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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기억을 지우려 독일로 떠나는 김상식
입력 2014-01-10 06:01 
현역에서 은퇴한 김상식이 곧 독일로 지도자 연수를 떠난다. 충전도 하고 해외를 다니면서 견문을 넓힐 예정이다. 사진= 전북현대 제공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지난 8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 율소리에 위치한 전북현대 클럽하우스. 브라질 전지훈련을 떠나기 위해 선수단 버스에 오르던 이동국은 방향을 돌려 뒷짐을 진 채 후배들을 바라보고 있던 김상식에게 다가가 형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깍듯하게 인사했다. 그리고 김상식은 마음만 같이 갈게. 조심히 다녀와라”라고 인사했다.
2013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김상식이 이제 지도자로서의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1999년 성남의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후 한결 같던 15년간의 현역시절은 막을 내렸다. 전북 선수들이 떠난 뒤 마주한 김상식 ‘코치에게 아쉬움이 없냐고 묻자 그는 미련도 후회도 없다”라면서 웃음을 보였다.
김상식은 국가대표팀에서의 아쉬움은 조금 남지만, 돌이켜보면 참 행복하게 축구했던 것 같다”며 지난달을 돌아봤다. K리그 우승만 5회(성남 3회, 전북 2회) 경험했고 FA컵과 리그컵에서도 각각 1번씩 정상에 올랐다. 비록 준우승에 그쳤으나 ACL 결승전도 뛰었다. 최근 전북으로 이적한 김남일은 생각해보니 프로에서 단 1번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말을 했다. 김상식은 참 행복하게 축구한 사람이다.
그는 한 시즌 더 뛰고, 한 번 더 우승하고 은퇴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어떻게 욕심대로 살 수 있겠는가. 좋을 때, 적절할 때 떠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결정은 어렵지 않았다. 은퇴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은 10년 전부터 준비했다. 이제 그때가 된 것 뿐이다”는 뜻을 전했다.
이제 그때가 됐다라고 했으나 김상식은 여전하다. 은퇴 의사를 밝혔을 때 최강희 감독은 충분히 더 뛸 수 있으니 1년 더 함께하자 제안했다. 이동국이 이제 코치 몸을 좀 만들어야하는데 자꾸 선수처럼 군다”라고 타박했을 정도다. 김상식은 선수들하고 훈련하는데 몸이 아직 선수 때를 기억하더라”라면서 웃었다. 그저 좋을 때 떠나고 싶었을 뿐이다.
행복했던 선수로서의 여정을 마친 김상식은 이제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섰다. 지난 12월 파주NFC에서 지도자 2급 교육을 마친 그는 곧 유럽으로의 지도자 연수를 떠날 예정이다. 김상식은 충전할 겸 해외를 다니면서 견문을 넓힐 예정이다. (최강희)감독님 역시 곧바로 코치를 하는 것보다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면서 2월초에 독일로 나갈 것”이라는 스케줄을 전했다. 몸의 기억을 지우기 위한 첫 작업이다.

김상식은 구단에서 지원을 약속했다. 해줘야한다. 안 해주면 해달라고 조를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 남일이든 동국이든, 후배들도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라면서 먼저 길을 내겠다는 의지도 전했다. 필요한 작업이다. 독일에서 5월까지, 시즌을 본 뒤에는 월드컵이 열리는 브라질로 떠날 계획이다.
그는 월드컵을 직접 지켜볼 참이다. 배우고 느끼는 게 많을 것 같아 설렌다. 후배들도 격려해주고 싶다. 혹시 내가 도울 것이 있다면 허드레 일이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는 뜻을 전했다. 이튿날 김상식은 구단 사무실에서 이철근 단장을 만나 지도자 연수에 대한 든든한 후원을 약속 받았다. 비용이 만만치 않았으나 전북은 ‘쿨한 대우로 헌신한 선수에 대한 예를 갖췄다. 덕분에 앞으로 김상식의 뒤를 밟을 후배들도 편하게 됐다.
한때 ‘식사마로 통했을 만큼 입담이 뛰어난 선수다. 김상식은 그때 식사마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했어했다”며 여전한 끼를 발산했다. 아쉽지만 필드 안에서는 누구보다 열정적이었고 필드 밖에서는 주위에 웃음꽃이 끊이지 않았던 행복한 축구선수 김상식은 이제 없다. 하지만 머잖아 형님 같은 지도자로 컴백을 약속했다. 혹시 아는가. 당장은 아니겠으나 훗날, 멋진 입담을 앞세워 해설가로 변신할지도 모를 일이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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