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강간 무죄'에 동반자살 부부…1년 만에 대법 유죄 확정
입력 2019-04-17 13:33  | 수정 2019-04-17 14:01
【 앵커멘트 】
1년 전, 남편 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한 한 여성이 법원의 무죄 판결에 억울함을 견디지 못하고 남편과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사건이 있었는데요.
원심 판결이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됐다며 사건을 돌려보낸 대법원이 최근 징역 4년 6개월의 성폭행 유죄를 확정판결했습니다.
유호정 기자입니다.


【 기자 】
지난 2017년, 박 씨는 자신의 친구가 해외 출장을 간 사이 친구의 아내를 모텔로 불러내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하지만, 1심의 판단은 강간 혐의 무죄.

CCTV 영상에서 피해 여성이 '강간 피해자라고 보기에는 모텔에 들어가는 모습이 지나치게 자연스럽다'거나,

'샤워를 하고 담배를 피우며 가정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것은 성폭행을 당한 직후의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남편과 아이를 해코지하겠다는 조직폭력배 출신 남편 친구의 협박에 어쩔 수 없이 모텔에 간 것이라는 피해 여성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부부는 "죽어서라도 복수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함께 지난해 3월 목숨을 끊었지만, 2심도 그대로 무죄 판단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 성폭력 사건을 봐야한다는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됐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특히, '겁을 먹은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며 성폭행 무죄 근거로 쓰였던 CCTV 영상에 대해서도,

'피고인과의 신체 접촉 없이 각자 떨어져 앞뒤로 걸어간 것뿐'이라며 전혀 다른 판단을 내놨습니다.

▶ 인터뷰 : 홍지혜 / 변호사
- "최근 법원은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평균적인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성범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성인지 감수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확립하고 있습니다."

결국 다시 열린 2심에서 법원은 박 씨의 성폭행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고,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습니다.

MBN뉴스 유호정입니다.[uhojung@mbn.co.kr]

영상편집 : 박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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