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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 생태보고서①]흡수 혹은 독자생존 ‘갈림길’
입력 2013-12-24 12:00  | 수정 2013-12-24 12:01
"알짜배기 중소기획사라면 요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같은 대형기획사에 흡수되느냐, 독자 브랜드로 살아남느냐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한 실력파 걸그룹을 성공리에 데뷔 시킨 A기획사 대표는 요즘 고민이 많다”고 했다. 회사의 미래를 놓고 주판알을 튕기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 그가 힘들게 키워놓은 회사다. 그간의 노력이 아깝지만 더 큰 시장을 바라 보면 역부족인 것도 사실이다.
기획사 브랜드 시대다. 소위 ‘기획사 빨이 중요해졌다. 가수가 어디 소속이냐에 따라 대중의 기대치가 달라진다. 기획사의 이름값만으로 가수나 그룹의 성공이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예전과 비교하면 커졌다.
다수 아이돌 그룹을 보유한 기획사는 자체 브랜드 공연을 연다. SM·YG·JYP·큐브엔터테인먼트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케이팝 해외 팬은 특정 가수를 좋아하게 되면 그 가수와 같은 소속사의 다른 가수까지 덩달아 응원한다. 이들 팬덤의 충성도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기획사들은 점점 몸집을 불리고 회사명을 알리려 한다. 인기 아이돌을 많이 보유할 수록 그만큼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커진다. 한 두 팀의 아이돌로는 승부가 나지 않는다. 중소기획사가 대형기획사에 맞서 확실한 차별화로 승부해 볼 만하나 장기전에선 거의 승산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규모의 경제다. 대형화를 통해 경영 효율을 높이고 꾸준히 돈을 벌 수 있는 자생력을 키워 회사 자체를 튼튼히 하려는 게 목적이다. 일본 시장의 의존도를 줄이고, 아직은 마니아 층일 수밖에 없는 유럽·미국에서 수지타산이 맞는 공연이 가능하다. 덩치가 커지면 방송 출연이나 합동 공연도 쉽고,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대형 기획사라도 한꺼번에 여러 팀을 스타로 만드는 일은 어렵다. 자본력이 든든한 대형 기획사가 특정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성을 인정할 만한 몇몇 강소기획사에 군침을 흘리는 이유다.
범위의 경제 논리도 해당된다. 승용차를 생산하는 기업이 트럭을 함께 만들면 최소한 일정 부품에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음악 생산·유통자가 직접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을 육성·개발·제작하면, 한 우물만 파는 이보단 상대적으로 이문을 남길 가능성이 높다.
A 기획사 대표는 얼마 전 한 음원 유통회사로부터 거액을 줄테니 소속 가수를 포함해 직원들을 모두 데리고 오라는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일종의 자회사 성격의 레이블을 맡아달라는 B사의 제안이었다. 그는 "각 분야에서 독창적인 능력이 검증된 강소 기획사들을 영입하려는 대형사의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아이유 소속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이하 로엔)는 씨스타 케이윌의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이하 ‘스타쉽)의 지분 70%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 투자에 따라 스타쉽은 주요 경영진 변경 없이 고유 컬러를 유지하며 독립적 레이블 체제로 운영된다. 여기에 로엔의 기존 레이블과 함께 양질의 콘텐츠 생산 및 마케팅 협력을 통해 양사간의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로엔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제작 역량이 뛰어난 프로듀서 및 기획사에게 폭넓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각 레이블별 창의성을 극대화 해 콘텐츠의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시장 개척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한류 확산에 이바지 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SM엔터테인먼트(SM)도 인피니트·넬 등이 소속된 울림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합병(M&A)했다. SM은 레이블 형태로 울림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한다. 즉 SM 산하의 울림 레이블(Woolim Label)이다. 울림 레이블에 대한 음악 배급·유통 및 부가사업은 SM엔터테인먼트가 갖는다. 레이블로서의 순수한 역할은 SM C&C가 맡았다.
당시 SM 측은 "인피니트, 넬, 테이스티 등 울림 레이블 아티스트의 경쟁력과 그룹이 보유한 최고 수준의 글로벌 사업 역량 및 네트워크가 접목하면 전체 매출 및 이익 구조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대형사의 러브콜은 자본력이 뒷받침 되지 않은 중소사에겐 달콤한 유혹이다. 이들이 분업화·전문화된 시스템을 갖춘 대형사를 당장 따라잡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차라리 일종의 하도급 업체가 될망정 ‘내 가수를 제대로 띄우겠다'면 대형 기획사 아래가 유리할 수도 있다.
이미 일본에선 이런 구조가 자리를 잡은지 오래다. 소니뮤직, 유니버설뮤직 등 대형 음반·음원 유통사들은 직접 레이블을 설립해 가수를 매니지먼트하고 제작하는 데 관여한다. 이 레이블에는 사실상 크고 작은 소규모 기획사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SM과 로엔 측은 이번뿐 아닌 여러 엔터테인먼트사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인수합병를 추진하고 있다. 양측 관계자는 "특화된 강점이 명확한 레이블 설립은 계속될 예정"이라며 "이는 기존 그룹의 부족한 점과 새 레이블의 장점이 결합해 상호 보완되는 '윈윈' 전략"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fac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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