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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 선발 아닌 구원 니퍼트, ‘묘수’가 되다
입력 2013-10-13 06:10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벼랑 끝에 몰렸던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깜짝 카드는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2)의 구원 기용이었다. 그리고 이 결정은 준플레이오프 시리즈 향방을 좌우할 ‘묘수가 됐다.
니퍼트는 선발투수다. 단순히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지키는 투수가 아니다. 두산의 에이스다. 구원 등판이 낯선 건 아니나, 그는 국내 진출 이후 대부분 선발투수로 나섰다.
지난해 정규시즌 LG 트윈스전과 준플레이오프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구원 등판한 경험이 있지만, 딱히 달콤한 추억으로 남아있지는 않다. 올해 19번의 등판도 모두 선발이었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 니퍼트의 구원 등판은 깜짝 카드였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이 결정은 두산에게 묘수가 됐다. 사진=김재현 기자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니퍼트는 지난 11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8회 등판해, 2이닝을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두산이 2-1의 살얼음판 리드를 이어가던 터라, 니퍼트의 환상투는 매우 눈부셨다.

니퍼트는 넥센의 반격을 허락지 않았고, 두산은 한 해 농사를 좀 더 연장할 수 있었다. 2패 후 2승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의 가능성을 키웠다.
김진욱 감독은 4차전을 앞두고 니퍼트의 불펜 대기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하지만 몇 시간도 안 돼 손바닥 뒤집히듯 가볍게 뒤집혔다. 니퍼트는 구원 등판했다. 김진욱 감독은 연막작전이 아닌 니퍼트의 자원이 결정적인 사유었다고 해명했다.
어쨌든 니퍼트는 이제 준플레이오프 마지막 승부에서 선발이 아닌 구원 카드로 쓰이게 됐다. 김진욱 감독은 5차전 선발에 대해 함구했지만, 유희관의 등판 가능성이 유력하다. 니퍼트의 자원으로 5차전 선발 카드는 물 건너갔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두산에게 묘수다.
‘구원 니퍼트 카드를 한 번 더 만지작거릴 수 있다. 니퍼트는 이틀 뒤 열리는 5차전에 구원 등판이 가능하다. 이틀이면 마운드에 오르기에 충분한 휴식기간이다. 4차전에서 2이닝만 던졌기에, 5차전 등판이 무리한 건 아니다. 플레이오프에서의 투수 운용도 고려해야 하나, 지금 당장 눈앞에 놓인 건 준플레이오프 통과 미션이다.
총력전이 불가피하다. 불펜 자원이 있긴 하나 니퍼트도 대기 가능하다. 5차전 주요 승부처에서 과감하게 또 다시 ‘구원 니퍼트 카드를 꺼낼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2번 밖에 쓸 수 없었던 니퍼트를 3번이나 쓸 수 있다.
니퍼트의 구원 등판으로 승리를 지켜내며 반등도 이뤄냈다. 두산 마운드는 다시 견고함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탈 많던 불펜도 안정됐다.
구원 니퍼트는 최후의 보루가 될 것이다. 5차전에서 낙승을 거둔다면 두산에겐 최고의 시나리오다. 니퍼트를 아낄 수 있고, 그에 따라 플레이오프 투수 운용에도 ‘여유가 생긴다. 두 번의 선발 등판보다 한 번의 선발과 한 번의 구원 등판이 힘을 덜 아낄 수 있다.
플레이오프는 오는 16일부터 시작된다. 노경은 카드와 놓고 고민하겠지만 초반 2경기 안에 충분히 투입할 수 있다. 니퍼트가 5차전 선발로 나선다면, 휴식일을 고려해 플레이오프 초반 투입은 힘들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니퍼트에 대한 여러 가지 활용 방안이 생겼다. 그리고 이는 두산에게 최고의 반전 카드가 됐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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