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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M] `벤처펀드 1000억` 시대 왔지만…
입력 2014-06-17 15:28  | 수정 2014-06-17 15:49

[본 기사는 06월 13일(06:04)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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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VC)의 단일 펀드 규모가 1000억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투자 실탄을 두둑하게 갖췄지만 막상 대단위 투자를 감행할 만한 기업들이 없어 VC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1000억원 이상의 벤처투자 펀드는 3개나 결성됐다. 한국투자파트너스가 '한국투자 미래성장 벤처펀드 22호'를 1635억원 규모로 결성해 업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어 에이티넘인베스트가 1626억원 규모의 '에이티넘 고성장 기업 투자조합'을, LB인베스트먼트가 1159억원 규모의 '미래창조 LB 선도기업 투자펀드 20호'를 각각 결성했다.
정부가 VC업계 살리기에 나서면서 정책 자금이 늘어나 유동성이 확대됐고, 유한책임출자자(LP)들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던 상위권 VC에 자금 공급을 늘린 덕분이다. 하지만 투자를 집행할 만한 기업이 없다는 것이 VC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과거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핵심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들에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안정성이 보장된 대기업 협력업체를 신규 발굴할 여력이 없다.

이처럼 제조업에 대한 투자처 발굴이 한계에 이르자 VC들이 눈을 돌린 것이 게임, 컨텐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엔터테인먼트 등이지만 이 분야에서도 선도 업체들에 대한 투자는 이미 이뤄진 상황이다. 중대형 기업에 투자하던 LB인베스트먼트가 일반인들이 인터넷 상에서 패션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구축한 신생기업인 '스타일쉐어'에 25억원을 투자한 것도 이같은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정보통신기술(ICT) 제조 분야에서 99개 업체에 투자가 이뤄진 것에 비해 게임 분야에서는 106개 업체에 투자가 집행됐다. 영상·공연·음반 등 컨텐츠 분야에서는 159개 업체에 투자가 이뤄졌다.
한 VC 대표는 "과거 제조업체에 수십억 단위로 대규모 투자를 하던 VC들도 이제는 게임이나 컨텐츠 등으로 눈길을 돌릴 수 밖에 없다"면서도 "이 분야들은 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하기 전부터 초기 투자에 나서면 실패할 확률이 크기 때문에 적절한 투자 시점을 가려내는 것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산업계가 허리에 해당하는 기업들을 키워내지 못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벤처기업들이 창업 이후 중견 기업으로 성장해야 하는데 일부 '스타 기업'들을 제외하고는 허리로 성장한 기업들이 없다면서” 공룡격인 대기업과 개미격인 초기 기업들로 양극화된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1~4월 VC업계에서는 총 287개 기업에 4587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평균 1개 업체 당 불과 16억원이 투자된 셈이다.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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