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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팀의 조건’ 갖춘 LG, 질 때도 아름답게
입력 2013-08-09 08:04  | 수정 2013-08-09 08:07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딱!” 4-5로 뒤진 9회말 2사 2, 3루. LG 트윈스 오지환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았다. 롯데 자이언츠 마무리 김성배도 안타를 직감하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LG 더그아웃은 끝내기 세리머니 준비를 했다. 오지환도 안타를 직감하고 1루 베이스를 돌았다.
그러나 우중간으로 쭉쭉 뻗던 타구는 그라운드에 떨어지기 직전 롯데 중견수 전준우의 글러브에 거짓말처럼 빨려 들어갔다. 전준우는 낙하 지점을 정확히 판단하고 환상적인 슬라이딩 캐치를 해냈다. 글러브 안에서 잠깐 겉돌던 공을 다시 움켜쥐는 순간 양 팀의 더그아웃 분위기는 순식간에 희비가 엇갈렸다.
LG 트윈스 유격수 오지환이 지난 8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병살을 노리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LG는 지난 8일 잠실 롯데전에서 쓰라린 한 점차 패배를 당했다. ‘엘롯라시코에 걸맞는 좀처럼 보기 드문 명승부였다. 경기 내내 명장면이 쏟아진 ‘명품 경기였다. 실책은 찾아볼 수 없었고, 한 경기에 나올까 말까 한 수비가 수차례 나왔다. 경기가 끝나면 서로 깎아내리느라 으르렁 거렸던 양 팀 팬들도 이례적으로 서로에게 박수를 보내며 수준 높은 야구로 눈을 정화시킨 것에 대만족했다.
LG의 야구가 요즘 이렇다. ‘져도 잘 싸웠다라는 평가를 듣는다. 쉽게 물러나는 경기가 없다. 그래서 뒷심이 강하다고 한다. 이날도 2-5로 뒤진 7회말 윤요섭의 희생 플라이와 박용택의 적시 2루타로 4-5 턱밑까지 쫓더니 9회말 롯데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결과는 패배였지만, LG는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경기 내용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투타의 수치적 기록과 별개로 올해 LG가 확실히 강팀의 조건을 갖춘 또 다른 부분이다.
LG는 52승36패로 선두 삼성 라이온즈와 3경기차로 벌어진 2위를 유지하고 있다. 11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 가능성도 꽤 높아졌다. 올해 이기는 법을 안 LG가 요즘 지는 법마저 터득한 듯하다. LG의 올 시즌 신바람 야구는 흠 잡기가 참 불편하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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