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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M] 해묵은 `독자신용등급` 수면 위로
입력 2014-03-06 14:31 

[본 기사는 3월 4일(06:05)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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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과연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까?"
만년 '추진과제'인 독자신용등급 도입을 놓고 시장 참여자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지만 도입 시기의 적절성이나 실제 도입 성사 여부 등을 두고 이런저런 얘기가 들린다. 일각에서는 독자신용등급을 도입할 만큼 시장이 성숙되지 않아 비우량 등급 기업들이 더 어려운 상황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린다.
4일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금융당국과 투자자뿐만 아니라 신용평가사들도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다만 독자신용등급이 어느 정도의 파급 효과를 불러올 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독자신용등급은 대기업 계열사에 대해 모회사 등 외부의 지원 가능성 등을 배제하고 개별 기업 자체 펀더멘털을 독립적으로 평가한 신용등급을 말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과 같은 국제신용평가사는 투자자들에게 신용등급과 함께 독자신용도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에도 도입을 추진한 바 있으나 STX와 동양 사태가 터진 이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올해 업무계획에 따르면 당국은 도입 시기를 오는 2015년으로 연기해 제도 도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참여자들은 제도 도입을 통해 '등급 인플레' 현상을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독자신용등급이 도입되면 기업 신용등급이 보다 현실적으로 신속하게 반영될 것"이라면서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기업의 신용도에 맞는 금리로 보상받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자신용등급이 공개된다고 해서 해당 기업의 신용등급이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독자신용등급은 최종 신용등급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중간재이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신용등급은 현재 발표되고 있는 신용등급과 같다. 하지만 외부 지원 여부과 관계 없이 기업의 재무건전성이나 사업안정성이 악화되면 최종 신용등급은 조정될 수 밖에 없다.
반면 독자신용등급 도입과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신용평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정보제공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무리한 추진은 시장에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당국이 시장 상황과 시장 참여자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자체가 독자신용등급을 받아들이기에 아직 성숙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다.
한 증권사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외국처럼 비우량 등급의 회사채를 소화해 줄 하이일드 시장 기반이 상당히 취약한 시점에서 독자신용등급을 도입하면 기업들에게 본의 아닌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며 "자금만 조달받으면 살아날 수 있는 회사 조차 신용등급 때문에 재기 불능이 돼 버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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