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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당신이 몰랐던 하정우, 알아야만 하는 하정우
입력 2013-08-08 16:25  | 수정 2013-08-09 09:28
배우 하정우(35)는 영화 ‘베를린으로 언론 인터뷰를 하며 이제 흠잡기 시작할 텐데…”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6개월여 만에 다시 새 영화 ‘더 테러 라이브로 관객을 찾은 그를 보고 흠잡을 이는 거의 없는 게 분명하다. 영화는 마포대교 폭탄 테러라는 독특한 소재와 이야기 전개 방식이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하정우의 연기가 명불허전임을 또한번 느끼게 한다. 그가 없었다면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었을까?
겸손의 말이겠지만 선배 이경영은 하정우씨가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들고 맛있게 먹었다. 묻어가니까 연기가 좋아지는 것 같다”고까지 했다.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 촬영과 연출 데뷔작 ‘롤러코스터의 후반 작업, ‘더 테러 라이브 언론 인터뷰 등으로 바쁜 그의 첫날 무대 인사를 따라다녔다. 지난 3일 어디를 가든 환호하는 팬들의 함성을 잊을 수 없다. 또한 겸손함과 짬을 내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진심 어린 답변을 꺼내놓은 진지함도 잊히지 않는다.
그는 무대 인사에서 매번 정말 감사합니다. 기대 이상으로 과분하게 사랑받는 것 같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과분하게 사랑받는 것 같다”는 말이 유독 곱씹힌다. 하정우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었던 기자는 무대 인사 때문에 몇 차례 인터뷰가 끊겼음에도 수월하게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다.
하정우는 또 나쁜 점을 보고 지적한 기자의 말(스타투데이는 ‘더 테러 라이브의 리뷰 기사에 찬사만 보내진 않았다)에 성심성의껏 답했다. 부족한 부분은 부족한 대로, 지적한 부분은 자기 생각을 더해 솔직히 답했다.

-‘설국열차는 의견이 분분한데 ‘더 테러 라이브는 좋은 얘기가 거의 전부를 차지하더라
그런 것 같더라. 한편으로는 ‘그만큼 기대를 안 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웃음). 어쨌든 만족도가 높은 것 같아서 좋다. 이 정도 반응일 줄은 몰랐다. 기대 이상인 것 같다. 솔직히 ‘설국열차는 멋진 프로젝트다. SNS에 관객들 평이 있는데 그건 개인의 취향 아닌가. 절대적인 평가 잣대로 두 작품을 나누는 건 무리인 것 같다. 정답은 다 같이 보는 게 아닐까? 7월 영화시장이 주춤했는데 관객들이 극장에 온 것 같아 굉장히 기분 좋다.
-이번에도 칭찬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기대감이 더 높아졌다는 다른 얘기다
솔직히 부담스럽다. 시간 지날수록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건 내가 혼자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팀워크의 문제다. 팀이 만들어져서 평가를 받는 거다. 찬사도 혼자 받는 건 이상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더 부담스러울 수 있다.
-나쁜 반응이 없다. 아마 손현주와 하정우만 이런 평가를 받는 건 아닐까 한다. 왜 나를 칭찬하고 좋아하는 건지 생각해 봤나?
내가 연기를 잘한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왜 나를 칭찬하고 좋아할까? 야구를 예로 들면, 추신수 선수가 류현진 선수에게 메이저리그 와서 해야 할 것 중 조언을 한 게 야구를 잘하는 건 기본이다. 야구를 잘하는 건 대단한 게 아니다. 일단 팀 동료와 잘 어울리는 게 1번이다”였단다. 영화를 만드는 것도 이 제작팀에 들어가서 스태프와 감독, 배우들과 인간적으로 친구가 되고, 중요한 관계가 되는 게 1번인 것 같다. 제일 신경 쓰는 건 연기를 잘하는 게 아니라 그 팀에서 어떻게 앙상블을 만들어낼까를 생각하는 거다.
-나쁜 반응이라고만 할 수는 없겠지만 하정우라는 배우 거의 다 혼자 연기를 했다는 의견이 많다. 이렇게 원톱 주연이 전부 나서는 영화는 거의 없지 않나?
(김병우 감독이 끼어들며 그게 또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혼자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특히 감독님이 사전에 모든 걸 준비했다. 무전기나 휴대전화, 내선전화 울리는 것 등 모든 것이 실제 상황과 똑같이 작동됐다. 폭탄이 터져 충격이 오면 실제 세트 건물이 흔들렸다. 긴장감이 진짜 생길 수밖에 없었다. ‘짐벌이라는 움직이는 세트장도 처음이었다. 순차적으로 찍은 것도 연기가 잘 나오게 된 이유가 된 것 같다. 비주얼적으로는 내가 주로 나오지만 주변에 많은 것들, 특히 청각적으로 수많은 음이 혼합이 돼 영화를 이끌었다.
기자는 저녁 일정이었던 강남 CGV와 메가박스 강남, 메가박스 센트럴의 무대 인사 세 곳을 따라다녔다. 역시 종영 후 배우들이 나선 메가박스 센트럴의 열기가 가장 뜨거웠지만 다른 곳에서도 만만치 않은 반응이 터져 나왔다.
-기자들과 인터뷰하는 것보다 편하고 좋겠지?
조금 더 뜨겁다고 할까? 반응이 열광적이긴 하다. 무대 인사 시간을 관객분들이 직접 고른 것이니 사심도 조금 있을 수밖에 없다. 여성, 남성들도 좋아하는데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어떤 콘서트장 같은 환호도 들리더라. 아이돌 콘서트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진짜? (장난스럽게 웃으며) 아이돌 콘서트 반응이 이것밖에 안 되나? 솔직히 콘서트를 가본 적은 없다. 내 영감을 떠올리거나 할 때도 음악 감상만으로 충분한 것 같다. 뮤직비디오나 자료를 내려받아서 본다. 참, 에이미 와인 하우스는 무척 좋아한다.
하정우는 영화 ‘롤러코스터로 연출 데뷔한다. ‘더 테러: 라이브는 ‘롤러코스터 이후 차명한 작품이다. (미술 작가로도 잘 알려졌긴 하지만) 배우만 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일 게 분명하다.
-감독을 하고 난 뒤 다시 배우로 영화에 참여하니 어땠나?
감독의 마음을 더 헤아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 소통하는 부분들이 더 많이 좋아졌다. 밀도가 높아진 느낌이기도 하다. 또 신인감독이고 스태프들도 열정적이다 보니 더 제대로 뭉쳐 파이팅 하자고 달려든 것 같다.
-프레임 안에서 행동과 표정, 말투 등등 정말 보여줄 수 있는 걸 다 보여준 느낌이다. 많은 걸 보여줬는데 아직도 보여줄 게 많은가?
인생을 살아가고 나이를 먹으면서 깨닫는 게 달라진다. 표현의 기술이나 해석의 차이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해석이 달라지고 나이가 먹으면 다른 표현법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타고나는 걸 소비하며 사는 게 아니라 재생산하는 건데 그게 자연스러워지는 것 같다. 36살의 오늘과 37살의 오늘은 분명 다를 거다. 결혼 전이나 후도 다를 거다. 40대가 됐을 때도 마찬가지겠지. 지금 나는 40대 역할은 잘하지 못한다. 40대 남자 눈의 깊이를 어떻게 연기하겠나. 지금 관객은 30대 중반이 적역인 윤영화를 보는 것이다.
-2번 정도 ‘더 테러 라이브 출연을 거절했다고 들었다.
‘베를린을 끝내고 마냥 놀고 싶었다. ‘롤러코스터 후반 작업도 해야 했으니 이 작업도 조금 하고 여유 있게 쉬다가 ‘군도: 민란의 시대를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제작사 대표님에게 제의를 받았고 시나리오도 좋고 흥미가 생겨 참여하게 됐다.
-테러범이 생각보다 임팩트가 약하다는 평도 있다.
우리도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부족함을 다들 조금씩 예상했었다.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지만 인물에 중심 이동을 하고, 마지막에 감정을 강하게 키워 엔딩에 다가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손석희 전 아나운서가 시사회에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는데 무슨 이야기를 해줬나?
얘기 듣고 오셨다고 하더라. 솔직히 우리 중에 아무도 아는 사이가 없었다. 하지만 우리가 영화에 쓰이기 위해 (구)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취재했다. 담담 PD님을 몇 번 만난 적은 있다. 관련해서 손석희 전 아나운서가 가고 싶다는 의사를 표하신 걸로 안다. 감사하게도 참석해 주셨다. 반응이 궁금했는데 아무 얘기도 해주시 않으셨다. 뒤풀이 때 만나볼 수는 없어서 아쉬웠다.
-극 중 윤영화는 기자 출신 베테랑 아나운서다. 그런데 안절부절못한다. 당황해서 똑바로 카메라를 보지 못하는 장면도 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라서 어쩔 수 없긴 했겠지만, 왠지 손석희 전 아나운서는 그런 상황에서도 차분했을 것 같다
그럴까? 인이어 폭탄이 들어온 상황에서 긴장하고 당황한 걸 표출 안 하고 진행을 할 수 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영화적으로는 그렇게 표출을 하지 않았으면 재미가 떨어졌을 것 같다. 차분하고 냉정한 사람이라도 ‘멘붕도 와주고 약간 ‘쫄아줘야 관객이 같이 따라가며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소속사 판타지오와 오랫동안 일을 해왔다. 결별하는 일이 다반사인 연예계에서 의리를 지키고 있는 몇 안 되는 최고 배우 중 한 명이다
지금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놀러 다닌다는 생각이다. 돈이 꼭 중요한 건 아니다. 솔직히 재계약금도 안 받았다. 이곳에서 계속 함께하는 이유는 연출 데뷔작 ‘롤러코스터를 2달 반 만에 확정시킬 수 있는 능력과 또 ‘우린 할 수 있어!라는 의지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믿음직스럽다. 나를 믿고 형들이 도와준다.(판타지오는 일종의 자회사인 제작사 판타지오 픽쳐스를 만들었다. ‘롤러코스터가 첫 영화가 된다)
자기 영화처럼 같이 밤새우면서 도와주는 게 무척이나 고맙다. 또 오랫동안 일을 하면서 내 홍보 스타일이나 사람들과의 관계 등을 생각해보면 다른 회사에 갔을 때 똑같이 하면 매니지먼트 사람들이 다들 놀랄 것 같다. 그림 그리고 전시하는 것도 수년에 걸쳐 쌓아놓은 것인데 이런 것들 서포트 할 전문 인력이 없다고 본다. 그런 걸 이해 못해주면 나 혼자서 알아서 해야 하는데 판타지오는 안 그렇다. 다른 곳보다 월급도 적은데 정말 많이 도와준다. 그런 인간적인 것들이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말하는 건 공동대표 수준이다
하하. 아니다. 사외 이사(?)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형들이 임원진 중에 한 명이라고 말하긴 한다. 소속 배우 중 제일 오래됐으니까.
-이제는 그럼 연출자로서 데뷔만 성공하면 되겠다
험난한 길이 남았다(웃음). 그래도 최고의 수비는 공격이라고 하지 않나? 계속 전진하고 깨지고 소화해 나가는 거다.
-‘군도: 민란의 시대를 촬영 중이고, ‘롤러코스터를 선보일 예정인 건 많이 알려졌다. 영화 ‘앙드레 김에도 출연하고, ‘허삼관매혈기 연출까지 미리 예정해 놓았다. 속된 말로 작품을 쟁여놓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놓치고 싶지 않아서인가? 작품들을 쌓아놓으면 다른 괜찮은 작업을 못 하지 않나?
그런가? 괜찮은 작품을 쟁여놓고 씨앗을 뿌리는 게 선진 작업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하하. 생활을 못 할 정도로 무리한 스케줄을 잡는 건 아니다. 이번에도 ‘베를린을 끝내고 ‘롤러코스터, ‘군도: 민란의 시대 때문에 바빴지만 촬영 회차가 적어 괜찮았다. 4주 동안 19회차 정도를 촬영했다. 상대적으로 후반 작업은 넉 달 반 정도 걸렸다고 하더라.
-‘롤러코스터가 두 달 후면 오픈을 하겠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후반 작업이 엄청나게 길어지고 있다고?
8개월 정도 계속 고치고 있다. 더 좋게 만들려는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안 보이던 것들이 계속 보이더라. 영화에 삽입한 노래도 저작권자가 승낙을 해도 관계된 회사들이 많아서 그걸 다 확인 받는 것만도 5개월이나 걸렸다. 사람들이 솔직히 이 영화가 ‘도전이다, ‘치기 어린 마음이다라고 하는데 그런 게 아니라 내가 보고 싶었던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그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베를린 끝나고 쉬려고 했을 때 ‘어학연수를 갈까?라는 생각을 했다. 또 외국 갤러리에서 그림과 관련해 ‘같이 일하자는 제안도 받았다. ‘내가 뭘 해야 하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뭘까? 어떤 것이 에너지 충전을 시켜줄까라는 여러 가지 생각을 했는데 마침 ‘감독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걸 하고 싶었던구나였다. 내가 현장에서 배우려고 하는 것들, 캐릭터를 쉽게 만들고 들어갔다가 빠지고 하는 이유가 있었다. 내가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보자고 했던 거다. 영화를 만들어보니 정말 힘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무척 재밌었다. 솔직히 코미디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배우들도 연기를 잘하게끔 직접 훈련을 시켰다.(웃음)
-이병헌이 할리우드 진출해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하정우도 할리우드에서 연기하는 꿈이 당연히 있을 거다.
많이 제의가 왔었다. 특히 한국계 영화인 중 나를 보고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작품도 있었다. 그런데 그걸 당장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병헌이 형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덥석 물기보다 좀 더 시간을 갖고 생각을 하면 좋겠다. 여건이 되면 LA에 조그만 집도 구해 더 준비하며, 사람들도 알아가고 하는 식이었으면 한다. 그렇다고 한국영화는 다 접고 가는 게 아니라 왔다갔다 병행을 했으면 한다. 한순간 기획으로 끝나거나 소모되고 싶지는 않다.
이날 오후 9시 메가박스 센트롤에서 마지막 무대 인사가 진행됐다. 하정우는 기자들을 만날 때보다 무대 인사를 가면 관객들의 열띤 응원이 느껴져 즐겁다고 했다. 물론 짜릿하기도 하단다. 그는 또 짜릿한 순간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영화가 끝나는 순간 하정우는 센트롤 영화관 문을 열고 들어가며 기자를 향해 손짓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순간이 영화를 볼 때 가장 짜릿하다”고 했다. 하정우는 영화 스크린이 꺼멓게 먹지가 된 상태에서 영화 제목이 등장하고 그 뒤로 내 이름이 등장할 때 주체할 수 없는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그가 배우라서 관객은 정말 행복하다.
한편 ‘더 테러 라이브는 불미스러운 일로 마감뉴스 진행자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물러난 국민앵커 윤영화가 방송 중 마포대교를 폭파하겠다는 테러범의 전화를 받게 되며 사건을 생중계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300만 관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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