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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미세한 차이가 희비를 갈랐다
입력 2014-04-18 21:39 
평균자책점 0.45로 짠물 투구를 펼쳤던 양현종은 18일 문학 SK전에서 무너졌다. 작은 균열이 문제였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이상철 기자] 11-0 SK의 승리. 김광현(26·SK)과 양현종(26·KIA), 토종 좌완 에이스 대결치고는 점수차가 컸다. 1점차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푹 쉰 SK 타선은 무서웠다.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큰 점수차로 갈릴 경기는 아니었다.
6회초까지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명승부였다. 그리고 누가 이길지 장담할 수 없었을 정도였다. 그만큼 김광현과 양현종의 투구는 환상적이었다. 언텨쳐블이 따로 없었다. 몇 차례 위기도 있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두 투수의 집중력은 대단했다. 한방은 터지지 않았다.
하지만 6회말 균형이 깨졌다. 아주 미세한 차이가 희비를 갈랐다. SK는 첫 타자 김성현이 좌전안타로 출루했다. 13타자 만에 출루 성공이었다. 안타를 맞았지만 양현종은 여유가 있었다.
그리고 김강민이 양현종의 초구를 때렸는데 유격수 김선빈 쪽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김선빈이팔을 뻗어 글러브를 갖다 댔으나 살짝 지나쳐 갔다. 워낙 빠른 타구이긴 했어도 잘 잡았을 경우 병살타로 연결될 수 있었다. 공식 기록은 김강민의 안타였지만 김선빈의 수비는 아쉬움을 남겼다.
무사 1,3루가 됐고 조동화의 스퀴즈 번트로 SK가 선제 득점을 뽑았다. 0의 균형이 깨진 셈. 그래도 1점차는 남은 3번의 공격에서 어떻게든 뒤집을 수 있는 간극이었다.
그 다음이 또 문제였다. 양현종은 최정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으나 루크 스캇을 루킹 삼진으로 잡았다. 스캇은 스트라이크존의 바깥쪽 꽉 찬 공에 당했다.

양현종은 2사 1,2루 이재원 타석에서 볼카운트 1B 2S에 4구를 바깥쪽 빠른 공을 던졌다. 스캇을 삼진으로 잡았던 결정구처럼 보였다. 이재원도 주저앉았고, 양현종과 포수 차일목도 스트라이크로 판단했다. 그러나 주심은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벗어났다고 볼 판정을 했다.
이 끝나지 않은 승부에서 양현종이 흔들렸다. 그리고 이재원은 8구까지는 접전 끝에 양현종의 117km 커브를 통타, 왼쪽 펜스를 맞히는 3루타를 날렸다. 3-0이 되면서 승부의 추는 급격히 SK로 기울었다.
KIA는 7회에도 불안했다. 양현종이 선두타자 나주환을 안타로 내보낸 뒤 정상호의 희생번트 타구를 직접 잡았다. 주자 나주환은 1루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2루수 안치홍이 1루 베이스 커버를 먼저 들어가던 터라, 정확히 송구하면 병살타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양현종은 악송구를 범했고 상황은 1사 2루가 됐다.
KIA의 유격수 김선빈이 18일 문학 SK전에서 6회 김강민의 타구를 잡았다면 경기 양상은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김성현을 볼넷으로 걸어내본 뒤에는 폭투까지 이어졌다. 포수 백용환은 순간적으로 공에서 시야를 놓쳤다. 실수였다. 1사 2,3루로 상황은 더 악화됐고 양현종은 146km 직구를 던진 게 실투가 되면서 김강민과 조동화에게 연속 3루타를 허용했다. 그리고 강판됐다.
뭔가 어수선했다. 1회 3루수 최정의 실책 외에 빈틈이 없었던 SK 수비와는 달랐다. 미세했던 차이가 점차 커졌고, 결국 11점차까지 벌어졌다. KIA는 데니스 홀튼(지난 16일 광주 한화전)에 이어 양현종까지, 가장 믿었던 두 카드를 쓰고도 쓰디 쓴 패배를 맛봤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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