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들아 걱정마 엄마가 있당께
엄마 효례(39) 씨는 삼 남매의 아침을 준비합니다. 오늘도 아이들에게 차려줄 거라곤 누룽지 끓인 물과 김치뿐입니다. 어린 아이들은 반찬투정을 부리지만 엄마는 억지로라도 누룽지 물을 먹일 수밖에 없는데요. 아침, 저녁으로 독한 약을 먹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효례 씨도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이 좋은 음식을 양껏 먹길 바라지만요. 아빠 정표 씨는 뇌출혈로 쓰러져 누워있고, 엄마 효례 씨는 아픈 아이들 곁을 떠날 수 없기에 정부에서 지원받은 기초수급비만으로 겨우 한 달을 버티는 형편이죠. 지난 수술비로 얻게 된 큰 빚과 평생 동안 들어가야 할 병원비와 약 값, 엄마와 삼 남매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 태훈아, 다음 생에는 주사 맞지 말고 살아라.”
오늘도 둘째 태훈(10) 이는 주사를 맞기 위해, 작은 책상 앞에 앉아 엄마 효례 씨에게 팔을 내밉니다. 태어날 때부터 중증 혈우병을 앓고 있는 태훈이는 주사로 응고인자를 보충해주지 않으면 출혈이 멈추지 않아 위험한 상태에 빠질 수 있는데요. 어떤 경우에는 다치지 않아도 자연 출혈이 일어나서, 태훈이가 아프다고 눈물을 흘려도 엄마 효례 씨는 주사를 놓지 않을 수 없습니다. 태훈이가 아직은 어리지만, 중학생이 되면 방법을 배워 평생 스스로 주사를 놓으며 살아야 되는데요.
뛰어 놀다가 넘어져 작은 상처라도 생기면 피가 잘 멈추지 않기 때문에, 오늘도 태훈이는 가만히 앉아 시간이 빨리 흘러가기만을 기다립니다. 그런 태훈이를 바라보며 엄마 효례 씨는 대신 아파줄 수 없어 가슴이 아픕니다.
“ 태영아, 널 외롭고도 아프게 한 엄마를 용서할 수 있겠니?”
태어날 때부터 중증 혈우병을 앓고 있는 동생 태훈이 때문에, 첫째 태영(11) 이는 2살 때부터 엄마, 아빠의 관심을 받지 못했는데요. 사랑이 부족한 탓인지, 지적장애 3급과 ADHD를 진단받은 태영이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사람들에게 피해를 줍니다. 그럴 때마다 혼을 내는 엄마 효례 씨 때문에 태영이는 점점 더 반항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아픈 아이들을 돌보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뇌출혈로 쓰러져 몸도 못 가누게 된 아빠 정표 씨. 아빠는 몸과 함께 마음까지 망가져 검은 종이로 온 창문을 막은 채, 어둠 속에 숨어 없는 사람처럼 생을 이어갑니다.
“ 막내 딸, 정훈이의 한 마디는 우울증 약보다 힘이 나게 해요.“
엄마 효례 씨는 우울증 약을 먹은 지 벌써 5년이 됐습니다. 약의 힘으로 하루하루 기운을 내는데요. 우울증 약보다 더 큰 힘이 되어주는 건, 셋째 정훈(9)이. 엄마의 고단함을 헤아려 돕는 정훈이가 기특하기도 하지만 엄마는 한편으로 가슴이 아픕니다. 오늘 밤도 정훈이는 잠자리에 들기 전, 종이 한 장에 자신의 마음을 가득 담아 엄마 효례 씨에게 전달합니다.
먹을 거라곤 하얀 죽과 누룽지뿐인 좁은 집에서 생활하며
아픈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우울증 약을 먹으며 버티는 엄마 효례 씨
이용요금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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