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8월 18일 뉴스초점-금메달과 김치찌개
입력 2016-08-18 20:43 
오늘은 이 두 장의 사진으로 시작을 해보겠습니다. 먼저, 널찍한 공간에 침실과 휴식공간, 물리 치료실까지 있는 이 대형 캠핑카는 이번 리우 올림픽 양궁 대표팀을 위한 겁니다. 경기장과 선수촌의 거리가 멀어 경기 중간에 휴식을 취하도록 지원해준거죠.

그리고, 그 옆의 사진은 국가대표 여자 배구팀이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의 회식 자리 모습입니다. 20년 만에 금메달을 땄는데, 축하 메뉴가 '김치찌개'뿐이었죠.

물론 올해와 2년 전 사진을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팀 모두 한국의 자랑스런 대표팀인데 그 처우가 비교되는 건 맞지요.

올해는 한국 배구가 시작된 지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때문에 여자 배구 대표팀은 그 어느때보다 메달에 대한 의지가 강했는데 결과는 아쉽게도 8강까지였지요.


한마음으로 응원했지만, 대표팀이 경기에 지면서 응원의 목소리는 일부 선수에 대한 비난으로 바뀌었습니다.

리우로 갈 때처럼 집으로 돌아올 때도 전세기를 타고 금의환향한 양궁팀과 달리, 여자 배구팀은 선수단과 코치진이 뿔뿔이 흩어져서 그저 남는 자리가 있는 비행기에 오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게 다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의 잘못일까요?

선수 12명, 감독과 코치진 4명, 총 16명이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여자 배구 대표단 전부입니다.
트레이너 한 명이 12명의 선수를 돌봐야 했고, 통역도, 팀 닥터도 없었습니다.

지카 바이러스와 치안 문제로 멀리 네덜란드에서 훈련한 대표팀은 리우 현지에서도 선수촌과 훈련장까지 두 시간이 넘는 거리를 버스로 계속 이동하는 바람에 컨디션 조절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한국에선 대한배구협회 회장을 뽑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때문에 현지에서 대표팀을 도와줄 지원인력은 단 한 명도 없었지요.

배구협회는 경기장과 선수촌 출입증은 대한체육회 소관으로 출입증이 없이는 대표팀과 경기장 내 접촉이 안되기 때문에 아예 파견을 안했다고 합니다.

과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고도 김치찌개로 축하했던 걸 보면 배구협회의 변명이 참 궁색하죠?

그리고, 이 글을 보실까요? 이 글은 지난 2011년 김연경 선수가 자신의 SNS에 올린 겁니다. 이처럼 비인기 종목에다 여자 선수이기에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던 그녀는 이번 올림픽에서 잠시나마 관심을 가져 준 국민들에게 감사를 전했습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반짝 관심을 가졌다가 성적이 좀 저조하면 온갖 비난에 아예 관심까지 꺼버리는 우리의 이런 모습 역시 여자 배구팀을 서럽게 만든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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