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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김기덕, 국내 첫 공식석상 “10대만 성장통 있는 게 아니다”
입력 2012-07-19 18:22  | 수정 2012-07-19 19:25

10대만 성장통이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은 인생 전반에서 성장통을 앓는다고 생각한다. ‘과거로 돌아가지 말고, 미래만을 기다리려고도 하지 말자. 현재를 놓치지 말고, 현재를 느끼자라는 생각을 최근 3년간 반복하며 살고 있다.”
김기덕 감독이 4년 만에 18번째 영화 ‘피에타로 돌아왔다. 제작에 참여한 영화 ‘영화는 영화다로 금전적 피해를 받고, 장훈 감독과의 불화 보도 등으로 고통 받았던 그는 복귀의 변을 이 같이 밝혔다.
19일 서울 중구 정동에 위치한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린 ‘피에타 제작보고회에 주연배우인 이정진, 조민수와 함께 참석한 김 감독은 시종 밝은 표정이었고, 과거의 시련은 잊은 듯 농담과 함께 유쾌한 모습을 보였다.
‘피에타는 성모 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안고 비탄에 잠겨 있는 모습을 묘사한 미술 양식을 뜻한다.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김 감독의 영화 포스터도 이 형상을 하고 있다.
‘자비를 베풀라는 말이 본인에게 하는 말 같다고 하자 김 감독은 나를 포함해서 모든 사람들”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여러 가지 제목 가운데 피에타라고 정한 것은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모두 신 앞에서 자비를 바라야 하는 것 아닌가하고 생각했다”며 크게는 전쟁, 작게는 사소한 싸움까지 돈 때문에 많은 것이 엉켜버린 상황 같다. 대부분이 돈, 명예 때문에 그렇게 된 게 아닐까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사적인 면만 있는 게 아니라 가족에 대한 이야기, 복수에 관한 이야기도 내포하고 있다”며 또 가장 중요한 것은 현대사회가 거미줄처럼 엉켜있다는 것이다. 15살부터 군대 가기 전까지 약 7년간 청계천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청계천이 향후 몇 년이면 없어질 것 같다. 청계천을 통해 자본주의에 잠식당하는 모습을 비유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극중 청계천은 영화의 시작인 동시에 미스터리의 키를 쥔 여자의 정체가 밝혀지는 중요한 공간이다.
영화는 악마 같은 남자 강도(이정진) 앞에 어느 날 엄마라는 여자(조민수)가 찾아와 이 두 남녀가 겪게 되는 혼란, 그리고 점차 드러나는 잔인한 비밀을 그린 작품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비극을 다루며 대중이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지닌 동시에, 김기덕 감독만의 개성 넘치는 영화 색깔을 그대로 전할 계획이다.
또 2001년 ‘나쁜 남자보다 더 잔인하고 악랄하지만 통렬한 슬픔을 전할 예정이라 눈길을 끈다. 김 감독은 배우들은 중요한 재료이자 물감이라고 생각한다”며 물감이 있어야 그림을 그리는데 배우들은 다양한 색깔처럼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번 영화에서는 ‘나쁜 남자의 여성 캐릭터와는 접근방식이 다르지만 그 안에 논란의 소지는 있는 것 같다”고 기대케 했다.
김 감독은 자전적 다큐멘터리 ‘아리랑으로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았을 때도 공식석상에 나서는 것을 꺼렸다. 인터뷰도 거절했다. 또 영화 촬영 현장에서 현장공개 행사 식으로 언론을 대한 적은 있지만 18번째 영화 가운데 처음으로 이날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그는 어떤 신념 때문에 발언을 안 하고 인터뷰도 안했다”며 죄송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감독은 영화로 말해야 한다는 게 내 첫 번째 원칙이다. 감독은 자기 생각을 들키지 말아야 할 대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전에는 고집스러운 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 속에 있는 것을 100% 동의 받으려하지 말자. 조금 부드럽게 살아가자는 생각을 했다”면서도 또 언제 변덕을 부려 숨을지는 모르겠다”고 웃었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김 감독의 16년 영화인생을 담은 ‘히스토리 영상과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포스터 촬영현장 영상 등도 공개됐다. 공식 트위터를 통해 김 감독과 조민수, 이정진 등 출연배우들에게 질문을 하면 이에 답변을 하는 ‘고해성사-세상에서 가장 솔직한 Q&A도 진행됐다. 인터넷 방송 서비스 유스트림(www.ustream.tv/)을 통해 생중계 됐다. 영화는 8월말 개봉 예정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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