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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인터뷰]김혜나·김꽃비·박희본, 유쾌·발랄·개념·영화 이야기
입력 2011-10-11 08:07 

토크 배틀을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감독 연상호)을 더빙한 김혜나(31), 박희본(28), 김꽃비(26)를 인터뷰 하려면 그 편이 차라리 나았다. 유쾌· 상쾌하고 발랄한 분위기의 여배우 3명은 1시간 동안 말을 이어갔다. 한 순간도 끊이지 않았다.
‘돼지의 왕으로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세 명을 만났다. 영화는 어른이 된 정종석(양익준)과 황경민(오정세)이 15년 만에 만나 중학교 시절 감춰둔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이야기 구조를 담는다. 철저한 계급사회에 괴롭힘을 당하던 종석(김꽃비)과 경민(박희본)의 어린 시절, 어른이 된 그들은 우상 혹은 영웅 같은 존재 김철(김혜나)의 이야기를 곱씹는다.
학교를 장악하는 불합리에 맞서 싸우는 철이라는 존재. 공부 잘하고 상위 계층의 동기들(영화는 개로 표현)에게 짓밟히기 일쑤인 그들 앞에 철이가 나타났다. 평범한 학생들(돼지라 표현)의 왕이 될 수 있었던 인물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심의 보류가 나고 일부에서 ‘잔혹스릴러라는 평가를 들은 것처럼 무겁고 껄끄러운 얘기일 수 있다. 영화 내용처럼 인터뷰도 무겁거나 어두우면 어떡하나 했지만 기우였다. 큰언니 김혜나의 덕이 컸다.

김혜나는 어제(8일) 관객 앞에 처음 상영이 됐는데 좋아하는 분들은 열광을 했다”며 ‘너무 잔인한 것 아니냐, ‘힘들다라고 하기도 했는데 성향 차이인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철이가 책상을 짚고 날라차기를 하는 장면을 재연할 듯 어깨를 들썩이며 상황을 설명,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었다.
김꽃비와 박희본은 더빙 경험이 있으나 김혜나는 더빙이 처음이다. 김혜나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저음으로 최대한의 목소리로 열연했다고 자부했다. 제가 애니메이션을 진짜 좋아하거든요. EBS 애니메이션 프로그램 진행도 했었어요. 나중에 더빙도 도와달라고 했는데 이제 더 이상 안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우연히 연상호 감독님을 만났죠. 처음에는 다 남자애들이라서 안 한다고 했는데 철이 그림을 보여주며 ‘멋있지 않느냐고 자꾸 꼬드기시더라고요.”
김혜나는 애니메이션 목소리 녹음을 위해 열정적이었다. 극중 철이가 본드를 흡입하는 장면을 보고 어떻게 환각상태를 목소리로 표현해야 할 지 걱정하며 주변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너 본드 해봤냐고 묻고 다녔다. 그 환각 상태나 기분을 파악하려고 했기 때문이란다.
박희본은 조영각 PD님께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PD님이 ‘조금 내용이 강하니까 살살 읽으라고 했다. 하지만 빨리 빨리 한 번에 다 읽게 되더라”고 웃었다. 그는 10년 전에 KBS 교양 프로그램에서 동물 소리를 낸 적이 있다”며 과거 추억도 끄집어냈다. 그런 거 있잖아요. 기린 같은 동물이 ‘아이~졸려! 라는 말 같은 거요. 가수 활동(박희본은 ‘밀크 출신이다)하고 있을 때였는데, 단가가 저렴해서 이것저것 한 것 같아요”(웃음)
김꽃비는 원래부터 감독님과 친분이 있었다”며 시나리오를 보여줬는데 이야기도 좋았지만, 사람의 안에 있는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파고드는 게 집요했다”고 좋아했다.
김꽃비는 중학교 1학년인 남자 아이라고 해도 남자 목소리를 내는 건 부담감이 있었다”며 또 극중 종석이는 너무 노안이라서 생각한 것과 조화가 이뤄지지 않아 그게 제일 걱정이었다”고 회상했다.
박희본의 한 마디에는 웃음이 터졌다. 극중 경민이가 찬영이한테 고기반찬을 주는 장면을 얘기하면서다. 찬영이한테 엄마가 고기반찬을 너무 많이 싸줘서 주려고 하는데 절대 이해가 안 갔어요. 전 육식주의자거든요.”(웃음)
세 사람은 이틀밖에 녹음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에 쫓겨 꼬박 밤을 샜다. 어려움을 토로하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면서 열정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비슷한 듯하면서 또 전혀 다른 이미지. 작품들을 살펴보면 전혀 다른 연기를 해왔지만 생각은 한 가지다. 각자의 연기라는 활동을 이어가는 것. 다음 작품 활동에 대해 물었다.
대본을 받았을 때 몇 신이 나오지 않아도 운명 같은 작품을 만나는 것을 선호해요. 이번에 뮤지컬 작품에 들어가는데 힘든 역할이지만 고생이 헛되지 않을 것 같아요.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요.”(김혜나)
저는 성격이 여성스럽지 못해요. 예를 들면 영화 ‘도약 선생의 모습은 사투리를 쓰는 것 말고는 진짜 저거든요? 그거에 맛이 들렸나 봐요. 저에게 맞는 인물을 하고 싶어하다보니 변화가 쉽지 않아요. 교만했나 봐요. 하지만 멜로 영화에서 지고지순한 여자 역할도 언젠가 도전해보고 싶어요.”(박희본)
독립 영화 전문 배우라는 외부의 시선을 듣고 있는 김꽃비는 자신의 활동에 개의치 않아했다. 전 제 행보에 대해서 만족해서 불만은 없어요. 최근에는 좀 더 해외쪽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일본에서 제작하고, 촬영은 홍콩, 감독님은 말레이시아 분이 참여한 다국적 영화를 찍었어요. 홍콩과 영국에서 단편 영화도 촬영했고, 올 겨울에는 일본, 프랑스 영화 출연도 예정돼 있어요.”(김꽃비)
김꽃비는 지난 6일 개막식 레드카펫에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작업복을 입었고, 김조광수·여균동 감독과 함께 ‘I ♥ CT 85, GANG JUNG이라는 펼침막을 들고 조용하면서도 파급력 있는 개념 시위를 해 이목을 끌었다.
제가 그 분들을 지지하는 마음으로 한 것은 맞아요. 어느 정도 (이런 반응을) 예상 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 자신이 드러나기 위해서 한 것은 아니예요.”
그는 김꽃비라는 배우여서 한 게 아니라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며 그게 내가 된 것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내가 아니라 그 일들에 대해서 부각이 되면 좋겠다”며 인터뷰를 하면서 그 일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세 배우들은 영화에 대한 홍보도 잊지 않았다.
김꽃비는 장르가 애니메이션일 뿐이지 완성도도 높고 스토리가 탄탄하다”며 심각한 얘기이긴 하지만 스스로 고민할 거리도 챙길 수 있어 영화를 보러 와도 후회가 없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김혜나는 결국 선한 사람도 없고 악한도 없다. 영웅도 없고 우리가 사는 모습의 일부분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모습이 다 녹아들어 있다”고 귀띔했다.
박희본은 관객 가운데 한 분이 욕이 많이 나와서 불편했다고 했다”며 하지만 그렇게 많이 나왔다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재미있게 물 흘러가듯 한다”고 웃었다.
큰언니 김혜나는 박희본의 말을 받아 관객들의 여러 반응을 보는 것도 영화가 하려는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일 수도 있는 것 같다”고 마무리 했다.
영화는 영화제 기간인 12일 오후 8시30분 부산 해운대 CGV센텀시티에서 상영회를 열고, 11월 개봉 예정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해운대(부산)=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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