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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고 보니 커 보이는 토끼, 한일전을 괴롭히다
입력 2013-07-25 06:34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도 있었던 경기다. 하지만 ‘결과라는 한 마리는 놓쳤다. 그 놓친 토끼가 잡혔다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처음에는 놓쳐도 무방한 토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놓치고 보니, 그 토끼 때문에 쫓기는 입장이 됐다.
홍명보 감독이 두둑한 뱃심으로 파격적인 실험을 감행했던 24일 중국전이었다. 나흘 전 열린 호주와의 1차전과 견줘 전혀 다른 팀이 나왔다. 선발 명단 중 9명이 새 얼굴이었다.
애초 놓쳐도 무방한 토끼라고 생각했으나 놓치고 보니 눈에 밟힌다. 하필 마지막 경기가 한일전이다. 끝까지 ‘마이웨이를 외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진= 옥영화 기자
동일하게 출전한 이는 윤일록과 정성룡 단 2명뿐이다. 호주전에서 측면 공격수로 나섰던 윤일록은 중국전에서 중앙 공격형MF 임무를 소화했으니 그것도 차이다. 골키퍼는, 변화가 쉽지 않은 특수 포지션이다. 요컨대 많이 바뀐 정도가 아니라 전혀 다른 팀이 나섰다고 해도 무방했다.
분명 방점은 ‘실험에 찍혀 있었고 홍명보 감독은 ‘마이웨이를 외쳤다. 경기 후 홍 감독은 밖에서는 첫 승이 필요하고 첫 골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지금 나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동아시안컵을 통해 다음에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하는지 얻을 수 있다면 첫 승 첫 골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과감한 실험을 감행한 배경을 설명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으나. 그 선택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컸다. 소집한 23명 전원(골키퍼 이범영 제외)을 실전에서 실험했다. 눈으로 확인했다. 덕분에 동 포지션 선수들에 대한 간접비교가 가능했다. 홍 감독은 두 경기를 통해 전체적인 선수 파악은 끝났다”는 평가를 전했다. 향후 어떤 결정을 내리든, 선수들도 납득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
누구도 주전을 장담할 수 없는, 제대로 된 경쟁체제의 분위기를 깔았다는 것도 큰 효과다. 이쯤이면 선수들도 지켜보는 언론도 훈련만으로 섣불리 예상 엔트리를 결정할 수 없게 됐다. ‘난 선발이라는 안일함도, ‘난 어차피 백업이라는 맥없는 생각도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조치였다.
이렇듯 홍명보 감독이 택한 파격적 실험은 여러 가지 효과를 만들어 냈다. 홍명보 감독이 가장 노렸던 ‘토끼는 바로 이러한 점들이다. 앞으로 먼 길을 가기 위한 동력을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같이 잡혔으면 좋았을 결과라는 토끼는 도망갔다. ‘첫 승과 첫 골보다 중요한 비전을 염두하고 있기에 결과에 연연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 다짐한 홍명보 감독이지만, 하필이면 다음 무대가 한일전이다.
한일전에 대한 비중, 국민적인 관심, 그 결과가 미칠 파장 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홍명보 감독이다. 더군다나 한일전을 끝으로 동아시안컵은 종료된다. 첫 국제대회의 마지막 경기까지 내일을 생각하는 포석을 둘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중국전이 끝난 뒤 홍 감독은 주위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오든, 우리가 생각하는 길이 맞다고 생각하면 거침없이 나갈 것”이라 단호한 뜻을 밝혔다. 그러나 마지막 한일전에서도 ‘마이웨이를 유지할 것이냐는 직접적인 질문에는 시원스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두 경기를 통해 선수 파악은 끝났다”는 말은, 현재 23명 중에서는 베스트11을 결정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베스트멤버를 한일전에 가동하겠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밝히지는 못했다. 그저 누누이 말했듯이 마지막 경기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는 형식적인 다짐을 전했을 뿐이다. 대신 승리를 거둔다면 더 값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냉정하고 깔끔한 홍명보 감독의 평소 화법을 감안한다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는 방증이다.
만약 중국전에서 ‘결과라는 토끼를 잡았다면 한층 부담이 덜했을 것이다. 돌아보니 아쉬운 가정법이 많다. 최소한 ‘골이라는 열매만 따냈어도, 만약 마지막 경기가 숙적 일본이 아니었다면, 일본전 뒤에 다른 경기가 또 있었다면 등등의 미련 남을 조건이다.
벼랑 끝이라 말할 수는 없으나 부담스러운 상황임은 분명하다. 여기서도 배에 힘을 줄 수 있을지, 홍명보 감독의 선택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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