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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일의 맥] 최강희 감독의 ‘so long’은 지켜져야 한다
입력 2013-05-07 07:07 

앞으로 약 한 달 뒤에는 결론이 난다. 6월5일 새벽 2시30분 레바논과의 6차전(원정)을 시작으로 6월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7차전 그리고 6월18일 이란과의 최종전(이상 홈)을 끝으로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 여부가 결정된다.
최종예선도 이제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민들에게 낭보를 전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최강희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의 어깨가 무겁겠지만, 이 문제는 최강희 감독과 선수들이 해결해야할 몫이다.
앞으로 약 한 달 뒤, 한국 축구는 또 다른 결론을 내야한다. 새로운 국가대표팀 사령탑 선임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한다. 이미 최강희 감독은 지휘봉을 잡는 순간 그 자리에서 내려올 때를 말했다. 줄곧 내 임무는 최종예선까지”라고 못 박았다. 그 시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이 문제는, 풀어야할 사람들이 따로 있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본선 진출여부에 맞춰지고 있더라도 대한축구협회와 관계자들은 그 이후를 생각해야하는 시점이다. 미리미리 준비를 잘하고 있다면 다행이나 혹여 넋 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불과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는데, 느낌이 후자 쪽이다.

알다시피 최강희 감독은 지난 2011년 겨울, 3차 예선에서 벼랑 끝에 몰렸던 위기를 타계하기 위한 소방수로 지휘봉을 잡았다. 전임 조중연 축구협회장을 비롯한 축구계 인사들의 삼고초려가 있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결국 최강희 감독은 2011년 K리그 챔피언으로서의 감흥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한 채 12월22일 국가대표팀 감독직에 올랐다. 취임 기자회견에서 그는 사춘기 소년도 아니고 마지막 결정은 내가 했다. 지금 한국축구가 처해있는 난관을 내가 뚫기로 마음먹었다”며 강한 의지를 전했다. 선임 과정상의 잡음을 모두 끌어안으면서 수장답게 다가올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는 출사표였다.
그와 동시에 최 감독은 내 임기는 한국을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키는 2013년 6월까지다”라고 확실한 선을 그었다. ‘소신파 럭비공다운 돌출 발언에 축구협회 직원들이 꽤나 땀을 흘렸다. 그만큼 단호한 의지로 팀을 이끌겠다는 뜻으로 해석해 달라”고 진화에 나섰으나 최강희 감독이 진심을 전할 때와 에둘러 표현할 때를 구분 못할 위인은 아니다.
이후 최강희 감독은 공식 석상이든 비공식 석상이든 임기와 관련된 질문에는 늘 답이 같았다. 온갖 추측과 가정이 난무하는 상황 속에서도 내 역할은 최종예선까지”라는 답변뿐이었다. 거짓말도 없고 욕심은 더더욱 없다. 올해 들어서는 숫제 거취에 대한 질문은 삼가 달라 당부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묘한 뉘앙스를 품은 발언들을 잇고 있는 까닭이다. 본선행이 결정된다면 최강희 감독이 연임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입장이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밝혀졌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라면, 애매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형국이다.
최강희 감독이 말한 ‘2013년 6월이 코앞이다. 이쯤이면 대한축구협회는 후임 사령탑에 대한 구체적인 작업에 돌입해 있어야한다. 완료까지는 기대하지 않아도 최소한 진행 중이어야 한다. 프로팀 감독 선임도 기본적인 시간 속에서 심사숙고를 하는 법인데 대표팀 사령탑, 그것도 월드컵 본선을 이끌 지도자 선별을 번갯불에 콩 볶듯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지금의 분위기는 불안하고 수상하다.
철저한 보안을 위해 수면 아래 후임자를 숨겨두고 있는 것이라면, 축구협회의 현재 일처리는 큰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의구심이 커진다. 워낙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에는 미흡했던지라 설마 어떻게 되겠지”라는 자세로 일관하는 것 아닌지, 팔짱을 끼고 지켜보게 되는 게 사실이다.
여기서의 ‘어떻게 되겠지는 이래도 저래도 답답하다. 만약 그때 가서 감독을 물색하겠다는 것이라면 복장이 터질 일이고, 상황이 급박한데 최강희 감독이 나 몰라라 할 수 있을까 라는 안일한 심리라도 문제다. 사실 지금 분위기 속에는 후자의 냄새가 피어난다. 그렇다면 답답한 것은 최강희 감독이다.
언제나 난 정말 (연임에 대해 생각한 것은)0%다. 지금껏 똑같이 이야기를 했는데 왜 밖에서는 달리 듣고 달리 해석하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표했던 그가 또 난처한 처지가 될까 우려스럽다. 최강희 감독에게는 가야할 곳이 있다.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닌 ‘돌아가야 할 곳이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애칭 ‘봉동이장을 선물한 전북이라는 고향이다.
절대 전북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 호언장담했으나 결국 최강희 감독은 거짓말쟁이가 되어야했다. 김상식과 이동국을 비롯한 모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프런트들까지 떠날 줄 몰랐다고 했을 정도로 갑작스런 선회였다. 그만큼 대한축구협회의 설득이 간절했고 그만큼 최강희 감독은 괴로웠다.
최강희 감독은 대표팀 감독 취임 기자회견을 하루 앞둔 2011년 12월21일, 전북 공식 홈페이지에 장문의 글을 남겨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그 속에 다 표현은 못하지만 우리는 쿨하게 good bye가 아니라 so long입니다”라는 의미심장한 글귀를 적어두었다.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는 ‘so long이라는 작별인사를 통해 팬들에게 미안함을 전한 것이다. 동시에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했다. 두 번의 거짓말은 없을 것이라는 다짐이었다.
최강희 감독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K리그와 전북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지난 2005년 전북에 부임한 이후 7년이란 시간 속에 밖에서 보는 것 이상의 많은 것들이 겹겹이 쌓여있다. 그와 함께 지금의 전북이 있고, 전북과 함께 지금의 최강희도 있다.
최강희 감독이 전북을 뒤로하고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것은 전북보다 대표팀이 더 중요해서가 아니다. 어려움에 처한 한국축구 전체를 위해,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누군가는 했어야할 희생을 대신 떠안은 것이다. 그 짐을 무사히 내려놓는 순간 최강희 감독에게는 고마움의 박수가 쏟아져야한다.
최강희 감독에게는 돌아가야 할 곳이 있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때문에 그의 ‘so long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지금 축구계가 바라봐야할 곳은 최강희 감독의 얼굴이 아니라 대한축구협회의 발이다.
제대로 뛰고 있었는지 궁금할 뿐이다. 이미 후임 감독 선임 작업이 비밀리에 추진되고 있기를 희망한다. 만약 진짜 넋 놓고 있다면, 생각만으로도 갑갑해진다.
[MK스포츠 축구팀장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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