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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윤진서 "초등학생 때부터 오묘, 섹시하다고…"
입력 2013-12-19 11:32  | 수정 2013-12-19 16:39
배우 윤진서(30)는 의외성의 연속이다. 그는 자신의 성격이 "쾌활하고 밝으며 유쾌하다"고 했다. "여고 동창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떤다"고도 했다. 또 "운동 좋아하고, 남들이 죽여놓은 나무 살리는 것도 잘한다"고 웃었다. 그를 바라보는 이미지는 "말 없고 사색을 좋아하며 혼자 있는 걸 즐길 것 같다"이다. 하지만 보기 좋게(?) 배신당했다. 그런 모습이 있을 수도 있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일부분의 모습일 뿐이다.
윤진서는 이런 주위 시선을 알고 있었다. 개의치 않는다. 그는 또 오묘한 눈빛과 섹시한 이미지로 비치는 것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쿨하게 답한다. "어렸을 때부터, 아마 초등학교 때부터였을 거예요. 예쁘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죠. '오묘하다', '섹시하다' 이런 얘기는 많이 들었어요."
그는 지난 8월에는 책도 냈다. 연기가 힘들 때 끄적거린 것이 깊게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고, '비브르 사비' 산문집까지 내게 됐다. 평가도 꽤 좋다.
26일 개봉하는 영화 '그녀가 부른다'(감독 박은형)에서 맞춤옷을 입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본인의 실제 모습과는 다르다고 하니 그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노력의 산물인 게 분명하다. 영화는 세상의 편견 속에서도 거침없이 살아가는 시골 마을 영화티켓 판매소 직원 진경(윤진서)의 삶을 이야기 한다. 3명의 남자가 진경을 좋아하지만, 그는 외로운 인물. 영화는 사랑을 받으면서도 외로운 그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과 가족의 존재 자체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풀어낸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영화진흥위원회 제작 지원작으로 선정된 영화다.
영화 속에는 윤진서의 일상생활도 녹아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는 실제 세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거나, 누군가와 연애를 해도 외로워 보이는 것 같은 진경이라는 인물의 생활을 경험해본 적은 없다며 오롯이 극 중 인물이 진경이 되도록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다.
"과거를 많이 생각하는 편이이에요. 영화 속 인물이 25살이라면 '이 사람은 어떻게 살아왔을까?", '어떤 게 결핍이 됐을까?'를 생각하죠. 그렇게 신경을 쓰다 보면 그 인물이 돼요. 이번에도 진경은 일반 회사원이었는데 사랑한 사람한테 상처를 받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사랑을 했는데 또 다른 사랑에 슬퍼한 것 같아요. 인간관계가 귀찮고 힘들어 시골에 온 인물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했어요."
윤진서는 본인이 진경이 같지는 않지만, "우울할 때도 있고 심심할 때도 있다"고는 했다. 여느 보통 사람과 비슷한 정도다. 물론 "밝게 보이려고 노력하고, 건강하게 보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족을 떠올리는 연기는 자신있다고 자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엄마와 언니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상황 설정에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상상은 구체화되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 오버랩된다는 것. 그는 "사랑하는 사람이 다치는 상상을 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녀가 부른다'의 후반부 "밥은 먹었냐"는 경호(오민석)의 말에 울컥 감정을 쏟아내는 장면은 압권이다.
'그녀가 부른다'는 미국 뉴욕에서 요가 공부를 하고 있을 때 출연 제의를 받았다. 시나리오를 읽는 데 먹먹했고, 독립영화로 만들어질 작품이었지만,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여자의 삶이 먹먹하고 공감할 사람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참여를 결정했다. 자격증 코스를 끝내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그는 "체력적으로 힘들어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고 링거를 맞기도 했는데 마음적으로 에너지가 소비되는 영화는 아니었다"며 "정신적으로 행복해하면서, 일종의 치유가 되면서 촬영한 영화"라고 만족해했다.
윤진서는 그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해왔다.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어도 본인이 하고 싶은, 느낌이 와 닿는 작품을 택했다.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그녀가 부른다'에 참여했고, 앞으로 '산타바바라'와 '태양을 향해 쏴라'도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일단 '그녀가 부른다' 개봉을 앞두고 있으니 떨린다는 윤진서. "언제나 새 영화를 들고 무대에 서면 설레고 떨린다"고 미소 지었다. 거의 3년 만에 개봉을 하는 작품이니 더 그렇다.
"관객이 많으면 좋은 거겠지만, 소수의 관객이라도 이 영화를 잘 이해해주고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1회성 영화가 아닌 몇 번 봐도 좋을 영화를 좋아해요. 물론 다른 영화들에도 참여했지만 제 나름의 중심선을 지키려는 생각은 하죠."
앞에서 오묘한 눈빛과 분위기에 대해 말했는데 매번 언급되는 이야기다. 본인의 이미지가 한쪽으로 쏠리는 것에 대해서 우려는 하지 않을까.
"코미디나 재미있는 역할을 예전에 해보긴 했는데 지금 비치는 제 이미지를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언젠가 좋은 기회가 되면 또 도전해 보고 싶긴 해요. 잘 표현해줄 수 있는 감독님이나 작가님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그는 또 계속 비슷한 이미지로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 자신감 있는 답변을 내놨다. 그는 "사람들이 갖고 태어난 것은 변할 수 없는 것 같다"며 "송강호, 전도연 선배가 매번 엄청나게 다른 연기를 하는 것 아니지 않나. 연기적인 면에서 깊이를 더하거나, 그 영역을 넓히는 데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나도 내가 더 많이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아직 도망가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온 것 같다"고 강조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의외성 가득한 그에게 활동하다가 언제 어딘가로 아무도 모르게 훌쩍 떠날 것 같다고 말하자 "연기 없이는 못살 것 같다"며 "잠깐 어딘가에서 카페 일을 하거나 청소를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건 일을 안 하는 게 아니고 잠깐 쉬는 것"이라고 배시시 웃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유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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