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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러시아] 쿠이아바의 저녁은 마냥 덥지 않다
입력 2014-06-17 13:32  | 수정 2014-06-18 01:45
쿠이아바의 밤은 무덥지 않다. 높은 습도로 짜증을 불러일으키나 바람이 불기도 한다. 사진(브라질 쿠아이바)=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브라질 쿠이아바) 이상철 기자] 모두가 우려했다. 홍명보호의 첫 결전지인 브라질의 쿠이아바. 월드컵 개최도시 12곳 가운데 가장 무덥기로 악명이 높았다.
그럴 만도 했다. 남반구인 브라질은 현재 동절기다. 대다수 도시들이 아주 덥지 않은 20도 안팎의 기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강 유역에 위치한 쿠이아바만은 예외다. 6월의 평균 기온이 32도다. 최근 쿠이아바의 최고 기온도 31~33도에 이르고 있다. 체감 온도는 더욱 높다.
시간도 잘 가리지 않는다. 해가 뜬지 얼마 안 되는 이른 아침, 그냥 길거리에 서있어도 덥다. 조금만 걸으면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시계바늘이 정오를 넘어가면 무더위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짜증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불쾌지수가 매우 높은 쿠이아바의 환경이다.
이 때문에 한국과 러시아는 ‘무더위와 싸움을 벌였다. 면역력을 키우려고 무더운 곳에서 훈련을 실시했다. 한국은 미국 마이애미에서, 러시아는 수도 모스크바에서 폭염을 견디며 훈련했다. 그 덕분에 한국과 러시아는 찜통더위에도 굴하지 않고 제 기량을 발휘할 체력을 마련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건 경기 시간이다. 한국-러시아전은 현지시간으로 오후 6시에 열린다. 이미 해가 기운 뒤다. 저녁이 되면 쿠이아바의 날씨는 180도 달라진다. 더위는 싹 사라진다. 20도 초반으로 뚝 떨어진다. 선선한 바람도 자주 불어 선수들이 뛰는데 지장이 없다. 걷고 또 걸어도 비지땀을 흘릴 일은 없다.
카펠로 감독은 모스크바가 쿠이아바보다 더 더웠다”라고 큰소리를 쳤으나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쿠이아바는 모스크바가 아니며, 더위 또한 경기의 향방을 좌우할 ‘변수가 아니다.
다만 꽤 습하다. 저녁 시간이 되면 습도는 80%를 가뿐히 넘어간다. 햇볕은 뜨겁지 않으나 사우나에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은 여전하다.

더욱이 아레나 판타나우가 위치한 지역은 쿠이아바의 시내보다 상대적으로 바람이 약하고 자주 불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러시아의 한 기자는 사우나에 들어가 ‘쿠이아바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닦달하기도 했다.
습도는 생각 이상이었다. 경기 하루 전인 17일 마무리 훈련을 위해 아레나 판타나우를 찾은 홍명보 감독은 높은 습도에 깜짝 놀랐다. 경기 시간과 엇비슷한 오후 7시30분에 시작했는데 힘든 건 매한가지였다. 홍명보 감독은 오늘 경기에 와보니 습도가 높았다”라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오후 7시의 쿠이아바는 덥지 않다. 기온도 10도 가까이 뚝 줄어든다. 다른 브라질 도시들과 큰 차이가 없다. 일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거리를 돌아다니는 풍경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습도는 다르다. 이 짜증나게 만드는 날씨를 이겨내야만, 4회 연속 월드컵 본선 첫 경기 승리 행진을 이어갈 수 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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