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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관, “이제 목표는 신인왕이라고 말하겠다”
입력 2013-07-15 07:16  | 수정 2013-07-15 07:31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초저속 좌완 유희관은 올해 두산 베어스가 발견한 마운드의 최대 수확이다. 이제는 단순히 두산의 떠오르는 신인이 아니라 신인왕을 노려볼 수 있을 만큼의 돌풍이 됐다. 유들유들하고 자신감 넘치는 유희관의 목표도 어느덧 크게 부풀었다.
유희관이 두산 베어스의 복덩이로 떠올랐다. 130km 초반대의 볼을 뿌리는 유희관의 최대 강점은 배짱과 여유일지도 모르겠다. 사진=김재현 기자
유희관은 13일 KIA전에 선발 등판해 8이닝 8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쳐 시즌 5승�를 거뒀다. 평균자책점은 2.33으로 끌어내려 1위 양현종(KIA, 2.30)에 0.03 뒤진 2위에 올라있다. 선발 투수로 전환한 지 불과 2달만에 얻은 성과다.
그야말로 보물 중의 보물이다. 팀의 엄연한 좌완에이스지만 유희관의 직구 최고구속은 130km 초중반에 불과하다. 하지만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칼날 제구력과 함께, 같은 공을 던지더라도 공의 스피드를 매번 달리하는 완급조절능력이 일품이다. 특히 유희관의 가장 큰 강점은 마운드 위의 싸움을 즐기는 강심장과 여유에 있다.
우천 취소된 14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만난 유희관은 전날 개인 최다 투구(129개) 호투에 대해 상무 시절에 NC를 상대로 138구를 던진 적이 있었다. 그 때 김경문 NC 감독님으로부터 두산에서도 못받은 칭찬을 받은 적이 있다”고 활짝 웃으며 비화를 털어놨다.

유희관은 2009년 2차 신인 드래프트 6라운드 전체 42순위로 지명됐다. 중앙대 시절 대학리그를 호령하던 에이스로 평가받았지만 구속이 상위드래프트 지명의 발목을 잡았다. 이제 숫자는 그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지 못하고 있다.
마운드위에서의 대담함만큼 일상생활에서의 재치와 여유도 인상적인 유희관이다. 사진=김재현 기자
김진욱 두산 베어스 감독 또한 유희관 자랑에 침이 마를 새가 없다. 가장 큰 강점으로 꼽는 것은 마운드 위의 배짱이다. 김 감독은 이제 노경은처럼 마운드 위에 서면 팀원들에게 믿음을 주는 선수가 됐다”면서 마운드 위에서 자리를 잡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던 노경은과 비교해봐도 유희관은 적응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유들유들한 성격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가진 능력보다는 성격의 차이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유희관의 마음도 같았다. 유희관은 마운드 위에서 긴장을 하는 일은 별로 없다. 공이 안빨라도 자신있게 던지려고 한다”며 그런 기싸움에서 밀리면 안그래도 공이 느리기 때문에 타자들이 더 우습게 볼 수 있다”고 했다.
마운드 위의 특별한 영업비밀도 있다. 그래서 가끔 마운드 위에서 일부러 웃기도 하는데 타자들이 그것 때문에 기분 나빠하기도 한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웃느냐고 말이다.” 자신의 비밀을 노출해놓고도 태연한 유희관이다.
실제 성격도 밝다. 유희관은 진지한 걸 안좋아한다. 사람들이 많이 있으면 분위기를 이끄는 역할을 많이 한다”며 밝게 웃었다.
스스로 꼽는 최대 강점은 칼날같은 제구력과 스피드에 많은 변화를 주는 오프스피드 피칭이다. 사진=김재현 기자
본인 스스로 위기감은 있었다. 유희관은 이제 한 번 털릴 때(?)가 됐는데 계속 이렇게 쭉 가니까 불안한 면도 있다. 얼른 한 번 크게 맞아야 다시 정신을 차리고 그걸 계기로 잘할 텐데 조금 불안하다”며 대범하게 상승세를 꺾일 때를 미리 생각하는 여유를 드러내기도 했다.
유희관의 능수능란한 투구는 노력의 결과. 전력분석팀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 영상과 기록을 열심히 챙기는 편이다. 포수 양의지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유희관은 (양)의지의 리드를 잘해준다. 내가 변화구 투수라는 인식이 아무래도 많은데 상대 타자들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몸쪽 직구를 요구한다거나 또 직구 타이밍에 변화구를 이끌어내기도 하고 타자들의 허를 찌르는 볼배합으로 많은 도움을 준다”며 안방마님에 대한 고마움을 언급했다.
스타일만 보면 완벽한 맞춰잡는 투수 같지만 유희관의 삼진 비율도 만만치 않다. 77⅓이닝을 소화한 현재 54개의 탈삼진을 잡아냈다. 유희관은 아무래도 위기 때 삼진을 잡아내는 면은 투수에게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바깥쪽 체인지업에는 자신이 있다. 범타를 유도해내거나 삼진을 잡는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라면서도 삼진은 나한테 장단이 있다. 기본적으로 적은 투구수를 소화하며 맞춰잡아야 하는 투수인데 삼진을 잡으려고 많은 공을 던지면 오히려 독이 된다”며 자신만의 삼진 철학을 공개하기도 했다.
선발로 보직을 변경하면서 늘어난 투구수에 대한 고민도 있다. 유희관은 예전에는 던지는 이닝에 비해서 투구수가 적은 편이었는데 최근에는 투구수가 많이 늘었다. 너무 안맞으려고 지금 애쓰는 면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스스로 느끼는 강점은 무엇일까. 유희관은 아직은 적응이 덜 돼서 그런 것 같다”고 활짝 웃더니 이내 구석구석 잘 던지니까 타자들이 혼란 스러운 면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같은 구질을 던지더라도 구속 차이를 많이 주는 것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목표는 신인왕이다. 사진=김재현 기자
당장의 목표는 최근 기세에 비하면 소박하다. 유희관은 부상 없이 선발로테이션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또 불펜 소모를 줄여줄 수 있게 많은 이닝을 소화해 팀에 도움을 주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 일 것 같다”고 했다.
그런 유희관에게도 새로운 욕심이 생겼다. 바로 신인왕이다. 신인왕에 대한 욕심을 묻는 질문에 유희관은 아직은 그런 생각을 할 때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일생에 한 번 뿐인 상이기 때문에 선수라면 그 상에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 같다. 그리고 이제 신인왕을 받고 싶다고 말해야 겠다”는 당당한 대답을 했다.
하지만 엉뚱한 이유가 있다. 올해 두산 불펜의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사이드암 오현택을 보고 얻은 교훈때문. 오현택은 유희관의 1년차 선배로 이수중-장충고-두산-상무까지 함께 따라다닌 지긋지긋한(?) 인연이자 팀내 최고 절친이다. 앞서 오현택이 올스타전에 출전하고 싶다”고 언급한 이후 감독추천으로 올스타전에 발탁된 것을 보고 유희관 스스로 강한 인상을 받은 것.
유희관은 (오)현택이 형처럼 나도 말을 해야 될 것 같다. 받고 싶다고 말하면 주지 않을까. 신인왕을 못받으면 여러 다른 상을 주는 곳에서 1개라도 주지 않을까 싶다”며 밝게 웃었다. 인터뷰가 끝나자 유희관은 인터뷰 해줘서 감사하다”며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특유의 붙임성 있는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유희관의 그 미소는 그의 최대 강점이 마운드 위에서의 능력보다 정신적인 안정감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증거이기도 했다.
[on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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