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2011년은 전기차 원년…세계가 주목하는 현대차 `블루온`
입력 2010-12-31 23:57  | 수정 2011-01-01 00:42
혹한기 성능실험 한창...올해 공공기관 판매 시작으로 세계로 진출할듯


"오늘 바깥 온도가 영하 10도로 뚝 떨어졌는데, 15호차 출력과 운전성 데이터는 좀 어때?"

"출발할 때도 특별한 쇼크는 없었어요. 주행거리도 큰 오차 없이 정상입니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화성시 장덕동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내 하이브리드동.

347만㎡(105만평) 규모의 광활한 연구단지 중 남양만에 인접한 한적한 곳에 위치한 이 건물에서는 2010년 현대.기아차가 내놓은 최대 화제작이자, 올해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가장 경계할 전기차 `블루온(Blue On)`이 양산을 위한 최종 테스트를 받고 있었다.

현대.기아차 전기차개발실 실차테스트 담당 연구원들은 지난 9월 처음으로 공개된 블루온이 혹한기에 연비가 얼마나 나오는지, 가속성능과 오르막 등판능력 등 동력성능은 안정적인지, 운전자가 의도하는대로 원활하게 움직이는지 등을 꼼꼼히 체크하느라 분주했다. 블루온 전담 연구원만 70여명, 관련 인원은 300여명을 헤아린다.

특히 영하 20도부터 출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특성상 저온에서의 성능 점검이 필수. 10cm 넘게 쌓인 연구소 눈밭에서도 블루온은 달리고 또 달렸다.



윤길영 책임연구원은 "1월 아산공장에서 본격 생산에 들어가기 전 연비와 충돌, 브레이크 등 각종 성능시험 결과를 정부에 인증받기 위해 시험용차 24대의 데이터를 수시로 수집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연말까지 지경부와 환경부 등과 주요 지자체에 총 30대가 공급된 블루온은 올해 250대를 공공기관에 판매하면서 시장성을 타진한다.

아산공장에선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가 갖춰지는 속도를 봐가면서 연간 생산능력을 2000대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충전소가 주요 포스트에 설치되고 일반 소비자의 관심이 고조되면 현대차그룹은 당장 내년부터 2000여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지난달 18일 닛산이 순수 전기차 `리프`를, 이틀 후인 20일 GM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타입의 전기차 `시보레 볼트`를 미국 시장에 출시하면서 2011년은 바야흐로 `전기차 원년`이 될 전망이다.

넉 달 전 블루온이 첫 공개됐을 때 세계 언론의 반응은 `과연?` 또는 `그럴리가?`로 압축됐다.

미쓰비시가 내놓은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 `아이미브(i-MiEV)`보다 블루온의 모터출력(kW)이 14kW 더 높을 뿐만 아니라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은 3.2초, 충전 소요시간은 1시간 각각 더 짧은 데 비해 1회 충전시 주행거리는 10km 더 길어 성능 면에서 판정승을 거뒀다고 자평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은 현대차에 심층 인터뷰를 요구해오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통상 4~5년 걸리는 신차 연구개발 기간을 단 1년으로 단축시켜 적들이 미처 경계할 틈을 허락하지 않은 것도 의심을 산 이유가 됐다.

초고속으로 전기차 모델 개발이 가능했던 것은 핵심 부품들의 국산화 덕분이라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일단 차체를 일본.유럽 공략모델인 i10을 활용한데다, 배터리는 SK에너지가, 모터는 효성, 전력 변환기인 인버터는 LS산전이 맡는 등 부품 국산화율을 90%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내년 본격 양산용 모델은 기아차가 새로 출시할 경형 CUV(크로스오버차량) 외관으로 출시된다. i10의 주요 부품들이 인도에서 생산되는 탓에 수입 제작이 번거롭기 때문이다.

또 2013년부터는 블루온 개발시 축적된 기술로 중형 전기차 개발에도 본격 착수한다. 정부는 이 차를 내수 10만대, 수출 20만대까지 팔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아반떼급 차체에 출력을 높인 본격 전기차가 2013년 말 또는 2014년 초 양산을 목표로 개발될 것"이라며 "온 가족이 타는 가솔린 중형차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저항을 줄이고 전기차 수요를 늘리는 데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화성 =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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