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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지저스’ 박은태 “수퍼스타, 생애 넘버원 작품될 것”
입력 2013-05-10 10:52 

일단 한 곡이라도 불렀다하면 온몸의 기가 다 빠져나가요. 유체이탈이 바로 이런 느낌인가 봅니다. 쉬지 않고 했다간 아마 제 명에 못 죽을 것 같아요.”
‘슈퍼스타 지저스가 말했다. 아니 무대에서 내려온 ‘지저스 역의 배우 박은태(32)가 이 같이 말했다.
사실 그의 공연을 보고나면 그럴 법도 하다. ‘지저스의 모든 노래가 소문난 고난이도 곡들인데다 극도로 절제된 내면연기까지 요구한다. 박은태의 ‘지저스는 평온하면서도 강렬하고 인간적인 동시에 감히 다가갈 수 없는 신성함이 있다. 만약 ‘예수를 만난다면 바로 이런 모습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이미지가 꼭 들어맞는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지저스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7일 전부터의 이야기를 그를 배신한 제자 유다의 시선으로 그린 작품이다. 박은태는 죽음을 앞둔 예수가 신의 아들, 그리고 인간의 삶 사이에서 주어진 운명에 괴로워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담는다. 지난 26일 개막 이후 단연 최고의 뮤지컬로 꼽히고 작품. 그 중에서도 박은태가 연기하는 ‘지저스는 유난이 후한 평과 환호를 받고 있다.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의 비결을 묻자 그는 노래 혹은 연기, 아니면 캐릭터의 개성? 작품마다 최고치를 요구하는 어떤 한 가지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수퍼스타는 이 모든 요소에서 한계치를 요구하니 완전하게 빠져 살수밖에”라며 겸손하게 답했다.

이어 우선 40년이 넘도록 명맥을 이어온 작품 자체의 힘이 가장 큰 원동력”이라며 지금까지 수백 명의 지저스가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이 된 것만으로도 배우로서 영광이다. 그런데 어떻게 온 힘을 다하지 않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관객들이 평한 박은태표 ‘지저스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슬픔이다. 그는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한 브로드웨이판과 달리 원작을 최대한 살려 가장 예수다운 모습을 그리려고 애썼다”고 운을 뗐다.
죽음을 앞둔 지저스를 연기하는 내내 뭔가 아프고 미안했어요. 사랑하는 이들을 두고 떠나는, 가혹한 운명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어떤 선택을 하냐에 따라 모두가 당장 행복해질 수 있는데 신념 하나로 모든 걸 버려야 했죠. 어떤 감정도 밖으로 표출할 수 없기에 몽롱한 상태의 무언가를 계속 분출했어요. 고뇌가 복잡해질수록 더 안으로 넣어야하는 절제가 가장 힘들었죠. 결과적으로 관객마다 지저스에 대한 이미지와 매력, 평가가 달라 ‘열린 판단이 가능하게 된 것 같아요.”
이는 곧 왜 지저스가 ‘수퍼스타인가에 대한 답이기도 했다. ‘수퍼스타는 사람들의 사랑을 넘어 추앙 받는 인물. 하지만 기대가 큰면 실망도 큰 법. 지저스를 통해 자유와 행복을 얻기를 갈망한 사람들은 그가 매를 맞는 초라한 사람이 되자 돌변하기 시작한다. 강렬한 ‘믿음은 더 잔인한 ‘배신으로 변해버린다.
박은태는 이 같은 해석을 바탕으로 지저스를 관객들이 스스로 해석할 수 있는 ‘수퍼스타로 표현했다. 누구에겐 불쌍하고 나약한 지저스를, 또 다른 이에게는 오히려 강하고 남자다운 지저스로 제각기 다른 매력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캐릭터 본연의 ‘고뇌와 슬픔의 메시지는 결코 놓치지 않았다.
연기뿐만 아니다. 음악 역시 독하기로 유명하다. 특히 지저스의 대표곡인 겟세마네(Gethsemane)는 지저스의 고뇌를 극한으로 끌고 간다. 저음과 고음이 가파르게 넘나들며 고도의 스킬을 요구한다.
3옥타브 G코드 정도 올라가요. 감정도 최고치인데 음까지 높고 길어요. 록 음악이라고 해서 창법을 일부러 바꾸진 않았어요. 숙련된 모든 걸 쏟아내도 성공할까 말까한 곡이니까요. 왜 이 곡이, 이 작품이 위대한 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기도 해요. 혼자서 부르는 단 2장면 중 하나이기 때문에 절대 실수하거나 놓쳐서는 안돼요. 정말 죽을 각오로 임하고 있죠. 장난 아닙니다. 하하!”
수천년의 세월동안 사람들의 ‘수퍼스타로 불려온 지저스. 그런 그를 연기한 박은태의 수퍼스타란 과연 무엇일 지 문득 궁금해졌다. 당연히 가족”이라고 그가 말했다.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다.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저를 굉장히 믿어주셨고 뭐든 강요하시는 법이 없었어요. 만약 자식을 낳으면 우리 부모님처럼 키우겠다고 늘 생각했죠. 제가 꿈을 꾸고, 행여 어려움이 생겨도 꾸준히 간직해 실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어요. 행복은 본인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책임감도 배웠죠.”
잠깐 망설이는 듯하더니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직전의 부드러움과는 또 다른 맑은 무언가가 느껴졌다. 수줍음이 섞인 미소다.
저의 멘토이자 또 다른 슈퍼스타는 바로 아내에요. 제 인생의 큰 결정이 있을 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안정감을 주는 사람이거든요. 뒤에서 묵묵하게 응원해주고 문제가 생기면 현명하게 잘 처리해줘요. 이런 큰 작품을 처음 참여하면서도 마냥 행복하게 임할 수 있는 것도 저의 ‘수퍼스타들 덕분이죠.”
박은태는 끝으로 자신의 배우 인생에서 갖는 ‘지저스의 의미를 전했다. 이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더 많은 작품들을 하겠지만 ‘수퍼스타는 분명 제 인생의 넘버원이 될 것 같아요. 그게 언제라도 시켜만 준다면 100번이라도 하고 싶을 만큼 제 생애 최고의 작품이라고 확신해요. 제가 푹 빠진 매력을 관객분들도 함께 공유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게요!”
한편, 한국에서 6년 만에 막을 올린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지난 26일부터 공연을 시작해 오는 6월 6일까지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펼쳐진다. 공연시간 135분. 만 7세 이상 관람 가능.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사진 강영국 기자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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