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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리’ 강수연, 1000만 기록 부럽지 않은 1000명
입력 2013-03-22 09:37  | 수정 2013-03-22 17:25

배우 강수연은 행복한 듯 보였다. 듬성듬성 비어있는 객석이 눈에 띌 정도였으나, 개의치 않았다. 이 영화가 관객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아하며 활짝 웃었다.
21일 오후 7시 서울 동작 사당동에 있는 예술영화전용관 아트나인.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이 연출 데뷔한 단편영화 ‘주리의 GV(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이날 주연배우로 참여한 강수연이 함께했다.
지난 7일 개봉한 ‘주리는 6~7개 상영관에서 하루 한 차례씩 상영돼 13일간 관객 1000명(22일 영진위 기준 1058명)을 모았다. 다른 영화들과 비교해 적은 수치로 여겨져 우습게 보일 수 있지만, 의미는 남다르다.
국내에서 단편영화는 단독으로 개봉할 수 있는 여건이 안돼 영화제가 아니면 영화관에서 거의 상영되지 못했다. 하지만 아트나인 등의 도움으로 일반 상영관에서 관객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요즘 많은 물량을 투입하고 상영관 독점 문제가 나오기까지 하며 누적관객 1000만 명을 넘는 영화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주리의 흥행 기록은 대단한 성과인 셈이다.
강수연은 배우 활동을 오래 해왔지만 단편영화 출연은 사실 처음”이라며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작업이라 어떤 영화보다 이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에게 무척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
그는 이 영화가 어떤 영화제에 초대받는 것도 영광스럽고 감사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서 단편영화를 일반 상영관에서 소개하는 것 자체가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것보다 훨씬 자랑스럽고 감사하다”며 단편 중에도 보석 같은 영화들이 많다. ‘주리 뿐 아니라 다른 단편들이 관객을 접할 기회가 많았으면 한다”고 바랐다.
지난해 10월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개막작으로 공개됐던 ‘주리는 국내 한 단편 영화제를 배경으로 수상작 선정 과정에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는 심사위원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렸다. 안성기, 강수연, 정인기, 미국 영화 평론가 토니 레인즈, 일본 영화감독 토미야마 카츠에 등이 심사위원 역할로 출연했다.
특히 심사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강수연과 정인기가 의견 충돌하는 장면은 웃음을 유발한다. 정인기는 관록있는 여배우에게 ‘올드하다는 말을 건네 강수연을 폭발하게 한다.
실제 욱한 건 아니었을까 할 정도로 주먹다짐도 이어진다. 이렇게 폭발하는 강수연을 최근 영화에서 본 적이 없다. 강수연은 영화 속의 캐릭터일 뿐”이라며 단시간 안에 강한 임팩트를 줘야 해서 그런 것”이라고 웃었다.
데뷔한 지 40년이 넘은 베테랑 배우인 강수연은 연출 데뷔하는 김 명예위원장과 작업한 소감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늘 영화 연출을 하겠다는 말은 들었는데 어느 날 심각하게 이러이러한 이야기를 할 건데 같이 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그 자리에서 당연히 해야겠다고 했다”며 인간적인 신뢰와 존경이 밑바탕이 됐다. 내 평생 이렇게 성실히, 열심히 사는 분을 본 적이 없다. 이런 분이 영화를 하면 금세기 통틀어 최고 작품은 아닐지라도 내가 결코 실망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믿음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김동호 감독은 첫 영화인데 당연히 안성기, 강수연씨와 해야 했다. 앞으로 영화를 만들 때도 두 사람을 빼놓으면 문제가 생길 것 같으니 젊은 배우와 두 분을 안배해 역할을 드리는 게 내가 평화롭게 영화를 만드는 길이 아닐까 한다”며 농담을 섞어 말해 객석을 웃겼다.
영화계에서 소통 잘하기로 소문난 김 감독은 심사위원들의 불통을 이야기한 것에 대해서는 소통을 잘하는 영화를 만들면 재미가 없다”며 소통이 안 되는 영화를 만들고, 또 반전을 몇 번 넣어야 재미있을 것 아닌가 해서 불통의 영화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 영화는 지난 2월 열린 제6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돼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또 부에노스아이레스영화제, 우디네극동영화제 등 다양한 해외 영화제의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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