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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 ‘머물거나 또 어딘가로 스쳐가거나’[인터뷰]
입력 2011-06-10 09:07 

러브홀릭의 보컬리스트에서 솔로 뮤지션으로 선회해 2009년 발표한 첫 앨범 ‘인어 집으로 돌아오다는 지선의 다양한 취향이 총망라된 앨범이었다. 의도한 바는 알 수 없지만 솔로로 홀로서기를 선언한 만큼 러브홀릭을 벗어던지려는 듯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이후 지선의 새 앨범이 나온다는 얘기를 들은 것만 1년 가까이 되는 것 같다. 긴 기다림 끝에 지선이 들고 돌아온 신곡 ‘바람아 불어라에는 어떤 목적이나 방향이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와 맞서며 자신을 증명하기 보다는 단지 자신의 내면을 한 없이 바라보고 있는 시선만 남았다.
1집 때와 같은 음악을 계속 할 것이라 생각했던 분들에게는 의외일지 모르겠네요. 그때 느낌은 ‘앞으로 지선이란 애가 어느 정도 까지 자신을 열어놓고 음악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었어요. 노래에 담긴 이야기들 역시 내 20대에 있었던 모든 것들에 대한 오해들을 담았고요.”
지선 자체가 변한건 아닐지도 모른다. 사실 인생을 뒤흔들고 사람을 바꿀만한 충격적인 사건이란 건 일상에서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뿐일게다.
저에겐 과거와 미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을 즐기고 사는 게 힘들었죠. 늘 지금이 힘드니깐 자연스럽게 과거를 생각하고 앞을 생각하며 희망을 품는 거겠죠.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과거도 불행 한거고 미래도 불행한 거다는. 그걸 이젠 그런 노력을 것 같아요. 지금을 가장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모든 것을 찾는 거죠.”
사실 지난 2년 간 지선은 겨울잠을 자듯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최대한 소비하지 않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그건 뮤지션 지선이 아닌 인간 황지선에게 시선을 돌리는데 매우 중요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가끔은 음악하는 지선이라는 존재를 잊어버리고 싶기도 했고, 언젠가는 분명 있어버릴 뻔하기도 했어요. 때로는 잊어버려야 하나 생각도 했고요. 사실 그럴 수 있는 방법은 없더군요. 뭐가 됐던, 내가 누가 됐던 ‘잘 살아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거죠. 지금 생각하면 고마운 일인 것 같아요. 그 시간이 2년 뿐이었고 2년만에라도 앨범을 낸 것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힘겹게 붙잡지 않고, 누군가와, 심지어는 나 자신과도 팽팽히 맞서지 않고 내려놓은 결과물이 이번 신곡 ‘바람아 불어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사람들이 헤어질 때는 서로 감정을 다치며 싸우고 끝나는 건 줄 알았어요. 나이를 조금 더 먹어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걸 알았던 거죠. 많이 사랑하지만 헤어지는 경우도 있는 것 같고 어느 순간에 ‘당신과 나는 이제 멀어져야 하는 것 같다고 머리로 생각을 하고 마음을 떼는 노력을 하기도 하죠. ‘바람아 불어라는 그런 이야기에요. 지금 내 마음에 불씨가 쉽게 사그러 들지 않으니 바람이 불어서 내 마음을 비워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죠.”
두 번째 노래 ‘에버 에프터(Ever After)와 세 번째 노래 ‘땡스 투(Thanks to) 역시 그 명암과 채도는 다르지만 결국 같은 형태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현재의 감정, 지금의 모습에만 몰두하고 있다.
어느 순간 싱어송라이터라는게 좋다, 고맙다고 느꼈죠. 너무 많은 사람들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그렇게 눈치를 잔뜩 보고 낸 음반이 반응이 없다고 초조해 질것도 없고요. 조금 덜 전전긍긍하는 거, 승패와 상관없이 현재 내 인생에 의미 있는 일들이 쌓여간다는 느낌이 고맙더라고요. ‘땡스투 같은 곡들을 제가 좋아하는 사람 누군가에게 ‘널 생각하면서 쓴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말이죠.”
지선이 또 다음 작품을 낼 때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겠다. 바람처럼 머무를 수도 어딘가로 날아갈 수도 있는, 하지만 절대로 잡히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분명 언젠가는 간절해지는 날도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 때 그 바람 한줄기에 고마움을 느낄 날이, 분명 올 것 같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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