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인터뷰]“차태현 형이라는 꼬리표, 떼고 싶지 않아요”
입력 2012-09-17 10:07  | 수정 2012-09-17 14:37

영화 ‘도둑들이 누적관객 1290만여명을 기록했다. ‘피에타는 황금사자상을 받고 관객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도둑들보다 누적관객은 적고, 또 ‘피에타 만큼 관심을 받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관객몰이에 성공한 영화가 있다. 바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감독 김주호·이하 바람사)다. 누적관객은 489만여명. ‘조선 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 가진 사극 코미디 1위 기록을 깼고, 사극 장르를 통틀어서는 ‘왕의 남자와 ‘최종병기 활에 이어 3위다.
‘바람사는 배우 차태현(36)의 첫 사극 도전작이었고, 친형이 제작을 맡아 화제가 됐다. 차지현(38) AD406 대표는 영화 ‘미확인 동영상: 절대클릭금지에 이어 두 번째 제작 영화 ‘바람사를 대박으로 이끌었다. 흥행 제작자로 발판을 삼을 수 있게 된 차 대표는 영화가 너무 착해서 통한 것 같다”고 좋아했다. 그는 박스오피스 2위로 꾸준히 흥행을 이어간 것을 언급, 흥행이 잘 돼 좋다. 2등 전략은 태현이의 트레이드 마크였는데…”라며 웃었다.
영화의 출발은 차태현의 용띠 클럽(1976년생) 모임이었다. 동생 친구들 모임에 갔다가 배우 장혁, 가수 홍경민·김종국 등을 보고 밝은 느낌이 나는 모습의 영화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시작이었고, 자연스레 영화에 녹였다. 조선시대 얼음 저장고인 서빙고의 얼음을 빼내려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밝은 에너지로 어필했고, 가족 단위 관객층을 공략해 성공했다.
‘바람사는 형과 동생이 의기투합한 영화다. 가족이 힘을 합치는 영화가 많아지는 최근 충무로에서 남편(최동훈 감독)과 부인(안수현 Pd)이 감독과 제작자로 힘을 합친 ‘도둑들에 이어 또 한 번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는 케이스가 됐다.

차 대표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솔직히 태현이에게 처음에는 같이 하자고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동생이 관심을 잃지 않게끔 가끔씩 영화에 대해 얘기했고, 그러더니 태현이가 ‘어떻게 되고 있어?라고 먼저 물어보더라고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참여시킬 수 있었죠.”(웃음)
동생을 설득하고 척척 진행이 될 줄 알았지만 시나리오 수정 작업에만 1년 정도가 더 걸렸다. 영화의 엔딩이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바람사가 AD406의 전작인 ‘미확인 동영상: 절대 클릭 금지 보다 먼저 시작했으나 늦게 개봉된 이유이기도 하다.
투자와 시나리오 수정이 끝난 후에는 한층 수월했다. 차태현은 도굴 전문가 고창석을 비롯해 천보근, 송중기 등에게 출연을 직접 부탁했다. 지나가는 말로 ‘정군(천보근)이 성장한 모습에 중기 괜찮은 것 같은데?라고 하니, 태현이가 ‘걔가 왜 그런 걸 해?라고 하더라고요. ‘나도 알아라고 했는데 1주일 뒤에 태현이가 ‘중기한테 얘기는 해놨어라고 하더군요.”(웃음)
그는 한없이 어려 보였던 동생이 언제부턴가 어른스러워졌다”고 대견해했다. 송강호, 설경구 같은 선배들은 그들만의 역역이 있잖아요. 비교하는 것은 아니지만 태현이도 자기만의 영역이 이번에 개척된 것 같아요. 함께 일을 하며 기본 인성이 얼마나 받쳐주는지가 중요하고, 또 리더십도 중요한데 괜찮은 배우라는 생각을 했어요. 또 프로의식도 제가 상상한 것 이상이더라고요.” 물론, 같이 연기한 배우들은 싫었을지도 모른단다. 쉬는 시간에도 쉬지 않고 계속 뭔가를 하니 주위에서는 불만이었을 수도 있거든요.”(웃음)
차 대표는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이다. KBS 음향효과 연출자인 아버지를 따라 직업을 택했다. 배우나 연출을 지원하는 다른 이들과 달리 음향효과 일을 하고 싶습니다”라고 해 대학에 합격했고, 4년 내내 음향을 담당했다. 졸업 후에도 4년 정도 같은 분야에서 일했고, 대학원을 다니며 영화산업에 대한 특강을 듣고 깨달음을 얻었다. 그게 터닝 포인트였다.
29세. 늦었지만 도전했다. 미국 필라델피아 템플대학교에서 공부했고, 한국에 들어오니 서른 세 살이었다. 새로운 도전. 유니온 픽쳐스에서 프로듀싱 일을 배우다가 독립했다. 영화제작사 두타연의 안동규 대표가 차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다. 영화 제작을 꿈꾸게 한 ‘시네마 천국과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같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다. 차 대표는 늦은 나이라서 빨리 배우고 싶었는데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게 운이 좋다”고 회상했다.
솔직히 맏아들이 진로를 틀자 부모님은 걱정했다. 엄청은 아니고(웃음) 내심 걱정하셨죠. 부모님(아버지는 음향효과 연출자, 어머니는 성우)이 이쪽의 흥망성쇠를 잘 아시니까요. 태현이는 배우니까 잘 되고 안 되고는 있겠지만 크게 사고치지 않는 한 돈이 움직이지 않는데 영화제작은 패가망신할 수도 있는 거거든요.”
위험부담은 있었지만 차 대표는 현재까지 제작자로써 청신호를 켰다. 특히 ‘바람사의 성공으로 많이 떳떳해졌단다. 그는 잃어버린 10년을 찾았다”고 웃었다.
좋은 감독을 지원해주고, 촬영이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주며, 연출에 관여하지 않는 게 이상적인 제작자”라고 말하는 차 대표. 그는 프랜차이즈 영화를 꼭 만들고 싶다”고 바랐다. ‘바람사 2를 생각하고 있다. 동생과 함께 할 계획은 아직 없지만 좋은 작품이 나오면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바람은 동생이 코미디에서 인기를 얻고 상을 타니 연기자로서는 평가 절하되는 면도 없지 않은데 언젠가는 작품성 있는 영화를 함께 해 다른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차 대표는 이렇게 말 해놓고 동생이 ‘형이 그걸 왜 신경을 써.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할 것 같다”며 웃었다.
평상시 닭살 돋는 대화는 안 나눈다는 형제. 하지만 형과 동생의 돈독함과 우애가 전해지기에 충분했다. 어렸을 때부터 사이가 좋았던 것 같다고 하니 그렇게 좋진 않았다. 태현이가 많이 맞았다”고 농을 건넸다. 얘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행동과 말투가 동생과 닮았다. 길을 걷거나 어디를 가면 저기 혹시?”하고 물으면 네, (차태현 형) 맞아요”하고 대답한단다. 예전부터 잘나가는 차태현의 형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차 대표. 과거 동생이 너무 잘 나가서 위축되지 않았냐고요? 저는 좋았는데요? 동생이 잘되면 좋은 것 아닌가요? 왜 걱정을 해요. 예전에도 그렇지만 지금도 차태현 형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진 않아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