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개봉 직후 단숨에 흥행 1위를 기록하며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 잡은 영화 ‘킹스 스피치(the King's Speech). 이미 국내 개봉 이전에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등 4관왕을 차지하며 흥행 몰이에 힘을 보테기도 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1936년부터 16년간 재위했던 영국 국왕 조지 6세(콜린 퍼스 분)가 연설울렁증으로 인한 지독한 말더듬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대중 앞에만 서면 지독한 긴장감에 말을 더듬지만, 국민과 소통하기 위한 왕의 인간적 모습과 극복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흔히 말더듬이는 정신적인 문제나 스트레스, 긴장감으로 인해 어릴적 단순히 나타날 수 있는 증상으로 가볍게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말더듬은 언어장애의 일종이며, 의의로 성인 말더듬 환자도 많다.
특히 성인 말더듬 환자는 음성질환이라는 인식이 필요한 만큼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수다.
◆ 성인 말더듬, 질환 인식 필요
통상적으로 말더듬 증상은 말을 시작하는 2~4세에 많이 나타나고 어른이 되면서 자연 치유된다. 말더듬 치료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밴 리퍼 교수에 따르면 6~82% 범위 내에서, 평균 37% 정도가 자연 치유가 되지 않고 성인이 된 뒤에도 말더듬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와 관련 안철민 프라나이비인후과 원장은 성인이 말을 더듬는 경우 대인관계와 업무진행에 막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고통을 받는다”며 영업직이나 텔레마케터 등 목소리가 중요시되는 직업군의 경우 말더듬 때문에 해고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성인 말더듬 증상은 아동과 비슷한데 크게 4가지 증상으로 구분된다. 말 막힘, 주저, 말 반복, 눈 깜박임과 같은 부수적인 행동이 나타나는 경우인데, 말 막힘 현상과 말 반복 증상이 나타날 때 가장 현저하게 말더듬이를 인식하게 된다.
보통은 2~3개 증상이 함께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증상이 지속되면서 심리적인 부담감이 가중된다. 이로 인해 말할 때 말하는 내용보다는 말하려고 하는 단어를 생각하느라 말하는 것이 더욱 막히게 되고, 특정 단어나 특정 상황에서 점점 막힘이 심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 말더듬이 환자 12%는 음성질환 동반해
단순 음성질환을 말더듬이로 오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라도, 말더듬이에 동반된 음성질환으로 인해 말더듬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
실제 프라나이비인후과가 병원을 찾은 84명의 말더듬 환자를 검사한 결과 중 60% 이상이 구조적인 음성질환을 함께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연축성 발성질환 26.1%로 가장 많았으며, 근긴장성 발성질환이 21.4%, 성대부종 7.2%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안철민 원장은 이러한 음성질환이 말더듬이를 악화 시키는 이유는 성대에 과도한 긴장성 발성이 나타나면서 혀와 구강 구조물에도 2차적인 긴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2차적 긴장으로 인해 말을 시작할 때나, 말하는 중간에 말이 잘 나오지 않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음성질환을 동반한 말더듬증은 음성질환을 치료한 후에 언어 교정에 돌입해야 보다 빠른 효과를 보인다고 조언한다.
따라서 안철민 원장은 유창성검사, 조음검사, 발성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과 상태를 파악한 후 자신에게 맞는 약물 및 주사, 음성언어재활치료를 꾸준히 받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 생활속 연습으로 극복하는 방법은?
국왕 조지 6세는 어릴적 형과 비교되던 기억과 엄격한 왕실의 규율에 의해 3살 버릇이 여든까지 가는 성인 말더듬의 전형을 보여준다. 영화에서는 언어치료를 담당하는 의사와의 끊임 없는 교감을 통해 이를 극복하는 왕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영화에서 말하듯 흔히 말더듬의 원인을 심리적인 이유에서 찾으려는 경우가 많지만,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해도 호전이 되지 않는다면 말더듬이 질환이 아닌 음성질환일 가능성도 있다점을 알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말더듬 치료는 보통 정신과, 재활의학과, 이비인후과에서 연구와 치료를 담당한다. 이와 함께 각 진료과별 검사와 진단에 따라 언어치료사와 협동 치료를 병행한다.
스스로 말더듬이를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복식호흡을 통한 부드러운 호흡을 이용해 발성을 하는 것이다. 가급적 천천히, 마치 입 앞에 있는 휴지를 부는 느낌으로 말을 하려고 노력하면 갑자기 막히는 말더듬이나 주저하는 동작, 불필요한 탈출행동 등을 피할 수 있다.
안철민 프라나이비인후과 원장은 노래를 편하게 부르는 습관을 들이면 심리적인 요인도 해소되고 발성 기능도 향상된다”며 적절한 치료와 병행해 3~6개월 정도면 많은 개선이 있지만 쉽게 재발되므로 지속적이고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움말=안철민 원장(프라나이비인후과)
송병기 매경헬스 기자 [bgsong@mkhealth.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A도 모바일로 공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