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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우리가 시중은행보다 못한 게 뭐야?"
입력 2013-12-16 11:39  | 수정 2013-12-17 15:48

#. 직장인 A씨(39)는 갖은 부침 속에서도 지난 10여 년간 저축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이용해 온 자타공인 '저축은행 마니아'이다. 하지만 지난 13일 자정께 인터넷 거래를 통해 송금하려던 A씨는 작업을 미룰 수 밖에 없었다. 시중은행은 영업외 시간에도 자유롭게 입출금 등 인터넷뱅킹 업무가 가능한 반면 저축은행 거래는 오전 0~4시까지 거래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과 거래하는 고객들은 대부분 시중은행과도 거래하는 고객들이다. 그만큼 고객들은 시중은행에 비해 불편한 저축은행 거래의 문제점을 발견하기 쉽다. 하지만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이들의 직접적인 신고가 없다면 이를 일일이 파악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저축은행중앙회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중앙회는 저축은행 IT시스템 개선을 위해 금주 중 시중은행에 비해 저축은행이 불편한 점에 대해 대대적인 고객 설문과 전국 영업점 탐방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저축은행의 경우 전자금융에 필수적인 IT통합전산망을 중앙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구조다. 개별 저축은행은 단말기를 통해 중앙회의 IT통합전산망을 활용하고 있다.

김성화 저축은행중앙회 부회장은 16일 "저축은행은 인프라 투자규모가 작고 고객수도 적다보니 전자금융 체계가 시중은행에 비해 다소 미약한 것이 사실"이라며 "어떻게 해서든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려면 고객이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중앙회는 고객들이 전자금융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저축은행 6곳을 선정해 거래고객들을 대상으로 불편 애로사항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은행당 50명씩 총 300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시중은행에 비해 부족한 부분에 대한 의견을 적극 수렴하게 된다.
저축은행중앙회는 또 전국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실시할 방침이다. 중앙회 직원 4명이 1조를 이뤄 전국 4개 권역에 총 16명이 투입된다. 영업현장 일선에 있는 저축은행 직원들의 목소리를 통해 시스템적으로 미비한 점을 파악해 조치하기 위함이다.
김성화 부회장은 "이번 조사는 기본적으로 저축은행 업계가 서민을 위한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서민 고객이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저축은행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어 "전반적인 불편사항을 조치하기에는 범위가 너무 넓어 IT부문부터 조사하게 됐다"며 "향후 같은 방식으로 여신상품, 수신상품 등으로 범위를 넓혀 조사계획을 잡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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