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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박신혜 "`7번방` 흥행 이유? 내 가족, 아빠일 수 있으니까요"
입력 2013-02-07 08:22 

"감독님이 자꾸 절 안타깝게 하세요. 무대 인사 돌아다니시는데 어디 어디서 특히 반응이 정말 뜨겁다고 연락하세요. 전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이웃집 꽃미남') 촬영 때문에 한 번도 못 갔어요."
배우 박신혜(23)는 400만 관객 돌파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영화 '7번방의 선물' 무대인사에 가지 못할 걸 아쉬워했다. 현장의 분위기를 직접 느껴보고 싶은데 드라마 촬영으로 빠듯하다. 그는 "촬영 펑크낼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며 "그런데 무대 인사 가는 감독님과 선배님들이 부럽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신혜는 6살 지능의 딸바보 용구(류승룡)와 평생 죄만 짓고 살아온 7번방 사람들이 용구 딸 예승(갈소원)을 교도소에 데려오기 위해 벌이는 불가능한 미션을 담은 휴먼 코미디 '7번방의 선물'에서 '비밀병기'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막중한 임무를 맡아 관객을 울리는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그는 "어깨가 무거웠다"며 "어른 예승도 임팩트가 강한 캐릭터라서 나만 잘하면 얻어갈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극 중 박신혜의 비중은 크지 않다. 이 환경 감독은 고민 끝에 박신혜에게 시나리오를 건넸다. 기존 배우를 쓰기에는 비중이 작고, 신인을 쓰기에도 안 될 인물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떠오른 박신혜에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보냈는데 "정말 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류승룡은 박신혜가 참여한다는 소식에 전화를 걸어 "매우 고맙다"고 했단다. 박신혜는 "이렇게 좋은 선배들이 많아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쁜데 직접 전화까지 해주시고 또 '큰 선물을 받은 것 같다'고 말씀해주셔서 더 좋았다"고 즐거워했다.
박신혜는 "몇 안 되는 신에서도 '어떻게 하면 더 잘할까?',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까?'를 많이 고민했다"며 "대단하신 선배님들과 함께하는데 나도 빛을 발하고 싶었다. 그래서 공부하고 고민을 많이 했다"고 기억했다.
"감독님의 '각설탕'이나' 챔프'를 정말 잘 봤어요. 사람 냄새나는 영화라고 할까요?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쉽게 생각하면 안 되는 것들을 다룬 영화잖아요. 이번에도 아빠와 딸의 조건 없는 사랑의 관계를 그렸지만, 그냥 무조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가슴이 아픈 내용이잖아요."
박신혜가 아빠의 무죄를 밝히는 모의 법정 신이나, 마지막 놀이기구 신에서 눈물을 훔치는 관객이 무척 많다. 비중이 작은 건 아쉽지 않다고 느끼는데 대단한 선배들과 더 많이 연기 호흡을 맞추지 못해 안타깝다.
"비중이 크고 작음은 상관 없고요. 교도소 '7번방' 안에 들어가서 더 같이 연기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쉬워요. 또 류승룡 선배님과도 더 연기하고 싶었는데 별로 마주치지 못했어요."
류승룡은 최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박신혜나 수애와 멜로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박신혜가 출연하는 드라마 촬영 현장에 밥차를 선물하러 왔을 때도 다시 한 번 "2년 안에 멜로를 하자"는 말로 박신혜를 웃겼다. 박신혜는 대선배가 따뜻하고 다정하며, 멋있다고 인정했다. 멜로 상대로도 '다소' 긍정적이다. 이미 박신혜는 드라마 '키다리 아저씨'에서 정웅인, 시트콤 '귀엽거나 혹은 미치거나'에서 류승수 등 나이 차가 많은 선배와 연인 등을 연기한 적이 꽤 있다.
그 때문에 상대 배역의 나이는 별문제가 아니란다. "류승룡 선배님은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을 보고 의외의 매력에 풍덩 빠져 버린 여성분들이 많을 거예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정말 우리를 무장해제 시켜버리셨어요."(웃음)
'7번방의 선물'은 현실에서도 여파도 크다. 박신혜에게 전화하는 사람마다 "우리 예승이. 콩 먹어야 해. 콩. 콩 먹어." 등 영화 속 대사로 장난을 걸어온다. 싫지는 않다. 영화가 잘 되고 있다는 다른 말이니까.
"주변에서 정말 많은 분이 영화를 보셨어요. 영화가 잘 된 이유요? 아무래도 자신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다는 점 때문 아닐까요. 액션이나 스릴러처럼 어떤 것을 보여주려고 한 환상이 아니라 정말 내 가족, 아빠 이야기일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 영화도 환상이긴 하지만 편하게 웃고, 울 수 있는 이유인 것 같아요."
박신혜는 "영화를 본 분들이 다른 가족이나 친구들과 한 번 더 보여주려고 한다는 마음이 좋고, 감사하다"며 "영화 속 내용을 공감하는 그런 마음을 가진 분들에게 내가 더 많은 감동받았다"고 만족해했다.
박신혜는 2003년 이승환의 '꽃' 뮤직비디오로 데뷔해 얼굴을 알렸다. 어린 나이부터 연기를 시작해 10년을 활동했다. 한창 예민할 사춘기를 겪은 그도 슬럼프나 방황을 한 적이 있을까.
"슬럼프라기보다 방황한 적은 있어요. '내가 과연 이것을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죠. 대학을 선택해 가게 됐는데 '이게 잘못된 걸까?' 하다가도 친구들을 만나 대학생활을 즐겼어요. 그러다 다시 또 연기로 돌아왔죠. 건강하게 잘 왔다갔다했어요. 어려울 수 있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넘어간 것 같아요."(웃음)
주변 사람들도 그에게 힘을 준다. 가족, 친구, 소속사 식구들 등등. 그에게 좋은 사람들이 많다.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아서 제 울타리로 돌아갈 수 있었죠. 그 울타리가 단단하다 보니 제가 흔들려도 잘 잡아주세요. 친구이자 오빠 같은 소속사 분들도 있고, 가족도 있고, 연예인 친구들, 십년지기 일반인 친구들도 저를 잡아주죠."
드라마 '천국의 계단'을 통해 얻게 된 최지우 아역이라는 꼬리표가 스트레스일 것 같은데 아무렇지도 않단다. 박신혜는 "무리하게 그 꼬리표를 없애려고 하지 않고, 나이에 맞게 자연스럽게 연기해 나갔다"며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미남이시네요의 고미남이다', '넌 내게 반했어의 이규원이다', '이웃집 꽃미남의 고독미다'라고 말해준다"고 좋아했다.
물론 과거에 대한 아픈 기억도 있다. 눈물 연기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는 것. 박신혜는 "'천국의 계단'을 할 때 우는 장면이 많았는데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회상했다.
"눈물 안 나고, 안 슬픈데 왜 울어야 하는지 몰랐어요. 오빠를 떠나보내는 게 슬픈데 오빠랑 헤어져 본 적도 없고, 남자친구를 사귄 적도 없어서 감정을 모르겠더라고요. 감독님에게 혼도 엄청났죠. 혼나고 울면 되는데 그걸 더 계산하게 되고, 긴장을 더 하게 되니 눈물이 더 안 나오더라고요. 지금은 시간이 지나 어떻게 빠져들어야 하는지 알게 됐어요."(웃음)
박신헤는 노래에도 관심이 많다. 드라마 삽입곡에 수차례 참여했다. 노래도 곧 잘한다. 가수를 꿈꾸느냐고 물으니 "작품의 캐릭터로서 또 다른 하나의 연기를 보여 드리는 것"이라며 "주인공의 마음을 표현하는 연기 같다. 스스로 힐링이 돼서 참여하는 것"이라고 웃는다.
어떤 작품에 욕심을 부려도 그 작품이 자기 것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 박신혜. 대부분 편한 마음으로 작품에 다가간다.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도 그랬고, 7번방의 선물'도 그랬다. 주연은 아니었지만 그건 전혀 중요치 않다.
"잘된 영화 두 편 모두 제가 주인공은 아니었고, 이끌려 가는 것이었네요. 다음 작품을 선택할 때 고민이 더 많이 될 것 같아요. 일단 '이웃집 꽃미남'을 열심히 할 거예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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