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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호, ‘97+0=100’이 참이 돼야하는 이유
입력 2013-06-04 07:01  | 수정 2013-06-04 07:55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결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대한민국 축구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을 밟기 위한 마지막 고비인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3연전,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단추인 레바논전이 한국시간으로 5일 새벽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다.
승점은 기본이요 승리가 필요한 경기다. 남은 3경기에서 한국이 브라질행을 결정짓기 위해 필요한 승점은 대략 4점. 1승1무 이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버거울 정도의 지향점은 아니나 그렇다고 손쉽게 여길 수 있는 고지도 아니다. 더군다나 마지막 7, 8차전은 대한민국과 함께 본선행 티켓을 노리는 우즈베키스탄과 이란이 상대다. 강호들이다. 막판에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고생길을 걷지 않으려면 레바논 원정에서 꼭 3점을 획득해야한다.
총은 기본이요 장갑차가 활보할 정도로 분위기가 살벌하고 축구장인지 잡초밭인지 모를 훈련장 상태 등 여건이 최악에 가깝다지만, 어쨌든 레바논은 지난 6경기에서 1승1무4패에 그친 A조 최약체다. 원정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나 그래도 꺾고 돌아와야 한다. 최강희 감독이 남은 경기는 3경기지만 레바논전만 생각하겠다”는 말로 단호한 집중력을 언급한 이유다.
이기기 위해서는 골을 넣어야하기에 공격수들의 결정력이 중요하고, 다득점이 쉽지 않을 조건이기에 골을 허용치 말아야하는 수비진의 방어력도 중요하다. 공히 중요하다. 그래서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아야할 중원에서의 밸런스 유지가 특히 중요하다. 최강희 감독의 생각도 그러하다.

경기를 하루 앞둔 기자회견에서 최강희 감독은 경기 초반의 분위기와 내용이 중요하다. 공격과 수비 모두 중요하지만 미드필드 지역에서 경기를 조율해주는 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밸런스를 잡아 줘야한다”면서 허리지역에 포진될 선수들의 비중을 강조했다. 성패의 키를 쥐고 있는 이들이다. 그 조합이, 참 생소하다.
레바논전에서 중원의 중책을 맡을 인물은 스쿼드 최고참인 김남일과 생애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에 소집된 이명주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한 명은 A매치 97회에 빛나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고, 다른 한 명은 아직까지 국가대항전 경험이 없는 초짜다. 이 낯선 조합이 정말로 잘해줘야 한다.
지금껏 한국대표팀의 중원은 기성용을 중심으로 운영됐다. 동갑내기 절친 구자철의 비중 역시 상당했다. 하지만 이번 명단에는 두 명이 모두 빠졌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중요한 3연전을 기성용과 구자철 없이 치른다는 것은 누가 봐도 큰 손해다. 심지어 대체 불가결한 존재로 여겨졌던 그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김남일과 이명주 조합이 잘해줘야 한다. 한 꺼풀만 벗기면 바닥이 드러나는 팀은 강팀이 될 수 없다.
김남일은 현재 대표팀 엔트리 내에서 뿐이 아니라 K리그 모든 선수들을 통틀어도 손에 꼽히는 고참이다. 지난해 신인왕을 차지한 2년차 이명주는 가장 어린 축에 속하는 젊은 피다. 2002년부터 이름이 거론됐던 김남일는 3년 만의 대표팀 복귀요 아직도 풋풋한 느낌의 이명주는 첫 발탁이다. 월드컵 본선행 여부를 결정할 부담스러운 경기에 내세울 조합으로는 마음먹기가 쉽지 않을 구성이다. 최강희 감독의 뱃심도 대단하다.
결국 색안경을 벗은 선택이었다. 나이가 많다는, 혹은 경험이 부족하다는 선입견을 떨치고 현재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들에게 기회를 준 선택이다. 요컨대 잘하는 선수가 대표팀에 발탁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럽다는 것을 김남일과 이명주가 보여주고 있다. 반대로, 잘하면 누구라도 국가를 대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몇 세 이상이면 대표팀에서 물러나야하고 비중 있는 경기는 A매치 몇 회 이하의 선수가 출전할 수 없다는 규정은 없다. 이런 암묵적 합의는, 말 그대로 색안경일 뿐이었다. 그 틀을 깨고 출전기회를 잡은 두 선수이기에 더더욱 활약이 중요하다.
기성용과 구자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어떤 팀이든 특정선수의 비중이 커지면 좋을 것 없는 일이다. 11명이 만드는 앙상블이 중요한 축구이기에 ‘절대적이라는 단어를 쓰는 선수가 있다는 것은 양날의 검이 될 수밖에 없다.
최강희 감독은 공식회견에서 레바논전의 키 플레이어는 김남일”이라는 말로서 내심 부담이 클 고참에게 묵직한 신뢰를 보냈다. 일찌감치 이명주의 선발투입을 암시하면서 심장이 두근거릴 초짜에게도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전하고 있다. 최강희 감독도 김남일과 이명주의 만남이 100의 힘을 낼 수 있느냐가 레바논전 성패의 중요한 키워드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97+0=100이라는 명제가 거짓이 아닌 참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니, 참이 되어야한다. 작게는 레바논전 승리를 위해, 크게는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 김남일+이명주 조합의 성공을 응원한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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