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마켓레이더] 내수관련주 다시 주목받으려면
입력 2014-03-10 17:17 
최근 발표된 우리나라 소비증가율 지표가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갑고도 고무적인 소식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높아진 한국 경제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내수 확대를 대응책으로 꼽고 있기 때문이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내수를 진작하는 경제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소비가 우리나라 거시경제지표의 회복을 주도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정부의 내수 부양 의지와 정책적 배려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 등 선진국은 소비 위주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현재 미국의 소비지표와 경제여건이 전반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는 사실은 시장에서 큰 이견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과거 미국 경제가 어떤 정책 조합으로 소비 증가와 경기 회복을 유도했는지 살펴본다면 우리나라 소비가 되살아날 가능성과 지속 여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가계는 노동시장에 참여해 소득을 창출한다. 최근 미국에서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는 실업률과 늘어나는 신규 고용은 가계가 새로운 임금소득을 통해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음을 시사한다. 소비의 지속성은 가계가 축적한 자산 수준에도 영향을 받게 되는데 미국 가계의 금융자산과 부동산 등 실물자산의 합이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뛰어넘기 시작했다. 지난 4~5년간 진행된 구조조정의 결과다. 현재 완만하게 회복 중인 소비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미국 경제의 회복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내수 회복의 지속 가능성에 확신을 가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 정책의 주안점을 일자리 창출에 두고 고용률 확대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양질의 신규 고용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가계에서 자산보다 부채가 더 빠른 속도로 축적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고용과 가계 자산 증가에 대한 시장의 확신 없이는 금리 인하, 부동산 규제 완화 등 내수를 부양하려는 어떤 시도도 효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1000조원 이상의 가계부채 사정을 고려할 때 소비 회복의 지속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경제구조와 부채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만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소비를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자본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대한민국 내수 관련주를 다시금 주목하도록 만들 것이다.
[송기석 BoA 메릴린치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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