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삼성 ‘8연패’ 끊은 ‘삭발의지’…김승현부터 시작됐다
입력 2013-11-07 21:07 
[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프로농구 서울 삼성 선수들이 달라졌다. 7일 잠실실내체육관에 들어선 삼성 선수들은 군 입대를 앞둔 것처럼 머리를 짧게 잘랐다. 8연패의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삭발 의지였다. 분위기 반전을 위한 선수들의 자발적인 단체 행동이었다.
근심이 가득했던 김동광 삼성 감독도 선수들의 짧은 머리를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김 감독은 8연패를 당하니까 선수들도 답답했을 것이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닌 자기들이 알아서 깎았다. 선수들의 의지가 엿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오늘은 무조건 연패를 끊는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7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스와 서울 삼성의 경기에서 삼성 이동준이 삭발 투혼을 벌이고 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선수들은 왜 머리를 짧게 잘랐을까. 삼성 주장을 맡고 있는 가드 김승현의 생각이었다. 김승현은 발목 부상을 당해 코트에 나서고 있지 않다. 이제야 걷기 시작해 11월 말이나 돼야 복귀가 가능하다.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던 김승현은 코트에서 뛰지 못하는 대신 코트 밖에서 리더십을 발휘했다. 선수들에게 삭발을 하자고 제안했고, 선수들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경기가 없었던 지난 4일 솔선수범해서 머리를 잘랐고, 다른 선수들도 뒤를 이어 4, 5일 머리를 짧게 잘랐다.

김승현은 우리 선수들 머리가 지저분하더라”며 쑥스러운 듯 농담을 던진 뒤 연패에 빠져 있기 때문에 분위기 쇄신이 필요했다. 머리라도 밀어서 의지를 보여야 단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승현은 내가 뛰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크다”고 덧붙였다.
삭발 투혼 덕분이었을까. 이날 삼성은 고양 오리온스를 상대로 접전 끝에 69-64로 이기며 지긋지긋했던 8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지난달 13일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서 1승을 거둔 뒤 26일 만의 승리였다.
3쿼터까지 47-48로 뒤졌던 삼성은 4쿼터 들어 제스퍼 존슨이 3점슛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부상에서 복귀한 마이클 더니건이 57-59로 뒤진 경기 막판 연속 덩크슛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61-61로 맞선 종료 1분43초전 이시준의 돌파로 다시 리드를 잡았고, 1분3초를 남기고 더니건이 천금같은 공격 리바운드에 이어 파울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켜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더니건은 부상 복귀전에서 15점 12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맹활약했고, 이정석과 차재영이 나란히 3점슛 2개를 터뜨리며 각각 14점 4어시스트, 13점 7리바운드씩 보태 승리를 이끌었다.
삼성은 더니건의 복귀와 선수들의 삭발 투혼에 힘입어 힘겹게 시즌 2승(9패)째를 거두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고, 오리온스는 리온 윌리엄스가 4쿼터 승부처에서 5반칙 퇴장을 당하는 등 6점 3리바운드에 묶이며 시즌 8패(3승)를 당해 8위에 머물렀다.
한편 안양실내체육관에서는 서울 SK가 KGC를 64-59로 이겼다. 김민수와 박상오가 복귀한 SK는 애런 헤인즈가 20점으로 맹활약하며 9승2패로 단독 선두를 유지했다. 반면 KGC는 양희종이 3점슛 4개를 포함해 23점 5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분전했지만,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KGC는 2승9패를 기록하며 삼성과 공동 9위로 내려앉았다.
[min@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