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안철수 노원병 출마는 새 정치인가? 구태정치인가?
입력 2013-03-04 10:08  | 수정 2013-03-04 17:56
마침내 올 게 온 것일까요?

대선 날 아침에 출국한 안철수 전 교수가 두 달여 미국 생활을 접고 오는 10일께 귀국한다고 합니다.

떠날 때부터 이맘때 쯤 온다고 했으니, 안 전 교수의 귀국이 하등 놀랄 일도 아닌데, 그의 귀국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벌써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때 유력한 대선 후보였고, 또 미래 유력한 대선후보가 틀림없기 때문일까요?

그런데 정작 놀랄 일은 그의 귀국이 아니라 그가 4월에 있을 서울 노원병 재보선에 출마한다는 얘기입니다.

노원병은 삼성 X파일 떡값 검사 실명을 거론했다가 최근 대법원의 유죄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의 지역구입니다.

먼저 안 전 교수의 재보선 출마를 공식화한 무소속 송호창 의원의 말부터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송호창 / 무소속 의원(3월3일)
- "(기자)부산도 있는데 노원병으로 가닥 잡은 이유는?
이번 보궐선거 출마가 정치적 의미가 있는 것이고 거기에 대해서 출마한 이유가 있는 것이기에 그것에 대해선 출마 결심한 안철수 전 교수가 직접 해명하는 게 국민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보궐선거 출마가 정치적 의미가 있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무슨 정치적 의미가 있기에 노회찬 대표의 지역구를 선택한 것일까요?

몇 가지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지만, 여야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놓고 티격태격하면서 안 전 교수가 말했던 구태정치에서 한 발짝도 나아지지 못했다는 겁니다.


정치권에 국민은 보이지 않고, 권력욕과 당파성만 보인다는 이유를 들 수 있을 듯싶습니다.

그런 대한민국 구태정치의 중심부인 서울에 출마함으로써 확실한 차별화를 노렸을 수도 있습니다.

노회찬 대표가 의원직을 상실한 상황도 안 전 교수의 출마와 무관치 않은 것 같습니다.

안 전 교수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새 정치를 언급하면서 기득권 재벌과 검찰 개혁을 강도 높게 말한 적 있습니다.

당시 얘기를 들어보죠.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후보(2012년 11월5일)
- "저는 정치의 근본적인 쇄신이 정권교체 첫걸음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기득권 넘으려면 우리가 변화하고 있고 믿음을 국민께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지난 개혁이 실패한 원인에 대해서도 성찰이 필요합니다. 그때 개혁 구호는 있었지만, 재벌 공화국, 검찰 공화국 못 막았습니다. 이번에는 다시는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믿음 주는 각오와 약속이 필요합니다."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사의 처벌을 요구했는데, 정작 노 전 의원만 처벌을 받은 지금의 현실이 안 전 의원에게는 개혁해야 할 재벌공화국, 검찰공화국으로 비쳤던 것일까요?

그래서 노 전 의원 지역구에 출마해 재벌과 검찰 개혁을 향한 새 정치의 시작을 알리려 했던 것일까요?

틀린 말일 가능성이 크지만, 당선 가능성도 염두에 뒀을 법합니다.

부산 영도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 총괄 선대본부장을 지낸 김무성 전 의원이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안 전 교수가 아무리 대선 후보로 거론됐다 하더라도 결코 당선을 보장받을 수 없는 곳입니다.

반면 서울 노원병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처음 생긴 지역구로 세 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야권이 두 번 승리한곳입니다.

안 전 후보가 나선다면 적어도 부산 영도보다는 승률이 높은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의 노원병 출마가 야권 전부로부터 환영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당장 노회찬 대표가 큰 상처를 받은 듯 보입니다.

송호창 의원은 안 전 교수가 노 대표에게 사전에 전화해 노원병 출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고 했습니다.

송 의원의 말을 다시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송호창 / 무소속 의원
- "(노회찬 대표에게 전화한 거는 아마도 도움 원했다고 해석할 수 있나?)
아마도 도움보다는 예의 차원에서 직접 일단 이번 판결에 대한 의미 그리고 당선 무효 선고가 된 것에 대한 정치적 의미까지 포함된 얘기라서 그런 얘기들까지 안 전 교수가 직접 해명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안 전 교수가 노원병 출마 발표에 앞서 노 전 의원과 전화통화를 했다는 사실을 잘못 이해하면 노 전 의원이 안 전 교수의 출마에 대해 양해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틀린 말인 것 같습니다.

노 전 의원은 오늘 한 라디오 방소에서 '이렇게 각본을 짜 맞추듯이 하는 것은 새 정치가 아니라 구태정치'라고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습니다.

안 전 교수와 통화에서는 '덕담 수준의 얘기들이 있었고, 노원병 출마 문제나 양해 문제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다. 아마 저한테 양해를 구했다면 제가 솔직한 생각을 말씀을 드렸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요?

안 전 교수가 노원병 출마를 하는데 노 전 의원에게 양해를 구한 척하고 일방적으로 언론에 발표했다는 걸까요?

누구 말이 맞는지는 안 전 교수가 10일 귀국하면 직접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만일 노 전 의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안 전 교수의 행동은 새 정치와는 거리가 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대선 때 안 전 교수가 직접 말한 개혁 세력의 연대와도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그때 얘기를 잠깐 듣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후보(2012년 11월5일)
- "모든 개혁 세력이 같이할 때 정권교체 가능합니다. 정권교체 이후에도 원만한 개혁 새로운 시대 열 수 있습니다. 정권교체 위해서는 야권단일화 필요하고 단일화와 함께 새 정치를 향한 국민 연대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진보정의당은 노원병에 후보를 내겠다고 합니다.

안 전 교수가 그의 말대로 새 정치를 위해 노원병에 나오려 한다면 먼저 진보정의당의 마음부터 풀어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말의 앞뒤가 맞기 때문입니다.

한겨레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안 전 교수의 출마에 대한 찬성은 43.5%, 반대는 47.9%로 반대가 더 많았습니다.

조사에서 노원병으로 출마지역을 특정했다면 부정적 응답은 더 많아졌을까요? 더 줄었을까요?

같은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전 교수가 신당을 창당하면 정당 지지율은 29.4%로 민주통합당을 제치고 단숨에 제1야당이 될 것이라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어쨌든 안 전 교수의 등장은 정치권에 큰 회오리를 몰고 올 것 같습니다.

그 회오리가 지나간 자리에 새 정치가 싹틀지, 아니면 구태정치가 다시 반복될지는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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