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이재오·박지원 중진들의 '실세무상론'과 '쓴소리'
입력 2013-07-04 12:16  | 수정 2013-07-04 17:12
요즘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국정원 국정조사와 NLL 논란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죽기 살기로 싸우는 정치권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이해되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왜 저러나 싶기도 한가요?

이 논란들이, 또 이 싸움이 끝날 것이라고 보십니까?

누군가 이 논란을, 또 이 싸움을 말려줬으면 하는 생각도 드는데,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아마도 당내 중진의원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최고 실세로 통했던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어제 중진회의에서 뼈 있는 얘기를 했습니다.

'권력 무상', '실세 무상'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이재오 / 새누리당 의원
-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를 끝내고 청와대를 떠날 때 갔었는데 정말 순식간에 5년이 지나갔더라. 나도 실세로 불렸던 사람인데 5년 사이 빚만 1억 2000만 원이 됐더라."

이재오 의원의 말은 무슨 뜻일까요?

정권을 잡고, 실세가 됐다고 한껏 유세 부리지 말라는 걸까요?

여차하면 순식간에 그 권력이 지나가고,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권력을 쥐고 있을 때, 실세로 불릴 때 잘하라는 의미일까요?

이 의원의 말을 더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이재오 / 새누리당 의원
- "최재오라는 말도 들리던데 그런 말 들어서 좋을 게 없더라. 그런 말이 안 나오게 잘했으면 좋겠다. 당이 힘을 모아 어려운 문제들을 잘 해결해 나가야 하는데 밖에서 이런저런 소리가 들려서야 되겠느냐"

당내 실세로 통하는 최경환 원내대표를 향해서는 여러 의견을 잘 수렴하라는 뜻인 것 같고, 또 다른 의원들은 딴 목소리 내지 말고, 당의 뜻에 잘 따라달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NLL 문제를 확실히 매듭지으려는 최경환 원내대표와 NLL 논란을 접고 민생을 챙기자는 황우여 대표의 불협화음도 꼬집은 듯 보입니다.


이 의원의 말은 농담 반, 진담 반이었겠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여러 생각을 떠올리게 합니다.

어제 최고중진회의에서 농담이 오갔던 얘기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최경환 / 새누리당 원내대표
- "최재오 말이 나왔을 때 이재오 선배가 언짢아할까 봐 걱정되더라. 내가 선수나 경륜에서 선배님을 따라갈 수 있겠느냐"

▶ 인터뷰 : 이재오 / 새누리당 의원
- "내가 2006년 원내대표를 맡았을 때 당시 박근혜 당 대표를 깍듯이 모셨다. 고개 숙여 인사도 하고, 대표가 일어나면 함께 일어나기도 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의원
- "맞아, 좀 과했어"

권력을 잡고, 실세라고 해서 자기 마음대로 해서는 안되고, 정적에 대해서도 깎듯이 잘하라는 의미일까요?

듣는 사람들이 이 말뜻을 잘 알아들었을까요?

이재오 의원은 국정원 개혁과 관련해서도 쓴소리를 했습니다.

▶ 인터뷰 : 이재오 / 새누리당 의원(7월3일)
- "이번에도 남재준 원장이 국정원 명예 때문에 공개했다고 했다. 잘잘못은 말 안 하겠다. 국정원 명예 없다. 무슨 명예가 있나? 그런데 무슨 정치판에 불쑥 던져놓고 이 난리인가?"

이번 기회에 확실히 국정원 개혁을 하라는 의미입니다.

그 역할을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하라는 의미입니다.

새 누리당에서는 이재오 의원이 쓴소리를 하고 있다면, 민주당에서는 박지원 의원이 소신을 펴고 있습니다.

박지원 의원은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NLL 회의록 공개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박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지원 / 민주당 의원
- "대화록 공개는 대단히 잘못된 국회의 결정이다. 정상외교사에 오점을 남기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의 대화록을 공개함으로써 앞으로 우리 남북관계가 상당히 신뢰 면에서 파괴되고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한다."

남북 관계가 걱정된다는 뜻입니다.

설령 대화록 원본이 공개된다 해도 여야의 정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전했습니다.

▶ 인터뷰 : 박지원 / 민주당 의원
- "공개 후에도 지금처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서 새누리당은 새누리당대로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정쟁이 계속됨으로써 오히려 혼란만 야기 시킬 것이다."

이런 문제로 자신을 비롯한 30~40%의 민주당 의원들이 대화록 공개에 반대했는데, 원내 지도부가 '구속적 당론'으로 밀어붙였다고 쓴소리를 했습니다.

▶ 인터뷰 : 박지원 / 민주당 의원
- "강제 당론으로 규정하는 것을 보고 저는 이것이야말로 초등학교 3학년 대의원대회 같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국회의원들에게 자기의 소신이 있는 그런 반대 의사가 3~40%가 되는데 이것을 그렇게 밀고 가는가."

문재인 의원이 대화록 공개를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분명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 인터뷰 : 박지원 / 민주당 의원
- "저는 문재인 의원의 순수성을 믿고 싶다. 그분은 자기가 모셨던 노무현 대통령이 결코 새누리당의 주장처럼 NLL을 포기하고 양보했다고 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그래도 (대화록 공개는) 그 자체도 조금 성급했고 잘못된 판단 아닌가, 감히 이렇게 지적한다."

새누리당 의원 전원이 대화록 공개에 찬성표를 던지고,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대다수 민주당 의원이 찬성표를 던지는 상황에서 '감히 반대표를 던지고', '감히 구속적 당론을 비판하는' 박 의원의 태도는 뭘까요?

원로 정치인의 고집이라고 보기에는 새겨들어야 할 의미가 많은 듯 보입니다.

박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습니다.

▶ 인터뷰 : 박지원 / 민주당 의원
- "남재준 국정원장을 해임하고, 야당과 국민에게 설명해 국회에서 최소의 인원과 범위로 내용을 열람하고 그 이상 공개가 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판도라의 상자를 연 지금 앞으로 정국이 어떻게 흘러갈지, 또 어떻게 이 NLL 국면이 끝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 모든 게 혼란스러울 때는 가끔 산전수전 다 겪은 중진들과 원로들의 얘기를 귀담아듣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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