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뉴스추적] 극적으로 선거제 개편 합의한 여야 5당…속내는?
입력 2018-12-15 19:30  | 수정 2018-12-15 20:01
【 앵커멘트 】
선거제도 개편을 극적으로 합의한 여야 5당 원대대표의 속내가 궁금합니다.
애초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는데, 이번에 입장을 선회했습니다.
정치부 김문영 기자와 뉴스추적하겠습니다.


【 질문 1 】
이번 합의 전에 거대 양당, 그러니까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주장했던 안은 뭡니까?


【 기자 】
네, 두 당은 공통적으로 '전체 의원 수 변화는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의원 수를 늘리는 것은 반대 의견이 많다며 '국민 여론'을 명분 삼아왔던 겁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의석수 300석 유지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해왔습니다.

비례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선 야3당 안과 똑같지만, 전체 의원 수를 유지한다는 전제 때문에 많은 의문이 제기돼 왔습니다.


이 경우 지역구를 대폭 줄여야 하는데, 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돼 현실성이 떨어지는 주장인 만큼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었습니다.

자유한국당도 의석수 유지를 주장했는데, 그러면서 내놓았던 안이 '도농복합 선거구제'입니다.

인구 100만 이상의 도시에선 지역구당 의원을 2~3명씩 뽑고, 농촌에선 의원 1명을 뽑아 농촌 의원의 대표성을 높이겠다는 안인데요.

이에 대해선 수도권 의원을 많이 배출하려는 한국당의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 질문 2 】
그런데 이번에 전혀 다른 합의안이 나온 거잖아요. 의원정수 10% 확대, 그러니까 330석까지 늘어나는 경우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야3당은 환호하고 있다면서요?


【 기자 】
네, 거대 양당과 달리, 야3당은 애초에 의원 수 증대를 주장해왔습니다.

지역구 의원 수를 줄이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우니, 현실적으로 비례를 늘리면서 의원 수도 늘리자는 주장입니다.

그렇게 하면 거대 양당만의 밀실 합의에 의한 정치 구조도 바뀌고, 의원 수가 늘어나는 만큼 국회의원의 권한도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란 설명이었는데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선거구제 개편은, 의원을 뽑는 방식을 바꾸는 논의이기 때문에 '밥그릇 싸움'으로도 불립니다.

현재 의석수에 비해 정당 지지율이 높은 야3당은 선거구제 개편이 된다면 이득을 볼 테니, 환영하는 게 당연하다는 정치권의 일부 곱지 않은 시선도 있습니다.

【 질문 3 】
오늘 점심시간대에는 임종석 비서실장이 단식 10일째에 접어든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의 농성장을 방문했다면서요?

【 기자 】
네, 국회 농성장에 청와대 비서실장이 직접 방문한 일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임종석 실장은 국회 합의를 존중하겠다는 대통령의 입장을 전달했는데,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임종석 / 청와대 비서실장
- "(대통령께선) 국회에서 합의를 도출해내면 충분히 국회 합의를 지지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오늘 말씀드리는 겁니다."

이미 수차례 한병도 정무수석이 다녀갔는데, 임 실장까지 이렇게 방문한 것은 대통령의 선거제 개혁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의지가 전달돼서 그런지, 임 실장이 다녀간 직후 원내대표 간 합의문 발표도 전격적으로 이어져 사전 교감설이 돌기도 했습니다.


【 질문 4 】
그래서 그런가요.
이번 합의 도출엔 자유한국당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는데요. 특히 협상에 나선 나경원 원내대표는 전날까지도 선거구제 개편에 적극적이지 않았는데, 이렇게 갑자기 입장을 바꾼 이유가 있을까요.


【 앵커멘트 】
애초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가 선거제 개혁을 개헌과 동시에 논의하자고 말하면서, 사실상 합의는 불투명한 상황이었습니다.

기존 입장, 한번 들어보시죠.

▶ 인터뷰 : 나경원 /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어제)
- "원포인트 권력구조 개헌과 함께 선거구제 개편을 논의한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지 않느냐."

하지만, 제가 5당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의 증언을 들어보니, 어제 오전과 달리 오후부터는 입장이 부드럽게 바뀌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 속내는 여기 합의문 6번에 있습니다.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 개정과 동시에 곧바로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논의를 시작한다.' 바로 이 문구입니다.

자유한국당은 이참에 '대통령 4년 중임제'로의 개혁을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분권형 대통령제'로 바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애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일단 야3당은 나 원내대표에게 감사함을 따로 표시하기까지 했는데요. 들어보시죠.

▶ 인터뷰 : 김관영 /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 "나경원 자유한국당 대표님께 감사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당내 상황도 여러 가지 복잡한 가운데 두 분 단식을 푸셔야 한다는 마음으로 적극적인 자세로 통 큰 합의를 해주셔서…."

벌써부터 자유한국당 내에선 의견 수렴을 안 했다며 반발이 나오고 있습니다.

MBN과의 통화에서 한 의원은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의원총회도 열지도 않고 합의를 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또 "의원들의 의견 수렴이 먼저라는 것을 무시한 첫 번째 사례"라고까지 힘줘 말했는데요.

원칙적으로 선거제도 개편에 합의는 했지만, 각 당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논의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멘트 】
여야 5당의 합의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차제에 국민이 행사하는 한 표의 주권이 왜곡되지 않도록 좋은 선거제도를 만들어야겠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각 당이 당리당략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겠죠.

지금의 당 지지율이 영원하지는 않으니까요.
나라의 앞날을 위한 정개특위의 논의를 기대합니다. 뉴스추적 김문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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