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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4’ 한국영, 악몽 깨고 경쟁력을 노래하다
입력 2013-07-25 09:28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지난 24일 2013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중국전, 도드라진 활약을 펼친 이는 딱히 없었다.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는 표현인데, 확실한 건 누구 하나 튀지 않는 플레이를 펼쳤다. 그래도 선수 개개인으로 범위를 좁힌다면, 분명 나아지고 인상적인 활약을 한 선수도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빛났던 던 미드필더 한국영(쇼난 벨마레)이었다.
최강희호의 마지막을 함께 했던 이들 가운데 홍명보호의 처음에도 선 자는 8명. 그렇지만 한국영을 향한 시선은 사실 그리 달갑지 않았다. 갖춘 재능이야, 청소년대표와 올림픽대표를 거치면서 인정받았으나 ‘성인 레벨에서는 딱히 낫다고 보기 어려웠다.
한국영은 이를 악물고 A매치 두 번째 경기를 뛰었다. 후반 체력 저하 등으로 주춤하긴 했으나 베이루트에서의 트라우마를 이겨냈다. 사진=옥영화 기자
아무래도 A매치 데뷔전의 영향이 컸다. 지난 6월 5일(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레바논전에서 한국영은 선발 출전했으나 후반 5분 교체 아웃됐다. 김남일(인천)과 짝을 이뤄, ‘더블 진공청소기를 보여줄 줄 알았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냉정히 말해 부진했다. 그리고 이는 ‘트라우마가 됐다. 한국영은 레바논을 다녀온 직후, 눈 밖에 났다. 경쟁에서 완전히 밀렸다. 박종우(부산), 이명주(포항)는 물론, 장현수(FC 도쿄)에게까지 밀렸다. 잘 할 수 있는데, 그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으니 퍽 자존심이 상했을 터다.

그러나 49일 만에 말끔히 씻어냈다. A매치 두 번째 경기에서 한국영은 자신이 가잔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4-2-3-1 포메이션의 중앙 미드필더로서 박종우와 짝을 이루는 그는 적극적인 공격 및 수비 가담을 선보였다. 본디 수비형 미드필더에 가까웠다. 강한 압박 및 패스 차단은 여전했다. 플랫4 앞에 서서 1차 저지선 역할에 충실했는데, 이날은 박종우와 유기적으로 번갈아 공격적으로 올라갔다. 전반 13분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는 등 예전과 달리 공격적인 재능도 마음껏 뽐냈다. 활기 넘치는 플레이는 레바논전과는 분명 달랐다. 베이루트 악몽을 이겨냈다.
중국을 상대로 승리하지 못했지만 한국영에게는 매우 의미있는 경기였다. 실상 ‘2를 고정시킨 홍명보호에서 한국영은 번번이 ‘No.4였다. 주장 하대성과 이명주, 박종우에게 뒤졌다는 평이었다. 그리고 앞선 행보까지 그에겐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 듯 했다.
말 그대로 지워진 존재, 그리고 밀려난 존재였다. 그러나 마음껏 뛰어놀 무대를 마련해주니, 제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중국전 맹활약으로 자신의 경쟁력을 펼치면서 절대 4번째 옵션이 아님을 스스로 보여줬다. 경쟁 레이스에서 뒤처진 게 아닌 동등한 위치에서 달리고 있음을 보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영도 만족스러웠다. 한국영은 같이 훈련하면서 많이 배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경쟁력이 없는 선수는 아니라고 본다”라며 치열한 주전 경쟁에 있어 자신감을 나타냈다.
혼전을 거듭할 정도로 치열한 중앙 미드필드 경쟁이 보다 건강해졌다. 한국영이라는 또 하나의 건실한 경쟁자가 등장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소득 있는 중국전이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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