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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쿠젠 보험’, 류승우도 제주도 손해는 없다
입력 2013-12-14 10:05 
류승우도 제주도 손해 보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 위험 부담을 덜면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 서로 일종의 보험을 든 셈이다. 사진= 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일각에서는 ‘편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서로 영리한 판단에 가깝다. 자신도 팀도,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그것도 위험 부담을 덜면서 진행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 서로 일종의 보험을 든 셈이다.
2014시즌 K리그 최대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제주유나이티드에 입단한 류승우가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으로 임대된다. 12일 프로연맹에서 실시하는 신인선수 교육까지 참석했던 류승우가 13일 전격 임대를 발표했다. 신인교육 현장에서 선배 김신욱을 향해 어떻게 하면 슬럼프를 벗어날 수 있는가”라는 질문까지 했던 류승우가 손흥민이 뛰고 있는 레버쿠젠 임대를 결정한 것은 분명 갑작스러운 일이다.
제주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류승우의 레버쿠젠행을 알렸다. 류승우의 기량 발전을 위해 ‘위탁 임대한다는 발표였다. 유망주를 육성하기 위해 팀의 욕심을 버리겠다는 것이 이번 임대결정의 요지다. 구체적인 조건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일단 기간은 1년이다. 2013-14시즌 후반기와 2014-15시즌 전반기까지다. 그런 뒤에는 기본적으로 제주로 돌아오는 것이 이번 계약의 골자다. 물론,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겉으로 봤을 땐 제주유나이티드의 희생이 있다. 박경훈 제주 감독 역시 13일 MK스포츠와의 전화통화에서 솔직히 고심이 컸다. 제주 입장에서도 류승우는 심혈을 기울여 영입한 선수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빅리그에 가서 경험을 쌓는 게 더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면서 성공 여부를 떠나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레버쿠젠 같은 세계적인 팀의 소속으로 빅리그에서 뛰는 건 류승우는 물론 한국축구에도 이득이 될 것”이라는 말로 대를 위해 소를 희생했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제주 입장에서도 나쁠 것만은 없는 계약이다. 일단, ‘품 안의 자식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계약은 ‘위탁 임대라는 표현이 나온다. 쉽게 말하면, 임대한 구단 레버쿠젠이 기간 동안 류승우의 가능성을 지켜본 뒤 추후를 판단한다는 내용이다. 성장 가능성이 부족하다 판단하면 원 구단(제주)으로 돌려보내는 것이고, 꽤 괜찮은 물건이라 여긴다면 완적이적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다른 구단으로의 이적도 가능하다.
실패하고 돌아오더라도 제주는 빅리그에서 1년 동안 알게 모르게 성장했을 2년차 플레이어를 스쿼드에 포함시킬 수 있다. 만약 완전이적 이야기가 나돌게 된다면 제주는 류승우 원 소속팀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돈을 챙길 수 있다는 뜻이다. 든든한 보험인 셈이다. 류승우라는 물건 혹은 그에 상응하는 돈을 받을 수 있는 보험이다.

류승우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제주 입단 전부터 꾸준하게 해외클럽의 러브콜이 들어왔던 류승우가 결정을 마다했던 것은 결국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었다. 지난 10일 신인 드래프트에서 만난 류승우는 갑작스런 조명에 여러 가지로 부담스러웠다. 개인적으로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생각을 했다”는 말과 함께 차근차근 성장하기 위해 K리그를 택했다는 뜻을 전했다. 어느 정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는 뜻이다.
K리그 신인선수선발 드래프트를 거치지 않고 해외로 진출할 경우, 향후 5년간 K리그 입단 금지 조항이 생긴 것도 부담스러웠다. 좋은 자원들이 무분별하게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규정인데, 유망주 입장에서는 해외에서 실패할 경우 앞길이 막막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류승우 입장에서도 레버쿠젠 임대는 ‘보험이다.
류승우의 소속은 이제 제주다. 친정이 있는 상황에서 편한 마음으로 유럽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조건이 생겼다. 만약 그 1년 동안 성공적으로 성장한다면 완전 이적도 가능하다. 혹여 일이 좀 그르치더라도 제주로 돌아와 K리그에서 새로운 길을 도모할 수 있다. 이제 약관에 이른 어린 선수 입장에서는 큰 짐을 덜었다.
‘윈-윈에 가까운 결정이다. 이득을 얻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는 장사를 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류승우에게도 제주에게도, 레버쿠젠 임대는 든든한 보험이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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