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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윤혜 “첫 주연 ‘소녀’, 모델 아닌 배우로…”
입력 2013-11-07 13:28  | 수정 2013-11-07 15:31
벌써 데뷔 10년 차인데, 연예인이라는 말이 여전히 어색하고 오글거려서…어디에서든 항상 ‘학생이에요라고 말하고 다녔어요. 좀 익숙해질 때도 된 것 같은데 말이죠. 욕심이요? 음, 이제는 ‘그 친구, 모델인 줄 알았더니 제법 연기도 할 줄 아네!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부끄럽네요, 헤헤!”

첫 주연을 맡은 소감을 묻자, 배우 김윤혜(22)가 수줍은 미소를 띠며 이 같이 답했다. 신비한 마스크 덕분인지 어딘가 묘한 분위기를 지녔다. 초점 없이 반짝이는 눈빛이 인상적인, 흡사 주술에 걸린 인형을 떠올리게 한다. ‘키득 거리며 웃는 그녀를 보니 천생 ‘소녀다.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이 겉모습만 보고 선입견을 가졌어요. ‘새침하다 ‘도도하다 ‘공주병 걸린 것 같다 등등…심지어 ‘무섭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죠. 알고 보면 그저 평범하고, 털털한 학생인데.”
김윤혜는 2002년 패션지 ‘보그걸 표지모델을 통해 연예계에 데뷔했다. 매력적인 비주얼로 일찌감치 눈길을 끈 그녀는 영화 ‘점쟁이들, 드라마 ‘이웃집 꽃미남 등을 통해 잠재력을 입증해왔다.
특히 이번에는 첫 주연 작인 영화 ‘소녀를 통해 어리고 발랄한 소녀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 던졌다. 신비와 도발, 설렘과 두려움의 경계를 서성이는 까다롭고 복잡한 ‘소녀 역할을 섬세하게 표현해 ‘최적의 캐스팅이라는 찬사를 얻었다.
‘해원에 대한 첫 인상은 그냥 ‘어렵다였어요. 시나리오를 보는 내내 아팠고 뭔지 모르게 깊은 상처가 느껴졌어요. 이 복잡 미묘한 감정을 내가 과연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걱정도, 부담도 컸어요. 그런데 정말 하고 싶더라고요, 아니 꼭 해야만 했어요.”
아버지와 단 둘이 지내는 ‘소녀 해원. 오직 홀로 스케이트 타는 것만으로 외로움을 달랜다. 아름다운 외모와 조용한 성격은 독이 돼 마을 사람들의 오해와 잔혹한 소문의 주인공이 된다. 그런 해원에게 소문을 믿지 않는 소년 윤수(김시후)가 나타난다. 해원은 윤수와 서서히 마음을 나누게 되지만, 그녀의 아버지가 한쪽 팔이 잘린 채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지옥 같은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해원이가 어떻게 보면 그저 피곤해 보일 수도 있는,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느낌이 들어요. 이 아이의 마음속은 어떨지, 관객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하는 게 가장 큰 숙제였어요. 억울하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당당해야 했고, 동시에 여자의 냄새도 풍겨야 했죠. 말 보다는 눈빛으로 많은 걸 표현해야 했어요. 힘든 작업이었죠.”
소화해야 할 건 감정신만이 아니었다. 김윤혜는 수위 높은 노출 연기도 펼쳐야 했다. 스물 두 살의 어린 나이에, 농도 짙은 애정신을 당차게 리드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상대 배우인 시후 오빠와 생각보다 빨리 친해지지 못해 부담이 됐어요. 그나마 가장 마지막에 찍은 장면이라 다행이었어요. 모든 면에서 어느 정도 편안해진 상태였거든요. 부족한 점은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생각하면 아직도 부끄럽네요! 하하!”
사실 영화‘소녀는 단순히 소년과 소녀의 달달한 사랑을 청춘 로맨스가 아니다. 장르적으로 하드보일드, 로맨스가 혼재됐다. 사소한 말에서 시작된 폭력은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과 만나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두 주인공에게는 큰 상처가 된다. 결국 청소년과 어른의 경계점에서 서성이는 소년과 소녀의 ‘잔혹한 성장담이다.
작품 자체가 밝고 아름다운 사랑담이 아니어서 형언할 수 없는 우울함이 있었어요. 작품이 끝난 후에는 일종의 ‘후유증을 앓았는데, 2주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지냈던 것 같아요. 몸이 피곤한 것도 아닌데 잠만 잤어요. 나중에 듣고 보니 시후 오빠도 그랬다더라고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마냥 해맑던 ‘소녀의 미소가 사라진다. 그녀는 한층 진지해진 눈으로 나 역시 말로써 남에게 상처를 준 적이 있었겠다 싶었다. 의도는 그게 아니였지만 상대방은 충분히 아팠을 수도…”라고 말끝을 흐렸다.
작품을 보시는 분들이 분명 쓸쓸하다는 생각은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끝나고 이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 때문에 분명 표현할 수 없는 ‘따뜻한 무언가를 느끼실 거예요. 여운이 짙게 남을, 스스로 어떤 생각을 가능케 하는 작품이에요. 말에 대한 폭력성에 대해 한번쯤 깊이 생각하게 하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
끝으로 이번 작품을 통해 어떤 칭찬을 받고 싶냐”고 물었더니, 연기를 하는 사람이니, ‘배우로서 각인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좋겠다”며 다시 웃는다.
이상하게도 ‘배우 ‘모델 ‘연예인이라는 호칭이 스스로 어색하고 오글거렸어요. ‘학생이라는 말이 더 편해 어디서든 그렇게 말하고 다녔죠. 이제는 좀 달라보였으면 좋겠어요. ‘아, 저 친구가 연기도 제법 할 줄 아네?라는 이야기를 듣는 다면 참 좋을 텐데! 10년 후에는 배우라는 말이 어울렸으면 좋겠어요. 그 때를 상상하며 정말 열심히 했답니다. 응원해주세요!”
한편, 영화 ‘소녀는 말실수로 친구를 죽음에 이르게 한 도시 소년 윤수(김시후)와 이상한 소문으로 따돌림을 당하는 시골 소녀 해원(김윤혜)의 이야기다. 비슷한 트라우마를 지닌 두 소년 소녀가 만나 사랑을 하게 되지만 이들을 둘러싼 언어적, 물리적 폭력으로 비극이 시작된다. 11월 7일 개봉.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사진 유용석 기자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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