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야간행군 훈련병 사망...軍의료 체계 허점투성이
입력 2011-05-12 11:58  | 수정 2011-05-12 12:08

고열상태의 훈련병이 야간 행군 훈련에 투입됐다 급성 호흡곤란으로 숨진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훈련병 노모(23)씨는 키 173㎏, 몸무게 70㎏의 다부진 체격으로 현역 1급 판정을 받고 논산 훈련소에 지난달 입대했다.

노씨는 22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10까지 20㎞ 완전군장 행군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했으나 복귀 후 37.9도의 고열 증세를 보였다.

오전 3시40분께 분대장(일병)을 따라 연대 의무실로 가 진료를 받은 노씨는 점점 상태가 나빠졌고 훈련소측은 낮 12시 20분이 되서야 그를 육군훈련소 지구병원으로 후송했다.


지구병원 측은 외부 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 오후 3시 30분께 건양대학교 병원으로 옮겼으나 노씨는 다음날인 24일 오전 7시께 숨을 거뒀다. 추정 사인은 폐혈증에 따른 급성호흡곤란 증후군이었다.

시신 부검결과 숨진 훈련병은 뇌수막염을 앓고 있었으나 군 당국은 사전 진단은 커녕 고열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타이레놀 2정을 처방한 것으로 드러나 군의 허술한 환자 관리로 인한 인명피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당시 해당 연대 군의관은 야간 행군 복귀 후 환자 진료를 마치고 퇴근한 뒤였으며 일병 계급의 의무병이 타이레놀 두 개를 처방해 준 것이 다였다.

노씨는 야간행군 당시 이미 체력이 떨어져 걷기 어려운 상태였으나 훈련소 측은 노씨를 환자로 분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씨와 훈련을 함께한 동기들은 그의 사망 이후 유족에게 보낸 편지에서 노 훈련병이 제대로 걷지 못하자 뒤따르던 훈련소 동기가 빨리 가라며 노 훈련병을 떠밀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훈련소측은 몸에 이상이 있는 훈련병은 행군에서 제외하고 대신 토요일에 보충훈련을 받도록 했으나 노 훈련병은 행군에 참가하겠다고 했다. 부대에서 행군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노씨(23)의 유가족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검토 중이다.

노 훈련병의 아버지(52)는 23일 새벽 고열로 의무실에 갔을 때 빨리 후송했다면 사망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훈련소의 초기 조치가 미흡했다”고 분통을 터뜨렸으며 훈련병이 훈련을 빠질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들었다. 아들의 병을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암묵적으로 훈련 참가를 강요한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힘없는 훈련병이 선뜻 훈련에 빠지겠다고 나서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노 훈련병의 죽음은 군 내부의 억압적 분위기와 허술한 의료 체계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출처:육군훈련소 행군사진)
백승기 인턴기자(bsk0632@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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