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상장사 `준법지원인제`로 혼란
입력 2014-04-28 17:36 
#. 자산 규모 7000억원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A사는 최근 사내 감시 역할을 하는 준법지원인제도 도입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참고할 만한 절차나 가이드라인이 거의 마련돼 있지 않아 새로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존 감사와 준법지원인이 어떻게 다른지도 분명하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자산 1조원 이상' 상장사에만 의무화된 준법지원인제가 올해부터 '5000억원 이상'으로 확대돼 A사도 새로 포함됐다. A사는 변호사를 새로 고용할 예정이지만 그 이후도 막막하다.
경제계에서 큰 논란이 됐던 준법지원인제 대상 기업이 올해부터 2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해당 상장사들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준법지원인제의 사내 활용 방안이나 역할 등이 명확하지 않은 것은 물론, 정부 측의 현황 파악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다.

2012년 개정된 상법 542조 13과 시행령은 올해부터 자산 5000억원 이상 상장사가 준법통제기준 준수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임기 3년의 준법지원인을 1명 이상 두도록 했다. 변호사 자격증이 있거나 사내에서 관련 업무를 5년(석사) 내지 10년(학사) 이상 한 사람만 준법지원인이 될 수 있다. 2012년 법 개정을 앞두고 기업과 법조계 입장이 크게 엇갈린 바 있다.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준법지원인 도입 대상 기업은 132개사 늘어난 306개사다. 지난해까지 모두 174개사였다. 이전에는 주로 대기업이 적용 대상이었다면 이번에 중견기업들이 대거 새로 포함됐다. 코스닥 기업은 9개사에서 24개사가 추가됐다.
기준 자산 규모가 낮아지면서 해당 상장사들은 추가 비용과 가이드라인 미비에 대해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법무팀이 최소 인원만 있을 경우 새로 변호사를 고용해야 하는 것도 기업 처지에서는 부담이다.
일단 필요 인원만 갖추고 상황을 지켜보는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법무팀을 활용해 대응할 수 있지만 중견기업은 여건이 안 되는 곳이 적지 않다"며 "기업 문의가 많지만 상황이 다 달라 일괄 기준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 관할 부처인 법무부는 제도 도입 2년이 됐음에도 현황 파악이 안 된 실정이다. 이 때문에 법무부 상사법무과는 지난 3월 '준법지원인제도와 준법경영 활성화 방안'을 위해 학계에 연구용역을 줬지만 결과가 나오려면 반년 이상 걸릴 전망이다.
다만 이 같은 움직임이 결국 규제 강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상법과 시행령 등에는 도입의무조항은 있지만 지키지 않을 때 벌칙조항은 없다. 법무부 관계자는 "연구용역은 현황 파악 목적"이라며 "구체적인 방향은 그 이후에나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재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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