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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이 락 페스티벌에 간다면?[인터뷰]
입력 2011-10-24 11:25 

가을과 재즈. 어찌 보면 떼어놓으려 해도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가 아닐까. 까만 하늘, 서늘한 바람 속에서도 유난히 별이 잘 보이는 계절, 가을을 좋아한다는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본명 김은영)이 두 장의 앨범을 들고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올 가을 선물은 정규 6집 ‘Tomorrow(투마로우)와 기프트 앨범 ‘Once I Loved다. 일본에서 선 발매된 ‘Once I Loved는 웅산에게 제5회 재즈오디오디스크대상 보컬 부문 금상이라는 성과를 준 남다른 작품이기도 하다. 실력만큼이나 상 복도 많은 보컬리스트, 웅산을 매일경제 스타투데이가 만났다.
사실 2년 가까이 곡을 못 썼어요. 어떤 영감도 받지 못했었죠.” 뜻밖이었다. 그러던 중 3월 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어요. 너무나 충격이 컸어요. 제 활동의 주 무대이기도 한 곳이라 더 마음이 아팠고요. 어떻게 하면 위로를 줄 수 있을까 생각하다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죠.”
남다른 심정으로 시작된 이번 앨범 ‘터마로우에서 웅산은 ‘희망을 노래했다. 상처받은 사람들뿐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어요. 천사 혹은 관세음보살처럼 자비로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냈죠.”
이번 앨범을 통해 웅산은 다시금 재즈의 진수로 돌아갔다. 한 곡 한 곡 곱씹을수록 한층 깊어진 웅산표 재즈의 감수성이 전달된다. 눈에 띄는 트랙은 신중현의 ‘꽃잎과 산울림의 ‘찻잔을 재즈풍으로 재해석한 곡. 기라성같은 선배 뮤지션의 곡을 리메이크 하는 데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이번 앨범은 2집 ‘더 블루스가 성숙된, 농익은 앨범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에요. ‘쿨 재즈 블루스라는 설명을 붙였는데, 한국에서 블루스를 논할 때 신중현 선생님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거든요. 어떻게 편곡할 지 고민을 많이 했고, 몽환적이면서도 라틴과 블루스의 느낌을 섞어 편곡했어요.”
산울림의 곡을 리메이크 한 데 대해 담백하면서도 가식이 없는 그 분의 음악을 좋아한다 어쩌면 제가 노래하는 창법이나 그런 것에서 영향 받았는지도 모르겠다”고 설명하는 웅산. 리메이크란 가장 어렵고 위험한 작업이면서도 또 다른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하는 웅산에게 굳이 도전이라는 거창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었다.

그녀를 원하는 팬들은 국내에도 많지만, 일찍이 외국에서 먼저 터졌던(!) 탓에 각국의 공연을 도느라 국내에 체류하는 기간이 의외로 많지 않다. 해외 스케줄 소화에 대한 말을 건네자 어려서부터 외국에 많이 다니게 될 거란 걸 알고 있었다”고 답하며 미소를 짓는다.
초등학교 때 뵈었던 한 스님이 제게 말씀하셨죠. 5개 국어를 하고 외국을 많이 다니게 될 거라고.” 웅산은 고교시절 출가했던 경험이 있다. 절에서 수행 중 맞은 죽비에 자신도 모르게 한영애의 저도 모르게 ‘누구 없소를 흥얼거린 뒤 하산했다는 그다. 이후 노래는 출가와도 같은 운명으로 다가왔다.
지금의 웅산에게서 왕년의 락커 김은영의 모습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지만 공연 중 내뿜는 파워풀한 에너지에선 잠재된 ‘끼가 전해진다. 락에 대한 로망은 지금도 있어요. 락 무대에 서 보고 싶은 생각도 있고요. 저 락커 출신인데, 락 페스티벌에서 왜 안 불러 줄까요 하하. 너무 해 보고 싶죠. 맘 먹고 해보면... 근데 너무 셀 거야(웃음).”
올해로 웅산은 데뷔 15주년을 맞았다. 그간의 음악 활동을 회고해보면, 각종 상이란 상은 다 휩쓴, 그야말로 찬란한 행보였다. 그런 웅산에게 15주년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그동안 큰 상도 받고 주목도 받았지만 솔직히 음악적인 갈증은 더 커졌어요. 내가 어떤 음악을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에 곡도 쓸 수 없었죠. 때로는 계속해서 성숙되고 발전해나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저를 짓누르기도 하지만 이렇게 15년 동안이나 사랑 받으며 음악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기도 하고.. 세월이 참 빨라요 그쵸?”
언젠가 이태리에서 칸소네를 꼭 불러보고 싶다는 그는 초년생 시절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선배들은 요즘도 만나면 ‘옛날엔 웅산이 청바지 입고 와서 ‘안녕하세요 김은영(웅산의 본명)입니다 했다고, 지금의 이런 카리스마가 어디 있었냐고 놀리시기도 하세요(웃음). 열심히 살았다는 칭찬도 받고요. 김은영에서 웅산으로 완벽하게 변신하기까지 혹은 이 이름에 책임을 지기까지 15년이 걸렸는데요. 음악에도 내 이름에도 책임지는 길을 걸어감에 있어서 앞으로도 후회되는 삶은 살지는 않을 겁니다. 저 스스로를 더 응원하고 싶어요.”
* 지난 8일, 경북 봉화 청량사에서 열린 산사음악회에선 나긋하면서도 청아한 웅산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세상을 품는 큰 산을 닮은, 가장 자연스러운 삶과 노래를 꿈꾸는 웅산의 목소리는 그렇게 자연스러운 울림으로 깊어가는 가을 밤을 휘감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포니캐년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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