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MBN 시사데이트] 김만복 前국정원장과 이재정 前통일부 장관 특별좌담
입력 2013-05-10 16:18  | 수정 2013-05-10 16:21
한국전쟁 정전 후 6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남북 대치 국면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현재 한반도는 여전히 기술적 전쟁상태이기도 한데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한반도의 평화, 그 평화의 해법은 무엇일까요? 오늘 시사데이트에서 특별좌담을 준비했습니다. 지난 2007년 10월 4일 남북 정상 공동 선언의 두 주역을 모셨습니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과 김만복 전 국정원장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 김만복 전 국정원장의 발언은 개인적인 의견이고 현재 국정원 의견과는 상관없다는 점을 미리 말씀 드리겠습니다. 오늘 윤창중 대변인 사건이 터져서 이 이야기를 짚고 넘어가보겠습니다. 정상회담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국가적으로 대통령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시나요?

이-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처음 한미정상회담을 열었는데 첫 단추를 끼는 자리에서 일어나선 안 될 사건이 일어난 게 아닌가. 정말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런 것이 그동안 인사문제에 대해서 여러 사람이 논란을 제기하지 않았습니까. 특히 자격과 자질 문제에 대해서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는데.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청와대 인사야 말로 대단히 중요한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검증을 안 하지 않았느냐 그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겠네요.

▶ 고위공직자 자리에 있는 분으로서 엄하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어떤 말씀을 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김-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고 봅니다. 일어난 배경을 보면 통상 정상회담을 가게 되면 대변인은 공식수행원입니다. 공식 수행원의 전 일정이 전체적인 통제 하에 있어야 할 텐데 어떻게 그렇게 다른 행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있었는지 의심스럽고, 그 부분을 짚어서 다음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대책을 수립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본격적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한미정상회담 결과가 나왔는데 한미동맹이 강화되었다는 성과는 있는데 지금의 위기상황에 대한 해법은 없다,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거든요. 이 전 장관께서 보시기에 어떤 평가를 하실 수 있을까요?

이-한미동맹 60주년인데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정전협정을 맺은 지 60년이 되지 않았습니까. 그때 태어난 사람이 지금 회갑인데요. 60년 동안 이 모양으로 왔다는 것에 대한 우리의 죄책감도 있고 국가적인 책임이 대단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생각해본다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되지 않았었나 생각하고요. 더 큰 문제는 한미군사훈련이 막 끝났지만 지금 5월 5일부터 한미해상군사훈련이 시작되는, 그래서 아직도 한반도에는 군사적 긴장관계가 대단히 엄혹한 상황에서 열린 정상회담 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에 대한 적절한 메시지 한마디 없었고. 개성공단은 6.15 합의에 의해서 만들어진 한반도 평화의 심장과 같은 것이고 이명박 대통령의 5.24 조치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지켰던 건데 이것을 왜 그렇게 성급한 판단을 내렸는지 모르겠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전원철수 명령을 내리고 방미하는 상황에서 개성공단에 대한 문제제기 하나 없이 휴전선 부근에 평화공원을 만들겠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뭔가 잘못된 얘기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퍽 안타깝습니다.

▶ 지금 남북관계가 상당히 경색되어 있고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막힌 개성공단에 대한 언급은 한 차례도 없었는데요. 어떻게 보셨나요?

김-우선 거기에 앞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박근혜 대통령께서 취임하신 후 첫 번째 해외방문이고 그 해외방문으로 미국을 선택했다는 것은 적절한 판단이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첫 방문으로서 짚을 건 짚고 다 잘 이뤄냈다. 특히 안보 분야에 있어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오바마 대통령에게 설명해서 지지를 얻었다든가 또는 대북정책과 관련해서 한미 공조를 확인했다든가, 조금 전에 말씀이 있었습니다만 한미동맹의 미래지향적 방향에 대해서 미국 측의 지지를 확보했다든가, 이런 긍정적 측면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게 있다면 지금 한미 간에 가장 큰 문제가 한미 원자력 협정 재협상입니다. 이 부분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께서 누차 강조를 했습니다. 특히 상하원 합동회의 때 강조 언급하신 것은 인상적이었고 상당히 좋은 효과로 나타나겠습니다만 그러나 이 중요한 이슈가 좀 더 구체적으로 되었으면. 오바마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기자회견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개정에 대한 무게가 실려 있었고 오바마 대통령은 개정에 대한 언급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한 인식차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따라서 중요성을 비춰보았을 때 이제 실무선에서 향후 이 부분에 우리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실무협상을 해나가야 할 겁니다.

▶ 두 분이 누구보다도 북한에 대해서 잘 아시는 분들이라서 여쭤볼 텐데요. 이번에 한미정상회담이 끝나서 공을 다시 북한에게 넘겼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지금 북한으로선 중국도 제재에 나서는 상황이고요. 북한은 지금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요?

김-북한이 한미정상회담을 예의주시했겠죠.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발하지 않으면 대화한다는 문은 열어놓고 있다고 했지만 그것은 평소 한미가 주장하던 내용이거든요. 그래서 북한 입장에서는 북한을 크게 자극하거나 하는 큰 변화가 한미정상회담에선 이뤄지지 않았다고 봅니다. 다만 지난번 한미협동군사훈련시절에 그동안 없었던 B-2, 스텔스, B-52, F-22를 급파하는 훈련들은 지금까지 없었거든요. 그런 것에서 자극받아 그 부분에 대한 반응이 아직도 남아 있을 따름이지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우려스럽게 나타날 것에 대해선 저는 예상하지 않고 있습니다.

▶ 남북관계 경색에 대해서 개성공단마저 닫힌 것이 아쉽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참여정부 때 통일부 장관으로 계셨는데 남북관계가 예전에 비해서 대화물밑 접촉이 어느 정도 단절되어 있는 상황인가요?

이-물밑접촉 뿐만 아니라 공식적인 라인이 다 막히고 중단된 거죠. 가령 판문점에서의 연락, 개성공단은 물론이고 동해안 지역에서 하던 군사통신선이 중단된 상황이고요. 실제로 물밑접촉이라는 것도 제가 알기론 거의 없을 겁니다. 남북 간에 완전히 단절된 상태, 소통이 완전히 막혀있는 상황이고. 라디오나 텔레비전과 같은 공중파를 통해서 저쪽 대변인도 얘기하고 우리 쪽도 얘기하고 서로 오고가는 그런 상황인데. 결국 저는 정상회담이 끝나고 이번 해상군사훈련이 끝나는 5월 말이나 6월 초 쯤 가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예정되어 있는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이 있거든요. 이런 여러 가지 군사훈련 상황 속에서 과연 한반도 문제가 제대로 풀려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오히려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 않겠나 생각하고요. 개성공단도 다시 회복하려면 회복할 수 있는 분명한 명분들이 있어야 될 텐데 그런 명분을 만들어낼 만한 계기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6월 달이 되면 6.15기념으로 13년이 되지 않습니까. 6.15는 북에서 굉장히 무게 있게 생각하고 있는. 그래서 우리가 10.4 정상회담 할 때도 당시 북쪽에선 6.15를 국가기념일로 해달라는 요청을 강경하게 했었고 사실 우리도 추진하려고 하려다 끝내 성사시키지 못했습니다만. 6.15 라고 하는 것이 남북 간에 한반도 평화 통일을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평화적인 방법으로 하자라는 공동의 목표, 방향, 방법을 제시했던 회의였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결실이 개성공단입니다. 그러니까 개성공단이라고 하는 것이 단순한 공업지구가 아니죠. 그리고 개성공업지구가 있던 지역은 사실 북한의 62포병여단, 수도권을 공격할 수 있는 최전방에 나와 있던 부대를 다 송악산 북쪽으로 옮기고 개성공단을 만들었던 것이기 때문에 북으로서도 사실상 대단한 용단을 내려서 만든, 다시 말하면 전선을 평화의 기지로 만들고 포병연대가 있던 지역을 평화의 기지로 만들었다고 하는 것은 대단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거죠. 그래서 단순히 경제적 의미로 볼 것이 아니라 대단한 평화의 의미로 봐야 할 것이고. 경제적 의미도 이만저만이 아니지 않습니까. 협력업체 5천 8백 개, 123개 업체 뿐만 아니라 협력업체가 받는 손실, 그 사람들이 받는 절망감, 피해자들의 눈물, 이런 것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것을 통해서 벌어진 국제적으로 한국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앞으로 한국경제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칠까를 생각해보면 저는 빨리 남북 간에 소통을 해서 개성공단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급선무가 아닌가 판단합니다.

▶ 우리정부가 대화의 문을 어떻게 여느냐가 중요할 것 같은데요. 남북정상회담 당시에 특사로도 활동하셨고요.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요?

김-그 전에 이 장관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을 표시하면서 물밑대화와 관련해서 중요성이 있기 때문에 한 말씀 언급하겠습니다. 물밑대화는 적대국 간에도 항상 있어 왔습니다. 전쟁 중에서 물밑대화가 있어서 그것이 얻는 효과는 대단히 큽니다. 그동안 특히 국민의 정부 때 형성되어서 참여정부 시절에 공개, 비공개 채널이 남북 간에 대단히 활발했습니다. 그 채널들이 이명박 정부 시절에 다 망실 되었거든요. 지금 개성공단 잠정폐쇄로 진행되는 모습을 보면 물밑 대화가 있으면 저렇게 진행이 안 됩니다. 공개적으로 대변인을 통한 언급에서 자꾸 증폭이 되어 가면서 잠정 폐쇄로 나갔거든요. 개성공단을 두고 말할 것 같으면 아까 장관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만 남쪽 기업과 경제에 절실히 필요한 반면 북쪽 역시 필요한 겁니다. 남북 양측이 서로 간에 필요해서.. 심지어 이명박 정부 상황 하에서도 연평도 피격이라든가 천안함 폭침사건 시절에도 지속되었던 것이 잠정폐쇄된 것은.. 이렇게 서로 필요함에도 없어졌다, 이것은 절대적으로 물밑대화가 없었다는 증거가 되고 그 필요성을 저는 강조하고자 합니다.

▶ 가장 중요한 것이 여기서 대화재개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김-그렇습니다. 그러나 공개적으로 너무 긴장이 향상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가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풀기위해서라도 물밑대화부터 이뤄져야 합니다.

▶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그것이 다 망실되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지금 박근혜정부에서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새로 생길 수 있을까요?

김-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물밑접촉은 역시 물밑을 통해서 비공개를 통해서 제의를 하고 저쪽에서 접수를 하고 그렇게 해서 이뤄지게 됩니다.

▶ 물밑대화 필요성을 말씀해주셨는데 지금 박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인 것 같아요.

이-미국CBS방송과 인터뷰 하시면서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을 들었는데 사실 정상회담이라고 하는 것이 남북뿐만 아니라 주변국 사이에서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게 된 것도 아시는 바와 같이 2006년 10월 9일에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한 이후 남북관계가 완전히 파탄상태에 있었을 때 결국 정상회담을 하게 되었는데. 정상회담을 할 때 이루어진 배경이 있다고 하면 당시 부시대통령이 하노이와 시드니에서 열렸던 APEC 회담에서 한반도의 종전과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다. 부시정부 마지막 단계의 정책적 변화, 그것이 결국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관계개선 분위기로 호전되었다는 판단이 남북 간에 있었고요. 또 하나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를 통해오면서 10년간 일관성 있게 북과의 대화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그런 것이 결국 신뢰를 쌓아온 하나의 근거가 됐었죠. 그것이 결국 관계개선이 되고 정상회담에 이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는데요. 저도 지금 상황에선 아마 섣불리 정상회담을 얘기해서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지 않겠느냐. 오히려 그것보다 그동안 군사적으로 대치해 있던 상황을 잘 정리하고. 그러기 위해서 북도 군의 강경파가 줄고 이쪽도 줄고 그런 좋은 얘기가 오고갈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겠죠.

▶ 일관성 있는 정책을 유지해야 된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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