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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자24시]‘스파이’로 웃음 터트린 윤제균, 또 ‘울보’된 이유
입력 2013-09-07 11:07 
윤제균 감독은 또한번 ‘울보가 됐다.
지난 5일부터 제작자로 나선 영화 ‘스파이를 들고 관객을 찾고 있는 윤 감독은 최근 언론시사회를 끝내고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마주한 자리에서 왈칵 눈물을 쏟았다.
많은 기자가 자리를 떠나고 몇몇만 남은 거의 끝물이었으니 의도된 연출은 아닌 듯싶다.
여러 테이블을 돌며 영화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던 그는 문소리가 있는 자리에 와 또 한 잔 술을 들이켰다. 와중에 문소리에게 가장 고맙다” 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스파이가 엎어지지 않고 현재 개봉까지 이뤄질 수 있었던 중심에 문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소리는 설경구와 함께 ‘스파이의 주인공으로 중심축을 맡아 윤제균 감독을 다독였다.
많은 이들이 알 테지만 사연인 즉슨, ‘스파이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미스터 K 사건이 그를 힘들게 만들었던 것.
‘미스터K는 스타일리시한 연출로 인정받는 이명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새로운 형식의 감각적인 영화의 탄생을 기대하게 했던 작품이다. 하지만 윤제균 감독의 제작사 JK필름과 의견 차이로 촬영이 중단, 감독이 하차했고 소송까지 벌어질 위기에 처했다.
감독과 제작사의 입장 차는 과거 알게 모르게 있었으나, 이렇게 수면 위로 떠오르며 세간의 관심을 받고 법정 공방까지 갈 위기에 놓인 건 거의 처음이었다. 이 감독은 ‘미스터K 저작권을 등록했고 제작사 JK필름 측이 저작권무효소송을 제기하는 등 안타까운 과정이 있었다.
영화계는 난리가 났다. ‘몸싸움도 있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JK필름 측은 기자회견까지 벌이며 조목조목 따졌다. 물론 선배 영화인을 향해 최대한 예를 갖추려 했다. 사건이 터졌을 때도 윤 감독은 쏟아지는 전화에 일일이 응대하지 않았다. 멘트를 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미안하다. 이해해달라”고 부탁했었다. 기자들을 만나는 걸 꺼리지 않았던 그는 자중했다. 이러쿵저러쿵 이야기가 나오는 게 싫었고, 진흙탕 싸움이 되길 원하지 않았다.
몇 차례 실랑이가 더 이어지긴 했으나 문제는 완만하게 해결됐다. 영화 ‘해운대와 ‘퀵의 조감독이었던 이승준 감독이 투입, ‘협상종결사로 이름을 바꿨다가 ‘스파이로 최종 완성됐다.
감독과 제작사의 갈등으로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던 배우들이었지만 결국에는 윤 감독에 힘을 실었다. 특히 문소리는 출산하고 얼마 되지 않았는데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을 했다. 총알이 마구 쏟아지는 식당에서 빨간 드레스를 입고 바닥을 기어 다니고, 물에도 흠뻑 젖는다. 윤 감독이 고마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의 고생이 스크린에 그대로 드러난다.
윤 감독은 관련 사건으로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영화 ‘낭만자객이 참패했을 때도 우울하고 안타깝진 않았다는 그다.
하지만 이날 윤 감독은 그간의 설움을 쏟아낸 듯 보였다. 옆에 앉아있던 ‘스파이의 ‘공로자 문소리의 말에 다시 한번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쳤다. 문소리는 최근 끝난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이명세 감독을 만난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가 진정으로 잘 됐으면 한다”는 게 이 감독의 마음이라는 것. 대인배 선배의 말 한마디는 그렇잖아도 눈물이 많은 윤 감독을 울보로 낙인 찍게 하기에 충분했다.
테이블을 돌다 합류한 설경규는 윤 감독은 술만 먹으면 운다”고 했다. 과거 영화 ‘해운대가 흥행했을 때도 윤 감독은 드디어 인정받은 것에 감격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또 엄홍길 대장과 후배 고(故) 박무택 대원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듣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영화화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눈물이 많은 그지만, 이번 ‘스파이로 흘린 눈물은 의미가 남다른 게 틀림없다.
이명세 감독이 의도했던 영화와는 다른 느낌일 수밖에 없겠지만, 폭소탄을 장착한 ‘스파이는 33만여 명이 관람하며 괜찮은 출발을 했다. 대한민국 최고 비밀 스파이 철수(설경구)가 국가의 운명이 걸린 초특급 작전을 수행하던 중 자신의 정체를 모르는 아내 영희(문소리)가 그 작전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코미디를 담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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