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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수장 김응용 ‘격노’에 ‘투지’로 응답했다
입력 2014-05-21 22:50  | 수정 2014-05-21 22:57
김태균이 9회 극적인 만루홈런을 쏘아올린 이후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목동)=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목동) 김원익 기자] 노감독이 이례적으로 격정을 토로했다. 꼭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김응용 한화 이글스 감독이 지난해 부임 이후 처음으로 심판 판정에 항의 격노한 감정을 표출했다. 한화 선수단은 투지로 응답하며 쓰린 패배 대신 값진 승리를 일궈냈다. 9회 아쉬운 실점을 연이어 내주며 쫓겼을나 끝내 승리를 지켜냈다.
한화는 2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서 9회 터진 정범모의 솔로홈런과 김태균의 만루홈런에 힘입어 천신만고 끝에 9-7, 승리를 거뒀다. 수장이 경기 중 퇴장 당한 이후 석연찮은 판정이 겹쳐진 가운데서 일궈낸 승리. 더군다나 9회 역전 위기에도 몰렸으나 결국 승리를 달성했다. 한화는 이로써 전날 패배를 설욕하며 14승1무 22패의 성적을 기록했다.
힘든 승리의 이면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었다. 김 감독은 접전 상황 나온 아쉬운 판정에 항의하며 선수단을 철수 시키며 무언의 메시지를 줬다. 1차적으로 심판 판정에 항의한 것이지만 동시에 선수단의 결집과 승리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요구하는 ‘액션이기도 했다. 한화는 7회 맥없는 동점을 허용했으나 끝내 짜릿한 한 방으로 경기를 뒤집으며 1승 이상의 귀중한 1승을 거뒀다.
일단 김 감독이 폭발했다. 6회 2사 2루 상황에서 넥센 윤석민의 추격 1타점 2루타 판정에 대해 항의하며 선수단을 철수시켰고 원현식 주심은 철수 시간이 5분을 초과하자 퇴장을 명했다. 해당 내용은 2009년 한국야구위원회 규칙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 이로써 역대 프로야구 최다 감독 퇴장 기록(5회)을 갖고 있었던 김 감독은 1회를 추가하며 자신의 기록을 재경신했다.
퇴장 상황은 이랬다. 2사 2루 상황에서 윤석민이 3루 라인을 타고 흐르는 타구를 때렸다. 타구는 선상을 타고 애매하게 흘렀고 3루심은 페어를 선언했고 2루 주자 김민성이 홈을 밟았다. 4-3, 1점차로 추격 당하는 점수였는데다 전날도 결정적인 오심이 나왔기에 김 감독은 결국 폭발했다.
정범모는 9회 극적인 솔로홈런을 때려 승리를 견인했다. 사진(목동)=김영구 기자
파울임을 확신했던 한화 선수단은 판정에 반발했고 전날 오심 판정에 대해서도 침묵을 지켰던 김 감독도 그라운드로 뛰쳐나왔다. 이어 김 감독은 거세게 항의했으나 심판 판정은 번복되지 않앗다.
결국 김 감독은 오후 8시 53분 선수단 철수를 지시했고, 몰수패 방지를 위해 장운호만 그라운드에 남고 전 선수단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이후 심판들이 한화 더그아웃으로 찾아와 대화를 했지만 양 측의 입장은 좁혀지지 않았고 김 감독은 ‘선수단 철수 시 합의된 퇴장 사안에 의거해 퇴장을 당했다. 중단된 경기는 오후 9시 4분 재개됐다. 공식 중단 시간은 11분.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김 감독의 통산 6회째 퇴장이었다.
아쉬운 장면은 7회 나왔다. 구원 윤근영은 2사 후 박병호에게 볼넷을 내줬고 후속 강정호에게 우익수 오른쪽 방면의 1타점 2루타를 내줘 동점을 허용했다. 다만 주장이자 우익수인 고동진의 수비는 아쉬웠다. 고동진은 다소 평범했던 타구를 놓쳐 2루타를 만들어줬다. 외야로 불어 닥친 바람을 감안하더라도 이날 상황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었다.
맥없이 동점을 내준 한화는 그러나 9회 마지막 공격에서 반전을 일궈냈다. 선두타자 고동진이 다시 아쉬운 판정에 의해 땅볼 판정을 받아 1사 주자 없는 상황이 됐다.

타자는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 9푼5리에 그치고 있었던 정범모. 하지만 정범모는 어떤 홈런보다 값진 1호 홈런을 날리며 경기 영웅이 됐다. 답답한 한화 팬들의 마음을 뻥 뚫어주는 한 방이었다.
이어진 상황, 한화는 이용규와 한상훈의 연속 안타에 이어 정근우의 볼넷으로 만루를 만든 이후 4번 김태균이 통산 7호째 우월 그랜드슬램을 작렬시켜 승부를 완전히 가져왔다. 김태균이 개인으로는 2009년 7월7일 대전 히어로즈전 이후 무려 1779일만에 나온 홈런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고난은 남아있었다. 한화는 9회 윤규진의 안타와 실책을 범한 이후 타구에 맞고 내려오는 불상사가 나왔다. 이어 등판한 황재규가 순식간에 2실점을 더했다. 이어 등판한 정대훈마저 몸에 맞는 볼을 맞고 무사 만루에 몰렸다. 홈런 한 방이면 역전당하는 7-9의 스코어. 하지만 정대훈이 유격수 병살타를 이끌어낸 데 이어 이성열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경기를 매조졌다.
김 감독의 무언의 메시지에 응답한 선수들의 투지가 빛났던 귀중한 1승이었다.
[on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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