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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자24시]크레용팝 ‘순수한 의도의 곡해’. 억울해도 바뀔 때다
입력 2013-08-27 16:07 
걸그룹 크레용팝이 선물 전용 계좌로 또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쯤 되면 ‘논란의 그룹이라는 말을 들어도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크레용팝 소속사 크롬엔터테인먼트는 26일 팬사이트에 크레용팝의 인지도가 올라감에 따라 팬덤 규모도 급속히 늘고 있기에 저희가 감당하기 어려운 선물도 있어 팬분들께 양해의 말씀을 드리기 위해 이 글을 적는다”며 아주 특별한 계획을 소개했다.
소속사는 향후 팬 여러분께서 주시는 선물은 현장에서든, 우편이나 택배를 통해서든 받지 않을 생각이다. 대신 다른 방식으로 크레용팝 멤버들에게 선물을 주실 수 있다”며 조만간 선물 전용 계좌를 개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속사는 선물을 주고 싶으신 분들은 선물 대신 해당 계좌로 입금을 해주시면 되며 입금된 금액은 일정 금액이 쌓인 후 불우한 이웃과 사회봉사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현금의 사회 환원을 약속했다.

공개적인 선행이라 해도 선행으로서의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부 의사를 밝혔다 해도 선물 대신 현금을 받겠다는 발상은 독특하다 못해 파격적이고, 조금은 상식 밖의 결정이다.
네티즌들은 기부 의사가 있어도 현금을 받겠다는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내놨고,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자 소속사 측은 선물 및 기부관련 내용이 본의와 다르게 팬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것 같아 죄송합니다”라며 본 내용은 조금 더 심사숙고해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공지 하도록 하겠습니다”고 밝혔다.
크레용팝 측은 이번 논란에 대해 순수한 의도가 곡해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선행이라는 좋은 취지의 결정이었음에도 대중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건, ‘계좌 송금이라는 너무나 합리적인(!) 방법론을 내놓은 탓이다. 이들의 취지에 공감하더라도 방법에 쉽게 동참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크레용팝도 이쯤 되면 조금은 바뀌어야 할 듯 하다. 이들의 ‘순수한 의도가 ‘곡해 되는 게 이미 몇 번이고 계속됐기 때문이다.
앞서 이들은 ‘일베 논란을 시작으로 표절 논란에도 휩싸인 바 있다. 이들은 과거 SNS에 오늘 여러분 노무노무 멋졌던 거 알죠? 여러분패션..탐난다능ㅋㅋㅋ 넘 귀여운 울팬덜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적었다가 ‘일베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소속사 측은 크레용팝 멤버들의 과거 팬사이트와 트위터 활동을 살펴보면, ‘너뮹 너뮹, ‘넘흐 넘흐로 애교스런 표현을 써온 것을 확인하실 수 있다”며 해당 멤버는 ‘노무노무라는 표현을 굳이 정치적으로 해석해 사용할 이유도 없을 뿐더러, 일베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님을 비하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일베 활동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해명했다.
또 논란이 됐던 ‘절뚝이 발언에 대해서도 소속사 측은 한 멤버가 다리가 저려 쩔뚝거리는 모습에 무의식적으로 ‘쩔뚝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며 이 단어를 고 김대중 전 대통령님 비하의 의도로 사용했다는 주장은 저희로서는 매우 당황스러웠으나 한편으로 이 발언이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점을 미처 판단치 못한 채 ‘쩔뚝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에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걸그룹 모모이로 클로버Z 표절 논란에 대해서도 소속사 측은 트레이닝복 콘셉트, 가슴의 이름표, 헬멧 착용 등 구체적인 사안을 들어가며 표절이 아닌 팀 고유의 아이디어임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레용팝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일베 및 표절 등으로 논란이 계속되고, 해명하는 과정에서 피로감이 극도로 쌓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사자로서는 억울하겠지만, 이들의 해명이 명쾌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대세로 칭해진 건 순간이다. 하지만 논란은 한 번 발목 잡히면 갈 데까지 쭉 가는 게 연예계 생리다. 크레용팝이 ‘빠빠빠를 통해 외신도 주목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8월 이후 쏟아져 나온 신곡들로 서서히 잊혀져가고 있는 것 또한 사실. 시간이 지날수록 대중은 ‘빠빠빠의 직렬 5기통 춤은 잊어도, 크레용팝을 둘러쌌던 각종 논란은 쉽게 잊지 않을 것이다.
대중가수에게 한 번 받은 사랑이 영원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도, 애정이 식는 것도 순식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크레용팝에게 필요한 것은 더 이상의 논란을 만들지 않고 본업인 음악에 더욱 집중하는 일이다. 크레용팝이 후속곡으로 돌아올 때 쯤에는 조금 더 성숙해진 모습이 되어 있길 기대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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