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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만’ 남은 삼수생 제주의 3가지 절실함
입력 2013-09-13 10:58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단 한 판의 결과가 올 시즌 남은 경기들의 ‘가치까지 좌우할 수 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벼랑 끝에서 박경훈 감독과 제주유나이티드가 배수진을 쳤다.
‘2013 하나은행 FA컵 준결승 2경기가 14일과 15일 오후 3시에 열린다. 14일에는 제주유나이티드와 포항스틸러스가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맞붙고, 15일에는 부산아이파크와 전북현대가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결승행 티켓을 다툰다.
4강에 오른 모든 팀들이 절실하겠지만 제주의 그것에는 미치지 못한다. FA컵만 남은 제주로서는 올 시즌 남은 시간까지 걸린 경기다. 사진= MK스포츠 DB
우승까지 단 2계단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누가 유리하고 누가 불리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어차피 단판승부이고 이제는 모두가 ‘올인이다. 4강에 오른 네 팀의 전력이 모두 우승을 넘볼 수 있는 상황이라 더 흥미롭다. 여기까지 조건은 동일하다. 하지만, ‘이것도 있는 것과 ‘이것만 있는 것은 천지차이다.
디펜딩 챔피언 포항을 비롯해 전북과 부산 등 3팀은 상위 스플릿에 올라 있다. 하위리그로 떨어진 팀은 제주뿐이다. 아무래도 FA컵이 유일한 목표라는 측면에서는 절실함의 차이가 있다. 물론 현재 상위리그 7위에 턱걸이해 있는 부산아이파크도 정규리그를 품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고, 따라서 FA컵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제주의 절실함과는 다르다.

실상 시즌 초중반만하더라도 제주가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질 것이라 예상한 이들은 드물었다. 그런데 여름의 시작과 함께 꼬였다. 제주는 6월부터 8월까지 펼쳐진 정규리그 12경기에서 3승3무6패에 그쳤다. 이전까지 쌓은 공든 탑이 무더위와 함께 무너져버린 셈이다. 제주는 늘 여름에 고생했다. 섬과 육지를 오가는 일이 보통 힘든 게 아니라는 뜻이다.
결국 그 고비를 넘지 못하고 결국 정규리그는 하위리그에서 잔여시즌을 치르게 됐다. 이젠 아무리 잘해도 8위가 최고 성적이다. 제주의 전력을 생각했을 땐 마땅한 동기부여가 어려운 일이다. 박경훈 감독과 제주는 더더욱 FA컵에 사활을 걸어야한다.
3가지 측면에서 절실하다. 일단 지난 시즌 포항에게 당한 패배를 복수해야한다. 제주와 포항은 지난해에도 FA컵 4강에서 만났다. 당시 제주는 1-2로 무릎을 꿇었고, 포항은 결승에서 경남까지 꺾고 챔피언에 등극했다. 대회도 단계도 똑같은 상황에서 제주는 설욕을 위해 모든 포커스를 포항에 맞추고 있다. 지난 11일 대전과의 정규리그 경기에서도 주전들을 대거 제외하며 준결승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4강 징크스 타파를 위해서도 이번에는 고비를 넘어야한다. 박경훈 감독이 지난 2010년 지휘봉을 잡은 이후 이번에 3번째 FA컵 4강이다. 하지만 앞선 2번은 모두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박경훈 감독 부임 첫해였던 2010년 FA컵 준결승에 진출했던 제주는 수원에게 승부차기 끝에 석패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포항에게 덜미를 잡혔다. 만약 올해도 또 중도하차한다면, 이상스런 징크스가 될 수 있다.
마지막 간절함은 ACL 진출권 때문이다. 사실 이것이 궁극의 지향점과 다름없다. 애초 박경훈 감독은 올 시즌의 목표를 다음 시즌 ACL 진출로 잡았다. 그러기 위해 정규리그 3위 안에 들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했다. 정규리그를 통한 길은 차단됐으나 아직 가능성이 있다. FA컵 우승팀에게도 ACL 티켓이 주어지는 까닭이다. 제주가 아직 실망하지 않고 있는 이유다.
박경훈 감독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해 제주도를 알리고 싶다. 제주도민들에게 제주유나이티드가 자랑스러운 긍지가 됐으면 한다”는 말로 ACL 진출에 특별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 그 유일한 방법은 이제 FA컵 우승뿐이다.
그야말로 벼랑 끝 승부다. 모두가 단판이지만 제주에게는 정말 마지막 같은 경기다. 결과가 어긋나면 2013년 남은 시간이 허무해질 수 있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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