본 코넥스 기업은 메디아나다.
메디아나는 지난해 12월 6일부터 올해 2월 24일까지 총 7만2200주를 장내 매매를 통해 매입했다. 매수 위탁 증권회사는 지정자문사인 KB투자증권이다.
메디아나의 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자사주 매입이 체결된 날에만 대부분 거래가 발생했다. 12월 6일 등 일부 거래일에는 자사주 물량 외에 거래가 발생하기도 했으나 지난해 12월 24일 3000주, 27일 3000주, 30일 2000주 등 자사주 매입물량과 하루 총 거래량이 일치하는 날이 대부분이다.
시장에서 지적하는 문제는 메디아나가 자사주 7만2200주를 매입하는 동안 주가는 12월 5일 종가 3500원에서 올해 2월 24일 6670원까지 90% 넘게 뛰었다는 점이다. 회사 측은 자사주 취득에 3억9006만원을 투입해 시가총액을 201억원대에서 383억원 수준까지 끌어올린 셈이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이 주가 흐름에 긍정적인 재료임에는 맞지만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거래가 없기 때문에 주가도 마음대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으로 쉽게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면 어느 투자자들이 유혹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냐"며 "특히 코스닥 이전 상장을 위한 패스트 트랙 적용 기업이 되기 위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코넥스 기업이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하기 위한 조건은 ▲코넥스 상장 1년 이상 경과 ▲매출액 200억원 이상 ▲3개월간 일평균 시가총액 300억원 이상 등이다. 거래소는 최근 매출액 요건을 기존 20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완화시키고 이를 이달 30일부터 적용키로 했다.
이어 그는 "악용할 경우 코스닥 이전 상장을 위한 기준가 산정시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기존 투자자들 보호 차원에서라도 코스닥 상장 주가가 코넥스 거래 당시 주가 보다 낮을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즉 코넥스 거래 주가가 높다면 코스닥 이전시 기준가는 더 높게 산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전문가는 "상장 주식수와 월평균 거래량이 기준에 미달할 경우 우선주는 퇴출되고 있다. 하지만 코넥스 시장은 이런 기준 조차 없다"며 "메디아나의 경우 평상시 주식 거래량이 없는 상황에서 추가로 유동성을 흡수하는 자사주 매입을 왜 단행했는지 잘 판단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측의 결정이 잘못됐다기 보다 제도적 허점이 문제다. 이처럼 악용 소지가 있는데도 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하나도 취하지 않았다"며 "거래소가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손을 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매경닷컴 최익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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