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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스릴러 도전` 김현석 감독 "`시라노` 이후 로코 질렸죠"
입력 2013-12-03 13:46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2005), '스카우트'(2007) 등을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현석(41) 감독은 '시라노; 연애조작단'(2010) 이후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질렸다고 했다. "재미가 없었다"는 이유다. 김 감독이 자신의 시나리오가 아닌 다른 사람의 각본 영화 '열한시'를 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열한시'는 내일 오전 11시로 시간 이동에 성공한 연구원들이 가까운 미래에서 가져온 24시간 동안의 CCTV 속에서 죽음을 목격하고 그것을 막기 위해 시간을 추적하는 내용. 김 감독의 전작들과는 다른 스타일의 타임슬립 스릴러다.
"사실 투자사에서 여러 개 시나리오를 줬어요. 일부러 험한 길을 택했죠. 휴먼 코미디를 하는 걸 바라는 눈치였는데, 그러면 제가 시나리오 쓰고 연출했겠죠. 굳이 다른 사람 작품을 할 필요는 없었겠죠. 그런데 이번 작업을 하고 보니 무모했던 것 같긴 해요."(웃음)
"안전하게 갈 수 있었겠죠. 하지만 전 아직 가정도 없어서 그런지 영화를 찍으면서 '나에게도 아직 순수함이 남아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프로듀서가 예산을 짜려고 하는데 '멘붕이 왔다!'고 하더라고요. 돈으로 짜넣을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어떻게 해요. 이미 작업은 진행된 상태였는데"
'열한시'의 태생은 어두웠다. 심리 스릴러 요소가 더 강했다. 김 감독을 만나 다소 밝아진 게 이 정도다. 코미디적인 요소와 멜로 부분에도 힘을 실었다. 영화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결말에 이르는 방식을 신선하고 치밀하게 꾸미려 했다. 초반 비주얼에는 지적을 많이 한다. 김 감독도 못내 아쉬워하는 눈치다.
"제가 짊어지고 가는 거죠"라고 아쉬워하는 그였지만, 모든 걸 포기한 듯한 말투는 아니다. 후반작업에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후반작업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강조했다. 블록버스터 영화는 돈도 많이 투입하고, 후반 작업도 공을 들이지만, '열한시'는 그럴 수 없었다. '가내 수공업'처럼 CG 등 모든 걸 '열한시' 팀이 다 했다.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다행히 관객의 반응은 좋다. 3일까지 50만명(영진위 기준)에 육박하는 관객이 영화를 봤다.
현재와 미래를 다루는 내용이니 과학적인 오류도 신경이 많이 쓰였을 것 같다. 김 감독은 "국내 블랙홀 전문가인 박석재 박사(한국천문연구원 전문위원)가 큰 힘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자신이 책임질 테니 마음대로 하라고 하셨어요. 물리학은 이론이 하자 없는 한 그전까지는 참이 되는 거래요. 웜홀을 이용해 이동하는 게 가장 좋았죠. 누구도 시간여행을 한 적이 없으니 이론적으로만 가능하다면 된다는 말이었어요. 자신감이 생겼죠!!"
김 감독은 읽기 쉽다는 서적도 추천받았지만 역시나 어려웠다. 현장 스태프로 카이스트 출신을 기용해 도움을 얻기도 했다. 이 스태프가 서적을 읽고 콘퍼런스를 통해 배우와 제작진 각자가 의견을 개진했다. '열한시'는 그렇게 탄생한 결과물이다. 김 감독은 "심한 오류는 없지 않나요?"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 감독의 연출 스타일은 독특하다. 앞서 여주인공 김옥빈은 시사회에서 영화 초반 설렁설렁한 김 감독의 연출 스타일에 "화가 났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존경에 찬 눈으로 김 감독을 바라보는 게 공식자리에서도 드러났다.
"제 스타일이요? 클린트 이스트우드 스타일이에요.(웃음) 배우를 못 믿으면 안 되죠. 한 번 같이 한 배우들은 다 알아요. 물론 처음에 신뢰를 위한 작업이 필요하긴 합니다."(웃음)
삶의 방식도 독특하다. 걱정 안 하고 자유롭다고 하는 게 더 맞는 말일 것 같다. "쓸데없는 걱정 같은 건 안 해요. 좋은 작품 만들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품 만드는 것도 행복 일부라고 생각하죠. 그게 전부는 아니고, 다른 것들도 많지만요(웃음). 영화를 열심히 하는 이유는 형편없게 만들면 내 인생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김 감독은 다시 로맨틱 코미디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열한시'가 자극이 됐다. 나중에 다른 작품을 연출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고 좋아했다. '열한시'에서 근 미래를 가정하며 그룹 미쓰에이 수지와 소녀시대 윤아의 결혼을 언급하는 장면이 있는데 차기작을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고 하니 "그냥 좋아하는 아이돌이라서 넣었다"고 멋쩍어했다. 하지만 혹시라도 같이 작업하게 된다면 "수지나 윤아 말고 다른 여가수를 쓰고 싶다"고 웃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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