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넘버3의 반란] 보수적 투자 문화? 세 불린 현대홈쇼핑 시너지 기대
입력 2014-04-25 08:34  | 수정 2014-04-25 16:21

20년 전 국내 처음 출범하며 30억원대에 불과했던 홈쇼핑 시장 규모는 지난해 9조원에 이를 정도로 폭풍 성장했다. 홈쇼핑 업체 역시 6개까지 늘어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후발주자인 현대홈쇼핑은 6개 홈쇼핑 업체 중 매출 순위로 3위를 차지한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홈쇼핑이 달성한 매출액은 7998억원으로 1위 CJ오쇼핑(1조2605억원), 2위 GS홈쇼핑(1조417억원)에 이어 세번째로 높다.
그러나 부채비율로 따져보면 현대홈쇼핑이 23.7%로 가장 낮아 단연 1등이다. CJ오쇼핑의 경우 2012년(115%) 대비 줄긴 했으나 여전히 100%대이고 GS홈쇼핑은 50%에 달해 대조를 이룬다. 탄탄한 재무구조와 넉넉한 유동자산은 현대홈쇼핑만의 경쟁력으로 통하고 있다.
◆ 낮은 부채비율…M&A 큰 손으로 떠올라
일반적으로 낮은 부채 비율은 기업이 재무적으로 건전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빚을 내서라도 사업 확대를 해야한다는 입장에선 신규 투자를 꺼리는 기업 분위기로 읽히기 쉽다. 그런 의미에서 부채비율이 20%대인 현대홈쇼핑을 두고 투자에 보수적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현대리바트(옛 리바트)와 한섬 인수에 이어 최근 동양매직을 노리고 있는 현대홈쇼핑을 두고 투자에 인색하다고 하는 이는 많지 않다. 오히려 공격적 투자를 함과 동시에 재무적 견실함을 유지하는 곳으로 여긴다.
실제로 현대홈쇼핑은 탄탄한 재무구조 속에 유동자산이 업계 1,2위 못지않게 넉넉하다. 유동자산은 1년 이내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을 뜻한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홈쇼핑의 유동자산은 6959억7600만원으로 집계됐다. CJ오쇼핑(7712억2200만원)과 GS홈쇼핑(8560억3200만원)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사내유보금(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의 합산액) 역시 1조700억원을 넘는 상황이다.
넉넉한 '실탄' 덕분에 현대홈쇼핑은 M&A의 큰 손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이미 현대리바트와 국내 1위 여성복 브랜드인 한섬을 인수한데 이어 최근 뛰어든 동양매직 인수전까지 현대홈쇼핑의 몸집 불리기를 통한 먹거리 찾기는 계속 진행 중이다.
민영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홈쇼핑은 안정적인 재무 구조가 강점"이라며 "동시에 6000~7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수중에 보유하고 있는 점은 각종 M&A에서 현대백화점이 아닌 현대홈쇼핑을 전면에 내세우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 패션 전쟁 치루는 홈쇼핑, 우리에겐 '한섬' 있다
올해 홈쇼핑업계는 마진율이 높은 패션 부문에서 저마다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현대홈쇼핑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의류 사업 부문의 조직을 개편해 내부 전문성을 강화한 것을 비롯, 방송 편성 비중 및 디자이너 브랜드를 확대한 것은 모두 패션시장 선점에 나서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타임, 마인, 시스템, SJ 등 국내 여성복 브랜드 1위인 한섬을 등에 업은 현대홈쇼핑은 패션 입지를 넓히는 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 현대홈쇼핑은 한섬을 인수한 지 2년이 지나는 동안 이렇다할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한섬의 수익성이 떨어지며 주변의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좀 다르다. 1월초 패션 책임 상품기획자(MD)를 한섬으로 파견한 현대홈쇼핑은 양사 간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한섬 역시 현대홈쇼핑의 해외 유통망을 활용해 사업을 확대해나간다는 복안이다.
실제 한섬은 프랑스 파리에 편집숍인 '톰그레이하운드' 매장을 최근에 열어 이 곳을 해외진출의 전진기지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고가 브랜드 발리, 발렌티노, 지미추 등의 국내 판권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제임스펄스와 벨스타프의 판권을 확보했다. 현대홈쇼핑과 한섬이 낼 시너지에 대해 벌써부터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유주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올해 현대홈쇼핑과 한섬의 본격적인 협업이 기대된다"며 "회사의 고마진 의류·패션 부문이 더욱더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마진율 높은 모바일 영토 넓혀 고객 접점 확대
현대홈쇼핑은 사세 확장만큼 '모바일'을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해외직구·병행수입이나 소셜커머스 등 신(新) 쇼핑 문화에 대응하고 수익성과 성장성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홈쇼핑 회사의 모바일 쇼핑몰은 상품 가운데 50%를 TV 방송 상품으로 구성해 대부분 고마진 상품에 속한다. 따라서 모바일 쇼핑몰이 잘 될수록 홈쇼핑 회사의 수익성 개선에는 긍정적이다. 게다가 TV판매에서 지출하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수수료 등 비용이 따로 들지 않아 마진 폭을 더욱 키울 수 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 홈쇼핑의 모바일 쇼핑몰은 강한 소비 동기를 부여한다. 같은 상품이라도 TV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할인이 되고 추가 적립 등의 혜택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또한 홈쇼핑은 시간이 지나면 구매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는데 반해 모바일로는 놓친 상품 구매가 가능해 향후 꾸준한 성장을 기대케 한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지난해 모바일 상품 판매 강화를 위해 방송 화면에 QR코드를 삽입하는 등 방송 고객의 모바일 유입을 돕고 있다"고 "모바일 전문가 영입 등 채널 강화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 현대홈쇼핑의 연간 모바일 취급고는 전년대비 2배 늘어난 2000억원 규모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2013년 연간 모바일 취급고는 전년대비 298% 증가한 1036억원을 기록했다.
BS투자증권 오린아 연구원은 "올해 현대홈쇼핑은 TV부문의 양호한 신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쟁사 대비 성장 여력이 큰 모바일 부문 역시 긍정적이다"고 평가했다.
[매경닷컴 방영덕 /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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