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새누리당' 당명 놓고 또 싸우는 '한나라당'
입력 2012-02-03 11:50 
한나라당이 어제 '새누리당'이라는 새로운 당명을 확정했습니다.

'새누리당'은 국민 공모로 제안된 1만 건의 당명 가운데, '새희망한국당' '한국민당'과 같이 최종 후보에 올랐습니다.

어제 열린 비대위는 이 가운데 새누리당을 새 당명으로 확정했습니다.

그런데 새 당명을 만든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유치원 이름 같다, 강아지 이름 같다. 교회 이름과 비슷하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또 네티즌을 일컫는 누리꾼들은 '한나라 당사는 누리집이고 당원들은 누리꾼이냐'는 조롱도 있었습니다..

내용은 바뀌지 않고 껍데기만 바꿨다는 식으로 '새 마음으로 다시 해먹고 누리겠다는 새누리당'이라는 비아냥이 난무했습니다.

총선을 위해 뛰는 한나라당 의원들도 총선이 불과 두 달 정도 남았는데 지금 이름을 바꾸면 언제 홍보를 하느냐, 시골 노인들에게는 이름이 너무 낯설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이미 한나라당 이름으로 찍은 플래카드와 명함 등 수십만 장을 쓰레기통에 버려야 할 처지가 됐습니다.

급기야 유승민 의원이 당명 개정에 반대한다며 의원 총회 소집을 요구했습니다.

유 의원은 "새누리당이란 이름에 전혀 가치와 정체성이 담겨 있지 않다. 이런 비대위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의총을 열어 의원들의 뜻을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남경필 의원도 "의원과 당협위원장 그리고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가 비판을 받았던 것은 결과보다 민주적 절차와 과정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용갑 전 의원도 당명은 침대가 아니라며 '침대는 과학'이라는 광고 문구를 만든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을 대놓고 비판했습니다.

비대위는 오는 9일 상임전국위와 13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당명 개정을 속히 마무리 지으려 한 게 사실입니다.

그전에 의원들과 당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사실 어제 열린 비대위에서 일부 비대위원들이 이런 이유로 반대했지만,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강아지 이름인 메리도 성녀 마리아에서 유래했고, 쫑도 존(John)의 의미여서 나쁘게 아니라며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논란이 확산하자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은 유치원이면 어떠냐, 유치원생은 국민 아니냐. 국민의 친구가 되고, 국민의 종이 되겠다는 것인데 당명이 애완견 이름이 된다고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반박했습니다.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름을 바꾸고 나서 어떻게 잘해나가느냐가 중요하다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말도 나왔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한나라당 비대위원장
- "생각과 사람과 이름까지 바꾸게 된다면 우리 당은 완전히 새로운 당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황영철 대변인이 어제 MBN 뉴스 M과 인터뷰에서 한 말도 들어보시죠.

▶ 인터뷰 : 황영철 / 새누리당 대변인
- "국민의 한나라당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회복된다면 당명에 대한 느낌은 달라질 것이라 보고 있죠. 중요한 것은 어떤 이름으로 바뀌느냐보다도 우리 국민에게 새누리당이 신뢰와 믿음을 회복하는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신뢰와 믿음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평범한 주부라던 진영아 공천위원이 알고 봤더니 과거 비례대표를 신청하고, 지난 대선에서 친이계 외곽조직에서 일했다는 경력이 드러나 자진하여 사퇴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중앙회 수석 부회장인 서병문 공천위원은 과거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를 신청한 경력이 있고, 심지어 현재 한나라당 재정위원회 부위원장까지 맞고 있었습니다.

홍사종 공천위원은 2007년 대선에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도왔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정치인을 철저히 배제하고 서민과 각계각층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공천위원을 선정했다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말이 머쓱해지는 대목입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보안상 사전에 비대위 전체회의에 상의해서 검증을 거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정두언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불도저식 인사 파동이 떠오른다며,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밀실 인사를 비판했습니다.

새 당명을 놓고, 또 공천위원 자격을 놓고 벌이는 이 다툼을 국민은 어떻게 볼까요?

정말 한나라당, 아니 새누리당은 국민의 신뢰와 믿음을 회복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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